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 추억이 돌아왔다

사진 속 추억이 세월의 길목을 잡아 놓았다

by 김종섭

제주도 여행 중에 있는 아들이 어디선가 본 듯한 낯익은 사진 한 장을 카톡으로 보내왔다.

제주도 차귀 횟집

"아빠! 저 횟집 기억해?"

"아 맞다. 저긴 우리가 갔던 제주횟집이네"

사진을 보는 순간 아들이 그곳에 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아내와 아들은 여름방학을 이용하여 한국에 귀국했다. 귀국 몇 달 전부터 나는 설렘과 흥분된 마음으로 제주도 가족 여행을 야심 차게 준비해 왔다.


그해 제주 여름 앞바다는 육지와 함께 숨 고르기를 하듯 평온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첫날은 두 시간가량 체험 배낚시를 떠나는 것으로 여행의 시작을 잡았다.


가족을 태운 낚싯배는 육지의 경계선이 눈앞에서 흐릿해질 때쯤 선장은 배를 멈추어 세웠다. 일명 낚시꾼들이 이야기하는 낚시 포인트 최상의 장소를 찾은 것이다.

"오늘 날씨 한번 끝내줍니다 ㅎㅎ"

선장은 너털웃음을 짓어 보였다.

바람이 유난히도 많은 삼다에서 바람을 따돌리고 잔잔한 바닷길을 만난 오늘 "날씨 한번 끝내줍니다"라는 말은 적기에 제대로 쓰인 듯하다.


정박한 배 틈 사이로 작은 파도의 부딪침은 미온적이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아내로부터 심각한 문제가 생겨 나기 시작했다. 작은 파도의 출렁임마저 애교로 받아 주질 못하고 지속적으로 뱃멀미에 고통스러워했다. 아내는 배가 출항하기 이전부터 속이 울렁거림을 호소를 해온 상태이다. 애당초 낚싯배에 승선한 것이 문제가 되었던 것이다.


큰애와 작은 애는 엄마가 뱃멀미에 고통스러워한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조금 전 선장을 통해 배운 배낚시 방법을 가지고 낚시하기에 바빴다. 낚싯줄을 던지기도 무섭게 이름 모를 물고기를 하나둘씩 건져 올리기를 반복했다. 일명 손맛을 느껴가는 순간이다.


낚시를 시작한 지 30분가량이 지났을까, 아내는 더 이상 고통스러운 뱃멀미를 인내로 해결하기 힘든 단계에 이르렀다. 결국엔 하던 낚시를 정리하고 육지로 돌아왔다.


짧은 시간 동안 잡은 물고기는 만족할 만큼의 어획 기준은 모르겠지만 처음 경험해보는 배낚시 치고는 대만족이다.


선착장 앞쪽으로 횟집 하나가 눈에 들어섰다. 직접 잡은 물고기를 가지고 선장을 따라 횟집 안으로 들어섰다. 잡아온 물고기로 회를 뜨고 간단한 밑반찬과 매운탕을 끓여 냈다. 물론 가격도 저렴하기도 했지만. 자신이 직접 잡은 싱싱한 회를 직접 먹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최상의 만족감을 느낄 수가 있었다. 아들이 카톡으로 보낸 사진이 바로 그때 그 횟집의 전경을 사진에 담아 보낸 것이다.


늘 여행지에 가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있는 포즈 없는 포즈까지 동원해서 사진을 찍어 내기에 분주하다. 그러한 포즈를 우리는 일명 똥폼 내지는 개폼이라고 불렀다.


한참의 시대를 미루어 내려가다 보면 아날로그 카메라 시대가 있었다. 그땐 사진 한 장 한 장이 귀하고 값질 수 밖에는 없었다. 비싼 필름 때문에 사진 한 장을 찍더라도 온갖 정성과 혼을 담았다.


오늘 아들이 보내온 사진을 보면서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시간을 펼쳐 놓고 잠깐 동안이지만 행복한 마음으로 머물러 있을 수가 있었다.


사진 속 사진을 들여다보니 십 년이 훌쩍 지난 횟집은 변한 것이 없었다. 그곳에 가서 다시 서면 십 년 전으로 마음이나마 되돌릴 수 있을까, 하는 소박한 꿈을 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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