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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줍다
잡초
눈으로 보는 것만이 아름다워야 하는 것은 아니다
by
김종섭
Sep 28.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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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영혼의 그림자마저도 지나쳐 버린 무심한 하루.
따가운 눈총도 아랑곳없이 너는 피어나고 있구나.
가뭄에 물 한 모금 내어 먹지 못한 굶주림에도 갈라진 대지 위에 꿋꿋하게 피어오른 너의 영혼이 애처롭다.
화단에 피어난 꽃들 틈에서 밤새 너의 이름 지워보려고 서럽게 울며
깨어난 아침 뜨락,
너의
삶을 송두리째 뽑아 던져 버리고 말았구나.
삶이 어찌 너 인생만 그러하련만 다음 해에 피어날 때는 향기 있는 예쁜 꽃으로 피어나 다오.
너의 이름을 벗고..,
꽃은 아름다워야 꽃이라 불렀다. 향기가 없어도 아름다운 자태만으로도 꽃이라는 이름을 불러 주었다.
꽃의 느낌이 없는 꽃은 우리는 잡초 또는 들꽃이라는 이름을 불러주었다. 미국의 에머슨이라는 철학자는 "잡초란 아직도 그 가치를 발견하지 못한 식물이다"’라는 의미 있는 말로 잡초에게 힘을 얻어주었다
잡초는 한자로 雜草, 영어로는 weed라고
한다. 국어사전적으로는 ‘가꾸지 않아도 저절로 나서 자라는 여러 가지
풀'이라는
말로 그 뜻을 전한다.
"흙이 있는 곳에 잡초가 있다"라는 어느 작가의 말을 기억한다. 지구촌 어디든 흙이 있는 곳에 생물체가 존재한다는 진실과 함께 모든 식물 또한 흙에서
만큼은
평등한 가치로 봐주어야 한다는 교훈적인 말이 아닐까,
"하느님은 쓸데없는 물건을 하나도 만들지 않으셨다, 너도 꼭 무엇엔가 귀하게 쓰일 것이다" '강아지똥'이라는 동화 내용 일부를 기억해 본다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라는 옛말도 기억해 냈다.
화단을 정리하면서 무의식적으로 잡초를 뽑아 버리고 나니 왠지 화단이 허전해 보였다.
화단이 아름다웠던 것은 잡초의
움직임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의 감정이다.
이 시간에도 인간으로부터 끊임없이 제거 위협을 받아가면서 어디에선가 오늘도
생을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반면, 사람의 도움 없이도 따가운 눈총을 받아가며 꿋꿋하게 버티어 자라나는 잡초의 강인한 생명력에 한 번쯤은 응원을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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