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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섭 Oct 09. 2020

꿈꾸어 가는 편의점의 하루

돈의 자유로움을 주는 순간 삶이 행복하지 않을까,

핸드폰에 시간을 들여다보니 하루를 떠나보내고 새로운 하루의 열림이 있는 자정 시간인 12시 10분을 막 지나가고 있다. 습관적으로 잠이 안 올 때는 왠지 무엇인가 빼먹은듯한 허전한 느낌이 든다. 주범은 배고픔이었다. 집을 빠져나와 골목 모퉁이를 돌아서면 제법 큰 LG 25시 편의점을 만날 수가 있다. 늦은 밤 시간대임에도 편의점 문은 활짝 열려 있는 상황이라 열고 닫고의 번거로움 없이 매장 안을 들어설 수가 있다.


오고 가는 손님이 많아 낯설고 기억해 내기가 쉽지 않을 텐데 대학생으로 보이는 아르바이트생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친근하고도 상냥한 목소리로 나를 알아봐 주었다. 생각지 못했던 관심 미소 짓게 한다. 많은 손님들 틈에서도 그것이 진심이든 상술이든 따지거나 보탤 일 없이 무조건 조건 없이 기억해준다는 하나만으로도 기분 좋은 다. 사실 인사를 나누고 있는 아르바이트생을 나는 기억해 내지 못했다. 어쩌면 아르바이트생도 마찬가지 입장은 아니었을까,


평상시 같으면 사고자 하는 물건만 사고 뒤 안 돌아보고 편의점을 빠져나올 텐데 그녀의 친절한 인사에 왠지 어떤 말이라도 한마디 물어봐주고 나오고 싶었다. 계산이 끝나기도 전에  "이 늦은 시간까지 일해서 돈을 어디에 쓰시려고 하세요" 그녀는 빙그레 웃어 보이면서" 쓰고 싶은데 쓰려고요"대학생 정도 되어 보이는 앳된 모습 그렇다면 대학생이 맞을 텐데 늦은 밤까지 일을 하면서 도대체 쓰고 싶은 곳이 어디일까 하는 궁금증에 카운터 앞으로 한 발자국 바짝 다가섰다.


"혹시 학생이세요"
"아니요 직장인입니다"
"저는 모습이 앳돼 보여 학생인 줄 알았네요. 그런데 직장인이 어찌 늦은 밤까지 일을 하세요. 힘드시지 않으세요"
"직장 일이 매번 일찍 끝나는 일이라서 아직은 힘들거나 피곤하지는 않아요"
"죄송하지만 하나 물어보아도 될까요"

"아저씨는 무엇이 궁금하신데요"

" 투잡을 하면서 까지 돈을 벌어야 하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해서요"
"아니요 그런 것은 없고요, 해외여행을 한 번도 가보지 못해서 돈을 모아서 가보려고요"

미쳐 생각지 못했던 질문에 답이 나왔었다. 
"어느 나라를 가보고 싶으신데요"
"파리요"
"파리 좋지요, 그럼 파리 이외에 가보고 싶은 나라 다섯 군데를 뽑는다면 어느 나라를 선택하고 싶으세요"
"가까운 대만과 일본도 가고 싶고요. 좀 더 기회가 주어진다면 시드니랑 홍콩도 가보고 싶어요"

다행히 예전에 일본과 대만을 가본 경험이 있어 여행 중에 느꼈던 도시의 이미지를 간단히 설명해 주었다.

"학생 그럼 혹시 캐나다에 있는 밴쿠버는 안가보고 싶으세요"
은근히 내가 원하는 질문에 답변이 밴쿠버라는 도시도 포함되어 있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밴쿠버도 가고 싶지요"
그녀는 새로운 도시라면 어디든 동경하는 눈치 었다.
"학생 다음에 제가 다음에 물건 사러 올 때 밴쿠버에 관한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생각해 두었다가 물어보세요. 제가 밴쿠버만큼은 상세하게 설명해 드릴게요"


마트를 빠져나오면서 그녀의 돈에 가치와 목적은 젊음 시절 나와는 현저하게 다른 젊은 시대를 보내고 있었다. 물론 젊은 날과 결혼 이후의 관계는 차이가 있긴 하다. 예전에 돈을 버는 목적은 먹고사는 일반적인 수준이었다. 지금도 목적의 완성은 별반 틀리지는 않지만 예전에 비해

삶의 질을 높여가는 것에 돈의 쓰임은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예전에 돈은 항상 자유로움을 즐기지 못했다. 돈을 벌고 쓰는 과정에서 쓰는 것이 익숙지 못한 탓이 아마도 쓰는 자유를 잃어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돈은 여유 없이 먹고사는 일에 급급했고 여유와 여가를 즐기는 일이 사치이고 낭비라는 습관이 몸에 베여 있었던 시대적인 탓도 있었을 것이다.


그녀는 훗날을 보장하는 돈의 위력적인 필요성보다는 인생 중에 어느 정도  정해진 젊은 날의 시간과 순간을 즐겨가려는 것에 비중을 두고 있음이 분명했다. 그녀와 짧은 대화 속에 느껴오는 부러움의 감정중 하나가 먹고살기 위한 단순한 돈의 용도는 니라는 이유이다.


코로나로 인해 세상 안팎은 혼돈의 시간을 가져가고 있다. 하늘을 날던 비행기도, 밤낮없이 북새통을 이루던 공항도, 어딜 가든  조용하다. 세계의 축은 이웃나라가 그리 멀지 않은 세상의 친교를 이루고 살아왔다. 그런 지구촌이 지금 오랜 침묵의 시간을 가지고 있다. 그녀를 만난 것이 작년 이때쯤의 일이다. 지금 각국의 문이 닫힌 상태에서 아직까지도 그녀는 여행을 꿈꾸면서 편의점에서 늦은 밤까지 손님을 맞이하며 배웅해 가고 있을지 궁금해온다. 그녀에게 밴쿠버에 관한 정보를 전해 주지 못하고 가을이 시작되어가는 어느 해 한국을 떠나 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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