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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섭 Sep 29. 2019

가을로 가는 캠핑 여행

가을은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호사롭다

가을이다.

보고 느끼는 것만으로도 눈이 호사스럽다. 눈물 날만큼 높고 푸른 하늘, 뭉게구름 사이로 다가온 따사로운 햇살까지도 가세한다. 자연이 가져다준 위대한 터전 앞에 온갖 곡식의 풍요 넘쳐나고, 들과 산 그리고 바다가 어우러진 조화로운 감동이 있는  사색의 가을, 문밖(Outdoor)을  나서는 시간이 많아진다.


 Camping 예약 서비스 페이지( https://discovercamping.ca/Mobile/)을 들여다 보면 미리전부터 대부분의 캠핑장 예약이 끝났다.

주 정부에서 운영하는 많은 캠핑장들이 이미 예약이 끝난 알림 상태가 뜬다. 그중 유일하게  Porteau Cove Park내에 위치하고 있는 캠핑장은 예약 가능 여유자리가 있음을 알리는 표시등이 켜져 있다. 더구나 집에서도 그리 멀지 않은

한 시간 전후의 거리에 위치해 있다는 것매력과 기심이 생겨난다.

캠핑장이 있는 Porteau Cove Park

현지에서 예약할 생각으로 사전 예약 없이 집을 나섰다. 한 시간 10분 정도를 달려 단숨에 야영장이 있는 Porteau Cove에 도착했다.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평화롭다. 산과 바다가 있는 이라면 어디든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싶은 포근함으로 밀려드는 자연의 위대함이 있기 때문인 듯싶다.


캠핑장 입구를 들어서는 순간 직원이 차량 통제를 하고 나선다. 이미 캠핑장 예약이 끝난 상황이라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이다. 홈페이지를 열어 직원에게 예약 가능 빈자리가 있음을 확인시켜 반문하자. 직원은 예약 가능한 Campsite 첫머리에 Walk ln타입이라고 명시된 부분을 세부적으로 잠시 설명을 주었다. Walk In이란 캠핑장이 아닌 외부에 차를 주차하고 걸어 들어가야 하는 의미를 전하는 뜻이라고 한다. 결국 Walk ln이라는 뜻의 정의도 모르고 출발 탓에 헛걸음하는 결과만 주어지고 말았다. 그렇다고 캠핑장 주변에 장시간 차를 주차할 만한 장소도 없었다. 이곳에서의 야영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아쉬움을 내리고 또 다른 장소를 찾아 발걸음을 재촉했다.

우측에 Shannon폭포가 있고 길건너편에 Klahane Camping Round가있다

십 분 정도 목적지 없이 달려 나갔다. 좌측으로 캠프장 입간판이 보이고 우측  방향으로는 장한 폭포수가 눈에 나란히 들어왔다. 반대편 쪽 길가에 위치한  Klahane Camping Round가 있는 곳으로 다시 차를 되돌려 진입했다.

 Klahane Camping Round(야영장 입구)

사전 정보 없이 캠핑장은 낯설기만 하다. 주정부에서 운영하는 캠핑장이 아닌 개인이 운영하는 곳이라 다소 한산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정면으로 보이는 작은 사무실은 오픈 사인 불만 커져있을 뿐 근무자는 보이지 않고 정면 유리창에 안내문만 요란하게 붙여져 있다. 캠핑카와 텐트 구역을 구분하여 예약 가능한 자리 알림판도 눈에 띄었다. 알림판이 있는 창문 아래쪽에 선반에는 예약 신청서가 준비되어 있었다. 원하는 캠핑 Site에 체크하고 결재 가능한 카드번호와 함께 봉투에 밀봉해서 사무실 투입구에 투입하라는 내용도 담겨 있다. 좀 더 상세한 내용을 위해 사무실 전화번호도 남겨 놓은 여유를 보였다.


텐트 구역에는 전기시설이 전무하다. 물론 캠프파이어를 할 수 있는 화로 구역은

준비되어 있었지만 밤에 기온이 떨어질 것을 대비해서 히타를 준비해 온 상황이기에 전기시설 없이는 숙식하기에무리일 듯싶었다.


