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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섭 Jun 20. 2021

아들이 독립을 통보해 왔다

아들은 강아지와 함께 집을 떠났다

아들 나이 23살, 며칠 전 아들은 갑작스러운 독립을 통보해 왔다. 이유는 혼자 살아보고 싶다는 것이다. 이유에 조건이 붙었다. 두 달 동안 독립해서 살아보고 아니다 싶으면 다시 집으로 들어올 수도 있다는 전제가 붙었다. 물론 독립하고자 하는 명분은 있었다. 자신을 조용히 돌아보고 싶은 시간을 가져보고 싶다는 것이다.


독립하기 위해서는 우선 집을 구해야 하는데 일단 트 비용이 만만치가 않다. 물론 아들은 독립에 필요한 최소한의 생활비용이 든다는 것을 모를 리 없다. 한국의 경우에는 일단 전. 월세 제도 있기 때문에 자신의 여건을 감안해서 선택을 고민해 볼 수 있지만, 캐나다에서 을 구하는 일은 한국 주거문화와는 달리 월세라는 제도만 존재할뿐 전세 제도는 존재하지 않아 선택의 여지가 전혀 없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젊은 층이 독립하기 위해서는 수입에 절반 이상을 렌트비용으로 지출해야 하는 경제적인 부담을 안고 있다.


오늘 드디어 아들이 독립하는 날이다. 이른 오후 회사에서 퇴근하고 돌아온 아들은 방에 들어서자마자 이삿짐부터 싸기에 바빴다. 아들이 독립을 생각을 하고 결정하기까지는 나름대로 신중히 많은 고심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부모 마음에서 아들의 행동은 일종의 충동적이고도 즉흥적인 행동 같아 보였다.


아들은 몇 개의 박스를 가져와 가져 갈 짐을 캐주얼하게 포장해 놓았다. 옷장에서 입을 옷만 챙긴 듯 나머지 옷은 움직임 없이 고스란히 옷장에 남아 있었다. 신발장 상황 또한 옷장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아들이 트한 아파트는 집에서 차로 십분 남짓한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있다. 짐을 쌓아 놓은 박스를 승용차로 이사할 곳에 옮겨놓고  마지막으로 강아지를 데리고 가는 순서로 아들의 이사가 마침내 끝이 나고 말았다.


아들은 집에서 평상시 자정을 훨씬 넘긴 후에야 취침에 들어가는 야행성 습관을 가지고 있다. 강아지 또한 늦은 밤 아들의 산한 움직임 때문 자연적으로 같이 깨어 있는 밤을 보내어 왔다. 


아들이 이사를 떠난 첫 밤을 맞이했다. 아들과 강아지의 부재 때문일까, 냉장고를 비롯한 집안의 미세한 소음까지도 시끄러움으로 밀려드는 조금은 낯선 풍경이 연출되어 간다.


큰애를 키울 때와는 달리 작은애는 활동성이 있고 또한 부모 곁을 항상 맴도는'껌딱지가 되었다. 빨리 성장하여 껌딱지를 떼어 낼 수 있는 날을 기대했던 시간이 벌써 성인의 시간을 맞이하고 독립이라는 또 다른 새로운 전환기를 만들어냈다. 


품 안에 자식이라고 했다. 어느 날 자식이 부모의 품 안에서 멀어져 갈 때 부모의 존재감보다는 친구의 관계가 더 돈독해져 가는 사실에 씁쓸해했다. 가족이란, 지지고 고 살아야 정이 쌓여간다는 말을 이전에는 이해하지 못했다. 점차적으로 자식이 성장해 가고 독립 내지는 결혼이라는 시점의 나이가 되어가면서 부모가 의도했던 데로 자식의 마음과 행동을 살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마치 부모와 자식 간의 거래 관계가 끝난듯한  미묘한 감정이다.


아내는 아들이 떠난 후에도 내내 묵묵부답이다. 오늘은 일찍 자야겠다면서 침실로 먼저 들어갔다. 아내의 자식 사랑 깊이가 큰 만큼 충격 또한 컷을 것이다. 


다음날 오후 아내의 핸드폰으로 문자 한 통이 왔다.

"엄마!! 일요일 강아지 (Gogi) 데리고 저녁 먹으러 갈게요"

아들의 문자였다.

"Gogi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고 있으려나 모르겠네요"

"하루 못 보았다고 Gogi가 이리도 보고 싶은데 나중에 손주 생기면 얼마나 이쁘고 보고 싶을까요"

이제 겨우 하루밖에 안 지난 강아지가 보고 싶다고 아내는 감정을 토로한다.

사실, 아들이 강아지 분양 문제를 제안해 왔을 때 아내는 결사반대한 장본인중 한 사람이다. 그런 아내가 아들의 문자 내용보다 강아지 근황이 궁금했던 모양이다. 일요일이 되려면 아직도 며칠이 남아있다. 아마도 이번 일요일까지 기다림의 시간이 아내뿐만 아니라 나도 길게 느껴질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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