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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섭 Oct 20. 2021

운전면허 취소 주범은 마우스 스프레이였다

요즘은 양치를 해도 쉽게 개운함을 느끼지 못한다. 입 냄새까지 살짝 동반하여 마음이 편하지가 다. 증상인즉, 음식 찌꺼기가 부패하여 악취가 나는 치주 질환일 것이라는 네이버 지식인의 답변이다. 


며칠 전부터 잇몸이 붓고 치아 상태가 안 좋아 세균 제거 측면에서 한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가글[gargle] 다시 사용하기 시작했다. 직장 내에서도 점심을 먹고 난 후 때론 양치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안돼 별도로 휴대용 마우스 스프레이를 챙겨 사용해 왔다. 


지방 출장 중에 음주 단속 측정에 가글이 연관 안 좋은 기억이 있다. 그 후 한동안 가글을 사용하지 않았다. 전날 거래처 사장님과 저녁식사가 마련되어 있었다. 식사를 하면서 소주 한 병을 나누어 마신 것이 전부이다. 음주로 인해 낯선 도시에서 하룻밤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다음날 새벽 일찍 귀가를 서둘러 톨게이트 방향으로 항하고 있는데 도심 한복판에서 음주 단속을 하고 있었다. 왠지 어젯밤에 먹은 술냄새가 석연치 않아 순간 가지고 있던 마우스 스프레이를 입속 가득 사정없이 뿌려 됐다. 아마도 그때 순간만큼은 많이 당황하고 긴장이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선생님 지금부터 음주 측정을 하겠습니다"

경찰관은 측정기를 운전자 앞으로 내밀었다. 호흡을 가다듬어 측정기에 힘껏 입김을 불어넣었다. 측정기 신호음이 왠지 예사롭지 아니한 불길한 느낌이 감지되었다.

"선생님 어젯밤에 술 많이 드셨나 봅니다"

"아니요 소주 3잔 정도 마신 것뿐이 없는데요"

"선생님  알코올 혈중 농도가 0.02 나오셨습니다"

"그럼 어떻게 되는 거죠"

"0.01% 이상이시면 운전면허 취소에 해당되십니다"

하늘이 노랗게 보인다는 표현이 이런 상황을 두고 한 것이라는 것을 경험하는 순간이다. 


"선생님 자리를 옮겨서 다시 한번 음주 측정을 해보겠습니다"

경찰관은 도로 갓길에 주차되어 있는 경찰 승합차량 안데려갔다. 

다시 측정해도 결과는 마찬가지 었다.

"경관님 호흡 방법 말고  다른 측정 방법은 없을까요?"

"원하시면 채혈측정으로 해드리겠습니다"

"네 그럼 그 방법으로  다시 측정해 주세요"

혹시나 면허 취소 수치가 적게 나올 수도 있다는 기대감 때문인지도 모른다. 물론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시간을 벌어 보자는 의도가 그것이다. 시간의 여유를 틈타 또 다른 해결책이 나타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바로 길 건너편에 충북대학교 종합 병원이 있었다. 병원 채혈실에서 채혈검사가 끝났다.

"고객님 일주일 이내에 결과 경찰서를 통해 통보해 드리겠습니다"

간호사의 말이 그날따라 차가운 느낌으로 들려왔다.


지금 생각해보면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3일이라는 시간은 지옥과도 같았다. 3일째 접어드는 오후, 낯선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여보세요 누구세요"

"김종섭 씨 되시나요"

"제가 김종섭인데 어디시죠?"

여기는 청주 흥덕경찰서입니다. 요일 전 음주 측정 결과에 관련되어 전화드렸습니다" 

"결과가 어떻게 나왔나요.? "

자세한 상황은 경찰서에 나오셔서 확인하시면 되겠습니다"

"그럼 경관님! 운전면허 취소인지 아닌지만이라도 말해주실 수 있나요"

다급한 마음에 취소만 아니길 바라는 마음에서 물어보았다

"취소는 아닙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하늘을 날 것 같은 기분에 마음은 한결 가벼웠다.


음주 측정하기 전까지의 상황 전말을 상세히 진술서에 작성하고 최종 사인을 하고 담당 경찰관에게 제출을 했다.

"경관님 알코올 농도가 어떻게 나왔는지 알 수 있을까요?"

" 이상하게도 알코올 농도가 전혀 검출이 되질 않았습니다"


나중에 정체가 밝혀지기는 했지만, 마우스 스프레이가 주범이었다. 스프레이에는  80프로 이상이 알코올 성분이 함유가 되어 있어 단속에 적발된 것이다.


한편으로 아쉬움도 강하게 남았다. 호흡 측정 전 일단 입을 물로 헹구어 내고 측정에 임하는 규정 준수했었다면 하는 안타까움 뒤편엔 화도 났다. 규정대로 행했다면 며칠을 이토록 마음 조이고 고민하지 않았을 것이다.


상황을 끝내고 보니 아찔함도 남는다. 채혈검사를 별도로 포함하지 않고 호흡 측정 결과에만 의존했었다면 아마도 운전면허가 취소되는 아픈 경험을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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