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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섭 Feb 03. 2021

죽음에 관해서

죽음은 선택이 아니다.

죽음에는 순서가 없다

죽음을 맞이하는 일은 순서가 없다고 한다. 선택할 여지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론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은 제외한 말이다. 죽음을 먼저 맞이한 이가 어른이 된다고 한. 사후세계의 입문은 이승의 나이와 무관하게 제한을 두지 않았다는 뜻일 수도 있다.


죽은 이는 말이 없다. 유언을 남기고 떠날 수 있다는 것은 산 사람에게 최소한의 예의이고 의리가 아니겠는가, 또한 떠나가는 이는 홀가분하게 갈 수 있는 어쩌면 축복일 수도 있다. 사람들은 미리부터 죽기 전에 유언을 남기고 유산까지 정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자신이 마지막으로 입고 갈 수의까지도 손수 준비해 두는 일을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가 있다.


백세 인생에 절반을 조금 더 살았다. 아직도 산만큼 정도는 남아있다. 물론 백세의 기준을 지켜내지 못하면 절반도 안 되는 시간이기도 하다. 자신은 늙지도 병들지도 심지어는 죽지도 않는다는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다. 시간이 점차 흐르면서 늙어가는 것을 차츰 인정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도 병들거나 죽음이라는 것은  내가 아닌 타인에 일이라는 생각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물론 알면서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다. 


할머니를 뵐 때마다 늘 그러셨다.

"어서 빨리 죽었으면 좋겠다고, "

그것이 손주든 지인이든 인사말 뒷에 꼭 따라붙었다.

흔히 3대 거짓말 중에 할머니의 말씀단연코 첫 번째이다.

두 번째가 "노처녀가 시집가기 싫다"

세 번째가 "장사꾼이 밑지고 판다는 거짓말"

할머니의 말씀이 거짓이 아닌 진심이었을까, 어쩌면 몸이 고통스러워 삶이 지겹다는 생각에 진심으로 말씀하셨을지도 모른다.


아내와 말끝에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

"준우 아빠!!  내가 먼저 죽으면 어찌할까요. 어찌 되었든 제가 좀 더 살아야 하지 않겠어요"

분명 나이가 먹었나 보다. 아내는 측은지심으로 접근한다. 불과 몇 년 전까지해도 아내 없이도 오랜 세월을 기러기로  꿋꿋하게 생활해 왔는데 지금은 남편이 미덥지가 않은 듯하다. 옛말에 "과부는 혼자 살아도 홀아비는 혼자 못 산다. 과부는 쌀이 세 말 있지만, 홀아비는 이가 세 말 있다." 옛말을 근거로 둔다면 아내의 말이  맞다. 


죽음을 생각하면 가슴이 막막해진다. 새삼 죽음을 목전에 둔 사람들 마음을 헤아려 보게 된다. 어쩌면 오랜 투명 끝에 있는 환자의 경우는 오히려 삶을 미리부터 내려놓고 평온한 상태로 죽음을 바라볼 수 있는 예외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인생 뭐 있나" 가끔은 굴곡진 시간을 내려놓아 본다' 마음이 평온해온다. 잘난 놈 못난 놈 이승의 줄 세우기 위한 절차가 까다롭다. 결국엔 까다로웠던 절차도 죽음 앞엔 원점으로 돌아가는데 오늘도 서로를 견제하면서 잘난 놈 되어 보려고 발버둥 치며 앞줄에 서려한다.


조금 전 이전에 같이 근무했직장 젊은 동료와 장시간 메신저를 나누었다.

"하늘아 담배 좀 끊어라. 아직 살날이 많잖니, 나는 죽을 날이 가까워 오지만. ㅎ"

"형님 천국이 가까워 오시는군요ㅎㅎ"

"글쎄 천국이 있을까" 

"천국은 자신의 믿음에 있습니다"

"누가 목사 아들 아니라 할까 ...."

"형님 오히려 이 땅보다 좋을 것입니다. 우리가 온 곳으로 돌아가는 날 그곳에서 다시 뵙지요 ㅎ"

"무슨 오늘이라도 죽을 놈 같은 말을 하니 "

그 친구의 말대로라면 죽음은 두려움이 아닌 축복일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살짝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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