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속에 비추어진 내 얼굴 어제는 화난 얼굴 오늘은 환한 얼굴 거울 속에 비추어진 각기 다른 내 얼굴
화난 모습으로 거울 앞에 다가서고 나면
낯선 내 얼굴 누구시죠?
내일은 거울 앞에서 웃어야겠다.
젊은 모습처럼 함박웃음이면 더 좋겠지?
"나이 들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고 살아왔다."세월 가면 자연스럽게 얼굴도 늙어가는 것이 이치인데 책임까지"한때는 강한 생각으로 밀어냈다.
아침에 일어나 거울을 보면 자신이 없다. 한 번쯤은 멋있어 보일만도 한데 거울의 강한 정직성 때문일까, 어제와 같이 못마땅한 얼굴을 하고 있다. 거울에 비추어진 나의 모습을 보고도 세월의 지나가는 과정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뻔뻔함도거울 속에 숨어 있다.
대학을 진학하고도 미성년자들 출입이 제한되어 있는 다방을 마음대로 드나들질 못했다. 교외 지도 단속 교사로부터 어리다. 고등학생 같다는 이유로 늘 신분증 제시를 요구받았던 시절이 있었다.
남자들에게는 나이가 자존심이고 권력과도 같았다. 한 살 개입의 차가 하늘과 땅 차이었다. 군대에서 하루 선임은 영원한 선임이듯 남자들 세계는 나이에 민감했다.
어려 보이는 것이 싫어 옷 입는 것부터 말하는 것 까지도 신경을 썼다. 처음 대면하는 사람으로부터 나이보다 적어 보인다는 느낌이들 때에는 왠지무시당하는듯한 감정이 들었다.
불과 몇 년 전 일이다, 남들의 눈에서 차츰 내 나이를 찾아갔다. 젊게만 보여왔던 나이가막상 자리를 잡아가는 순간 석연치 않은 욕심을 키워가고 있었다. 항상 젊다는 생각이 오만을 부추긴 듯하다.
사진을 찍고 나면 후회를 한다. 사진은 거울보다도 더 정직했다. 옮겨가거나 고칠 수 없는 세월의 상흔같아 보였다.
아침에 일어나 화장실을 노크하다 보면정면에 걸려있는 대형 거울을 만나게 된다. 거울에 비추어진 모습이 왠지 낯설기만 하다. 찡그렸던 얼굴 탓일까,웃어도 보았지만 모습이 밝지 않다.
"나이 들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 하면 일소일소 일노일노('한번 웃으면 한번 젊어지고 한번 화내면 한번 늙는다')의 법칙을 지켜보자. 웃어 볼일이 인색해서 일까, 5분도 안되어 일노일노의 찡그린 얼굴을 하고 서 있다. 울다가도 웃어 보이는 심정으로 웃음에 다가서 보기로 했다. 울다가 웃으면 ~~ 된다는 말이 보약이 될 수도 있다는 호기심이 생겨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