캠핑카 구역에 탠트를 설치하고 머물 수 있는지에 대해 전화로 문의해 본 결과 다행히 문제없다는 답변은 들을 수가 있었다. 성수기가 지난 탓에 여유분의 자리가 남아 있었기에 가능한 듯했다. 텐트 구역과는 달리 캠핑카 구역은 물과 전기시설을 사용할 수 있게 준비되어 있어 가격에도 차이가 있다. 남아 있는 자리를 통해 럽게 자리를 선택했다. 전기시설 가능 여부를 점검하는 순간 콘센트가 캠핑카 위주로 되어 있어 일반 콘센트와는 혼용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어쩔 수 없이 전기시설 사용을 포기하고 짐을 풀기 전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식탁 위에 먹거리부터 챙겼다. 한참을 식사를 하고 있을 무렵 사무실에서 한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자리가 사전 예약이 된 상황이라 건너편 쪽에 있는 구역으로 옮겨 달라는 내용이다.


전화위복이라 해야 할까. 옮긴 구역은 일반 콘센트와 혼용으로 쓸 가 있는 콘센트가 준비되어 있었다. 캐나다에서 캠핑은 처음은 아니지만 직접 준비하고 예약하고 가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도 하다.


텐트 설치 전에 준비하지 못한 것 중 하나가 있었다. 얼마 전 한국에서 가져온 소주는 준비가 되어 있는데 아내가 마실 맥주를 준비하지 못했다. 근교 마을을 검색해 본 결과 다행히 오분 이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거리에 스쿼미시(Squamish)라는 작은 마을이 있었다.

Liquor Store (주류 판매점)
스쿼미시(Squamish)라는 작은 마을

스쿼미시 마을 초입에 맥도널드가 눈에 제일 먼저 들어왔다. 따뜻한 커피 한잔을 마시고 Liquor Store가 있는 곳을 찾아 맥주를 사 들었다. 모처럼의 휴식은 주류가 빠지면 안 될듯한 개똥철학 같은 사명감이 있다. 어쩌면 한국 정서를 가지고 사는 까닭일 수도 있다. 지금 생각하니 맥주보다는 와인이 좋았을지도 모를 생각을 하게 된다.

 Klahane Camping Round에 텐트를 설치하고미리부터 장작 불을 피웠다.

파랑새가 텐트 주위를 한참을 맴돌면서 모닥불을 피울 때까지 나뭇가지를 오가면서 서성거린다. 돌 위에 지고 온 음식물 올려놓으니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주위를 살펴가며 몇 단계 날갯짓을 반복하여 먹이를 사냥해간다.


예전부터 야영을 즐겨했다. 한국에서의 일이다. 그 추웠던 엄동설한에도 야영지에서의 시간은 늘 행복했다. 나이가  탓일까, 아니면 낯선 이국이라는 정서적인 느낌에서 일까, 예전에 그리 즐겨하던 그 느낌이 아니었다. 밤이 길었다. 얼마 전 한국에서 귀국한 시차 적응 문제도 있었을 것이다.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산속에서의 특별한 새벽을 맞이했다.

야영지 주변으로 바다가 있다.기지개를 한껏 펴본다.

얼큰한 국물이 필요했다. 라면을 끓였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극치의 맛이다. 물론 어제저녁에는 삼겹살에 소주가 있었다. 이런 맛 때문에 야영을 즐겨했을 것이다.


일상은 보고 느끼고 자는 것부터 먹는 것 까지도 늘 평범하다. 자연 속에 하룻밤은 잠시 한정되어 간 시간일지라도 세상 굴레의 얽매임에서 벗어난 해탈의 경지 같은 그 무엇인가가 있었을까, 그래서 야영을 즐겨가고 찾아갔는지도 모른다. 


Shannon falls(샤논 폭포)

하룻밤 묵은 짐을 차에 옮겨 캠핑장 건너편에 위치한 샤논 폭포로 마지막 여행지 행로를 바꾸었다. 많은 관광객이 이른 오전부터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밴쿠버 여행지에 포함되어 있는 유명 여행지라고 한다. 샤논 폭포는 캐나다 브리티시 콜롬비아주에서 세 번째로 높은 355m의 높이를 자랑하는 폭포라고 한다. 눈으로 담기에 너무 경이로웠다. 거대한 물줄기의 조화, 신의 영역과도 같은 자연이 내려 준 위대한 선물이다.


밴쿠버로 돌아오는 길목마다 완연한 가을 날씨가 쉴 새 없이 유혹한다. 보는 것만으로도 가을을 감싸 안은 느낌이 든다. 이가을의 사색이 시작되었다. 어쩌면 지나온 날을 향한 사색의 시간이 많아지는 까닭에 가을이 외로워지는지도 모르겠다.


짧은 1박 2의 시간이었지만 미리부터 가을 속에 또 하나의 기억에 꼭짓점을 남겨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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