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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섭 Sep 21. 2019

밴쿠버로 가는 길

밴쿠버에 가면 소주가 양주로 변신한다

가을로 가는 길은 늘 설렘이 있다. 지루하고 무더웠던 여름을 떠나보낸 계절 탓으로 돌리기보단 가슴 벅찬 또 하나의  계절을 받아들이는 새로운 기대감은 아니었을까 싶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한국에서의 가을을 느끼지 못하고 공항으로 향했다.


공항은 늘 사람들로 넘쳐났다. 또 다른 세상의 창공을 나는 일은 한낱 새들의 날갯짓처럼 단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항은 지구촌을 공존한다. 숱한 이름 모를 도시가 낯설게 전광판에서 호객행위를 하고 있다.

캐리어를 보면 여행객인지 아니면  본국으로의 귀환인지 행보를 읽어갈수 있다.며칠간 온갖 것들을 정성스럽게 준비하여 공항에 도착했다.

한국을 떠나는 모든 이들의 가방 속은 소박한 유물과도 같은 어머니 보따리 모양을 닮아 있다. 쉽게 해외에서 구할 수 없는 온갖 잡다한 생필품과 우리의 전통 식료품에 이르기까지 가방에 가득하다. 제한 가방 무게를 넘지 않아야 하는 것을 고려해야 하는 일은 매번 짐을 쌀 때마다 고민스럽다.


저렴했던 한국 소주가 밴쿠버에 가면 값비싼 양주로 변신한다. 애주가를 자칭하여 술부터 챙기는 일 또한 익숙하다. 질보다는 양이 우선이다.

주류는 정해진 용량과 한 병 이상은 반출할 수 없는 통관 규정을 알면서도 무리해서 페트병에 담긴 1,8 리터 소주를 몇 병 챙겨 담았다. 한국에서는 값싸고 흔한 술임에도 챙기고 나면 마음듯하다. 부자가 된 느낌이다. 비행기를 탈 때마다 수량 초과를 했다. 운 좋게 공항 검사대를 빠져나오고 나서야 긴장의 끈을 풀어놓았다.


매번 가져온 짐을 풀 때마다 몇 병 더 챙겨 올 것을 후회감이 밀려온다. 끝이 보이지 않는 욕심 탓이다. 

비행기 탑승구

하늘을 날기 위한 탑승구는 나의 마음을 닮아가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의 표정이 제각각이다. 여행을 마치고 자국으로 귀환하는 이는 물론이고,  화려한 외출을 꿈꾸면 탑승하는 여행객의 모습, 이와는 달리 한국과 캐나다를 오고 가는 나를 닮은 이방인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다.

비행기 안에는 빈자석 하나 없이 만석이다

늘 밴쿠버를 떠날 때에는 직항노선보다는 제 삼국을 통한 경유노선을 택했다. 이번에는 대만. 타이베이 경유노선을 택했다. 물론 저렴한 항공기 가격도 염두에 두었지만 그보다는 이국의 공항 풍경을 읽어가는 덤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시간적으로 대기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지만 처한 일은 시간의 지루함보다는 호기심으로 빠른 시간의 흐름을 느껴가는 것이 통상적이다.


타이베이로 향하는 비행기 탑승 시간이 30분 지연된다는 사전 메시지를 여행사로부터  하루 전에 전달받았다. 현지에서 2시간 30분이라는 대기 시간이 주어져 있어 연착은 별다른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비행기를 이용하다 보면 한두 시간 연착되는 일은 다반사이기도 하고 직간접으로 숱한 경험을 했던 일이기도 하다.


몇 년 전에 일이다. 비행기가 이륙한 지 몇 분도 안되어 다시 인천공항에 회항했던 일이 있었다. 항공사의 대처 능력 미숙으로 항공사에서 제공해준 호텔을 전전하다가 3일 만에 밴쿠버에 도착했던 긴 비행 여정의 경험도 있었다.


예정시간보다 30분 늦게 탑승을 완료했다. 비행기 좌석 배열은 3.3.3식으로 되어 있었다. 좌석은 빈틈없이 만석이다. 내가 앉은 중간 좌석이 이륙할 시점까지 주인이 나타나지 않아 여유롭게 공간 활용을 할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이륙을 준비하고 있던 비행기가 공항 활주로에서 한 시간 이상 지체하고 나서야 OK  이륙 사인을 받고 공항을 빠져나왔다.


기내식

비행기가 이륙하고 정상 궤도 진입 사인 불이 켜지면서 서둘러 저녁 기내식이 제공되었다. 두 가지 종류의 음식 중에 하나의 음식이 선택에 주어졌다. 돼지고기를 볶아 소스에 올려놓은 음식을 선택했다. 미리 준비된 커피잔으로 와인과 대만 맥주 한 캔을 주문했다. 국적 비행기마다 기내식은 특색이 있긴 하지만 국적 불문하고 보통의 취향을 고려해서 기내식 메뉴가 제공되기 때문에 이국적인 음식이라는 느낌보다는 대중적인

음식의 식감을 즐겨간다.


한국영화 상영이 끝나갈 때쯤 타이베이 공항 착륙을 알리는  방송이 전해져 왔다. 공항에서의 비행기 연착으로 다음 행선지 탑승 대기시간까지 2시간 30분이던 대기시간이 50분으로 줄어들었다. 환승 입국심사까지 거쳐야 할 상황에서 마음만 바빠지기 시작했다. 면세점에서 몇 가지 준비해갈 선물마저 사지 못하고 바쁘게 발걸음을 비행기 탑승구로 옮겨 놓았다. 다행히 탑승 30분의 여유를 찾았지만 짧은 시간 동안 짐이 다음 행선지로 떠나는 비행기에 무리 없이 연결 수송이 이루어질지가 걱정이 먼저 앞서간다.


밴쿠버로 가는 비행기도 만석이다.

시간의 여유도 잠시 밴쿠버로 떠날 비행기에 탑승을 했다. 방금 전 한국에서 타고 온 비행기와 좌석 상황은 비슷했다. 이번 비행기도 운 좋게 가운데 좌석에 탑승객이 없었다.


밴쿠버까지는 5,600마일 10시간 반이라는 긴 비행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좁은 좌석에 앉아 10시간이라는 시간 동안 목적지까지 루하지 않게 갈 수가 있는 방법이 관건이다. 특별한 노하우는 없다. 머리만 기대면 자유롭게 잠을 이룰 수 있는 이들에게는 별반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피곤을 극도로 느껴가면서 뜬 눈으로 장시간 비행시간과 사투를 버려야 하는 나에게는 지루한 시간을 벗는 일만 남아 있다.


수면제 역할은 주류 밖에는 없는 단순한 방법을 택했다. 우선 기내식에서 제공받는 주류는 한정되어 있어 그마저도 한잔으로 취기가 느껴 잠을 청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님을 고민을 한다. 그렇다고 승무원에게 지속적으로 마실 술을 주문하기에도 한정되어 있다. 출발 하루 전부터 수면부족 상태로 만들었다. 다행히 기내식 식사를 마치고 난 후 잠이 엄수해 왔다.


잠에서 깨어났을 때는 이미 창밖으로 도심의 불빛이 희미하게 눈에 들어온다. 비행기 착륙을 알리는 방송이 들려온다. 비행기 동체가 심하게 흔들리면서 괭음 소리와 함께 활주로에 내려앉았다.


공항 출국장에 미리 나와 있던  아내와 작은 아들 모습이 보인다. 집을 떠난 지 24시간 만에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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