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종섭 Oct 22. 2021

아들은 항상 뒤끝이 있다

여름방학을 이용하여 아들은 아내와 함께

한국을 방문했다. 혼자 사는 아빠의 지루함과 외로움을 대신할 선물로 아들은 기타를 생각해 냈다. 받는 선물의 기쁨보다는 어느새 마음까지 성숙해진 아들의 대견스러움과 흐뭇함이 가슴 깊이 뜨겁게 와닿는 순간이다. 기쁜 마음에 선물한 기타를 열심히 배워 보겠다고 다짐했다. 한동안 노력을 해보았지만 아쉽게도 게으름 탓에 결국엔 연습과정은 오래가지 못했다.


오랜 시간 동안의 기러기 생활을 정리하고 가족이 있는 캐나다행을 결정했다. 7년이라는 시간을 혼자 보내온 살림살이 정리 과정은 생각보단 단조로웠다. 일부 무겁고 부피가 있는 물건을 먼저 챙겨  이민가방에 담아 국제 선박 화물을 이용 떠나보냈다. 나머지 남은 옷가지와 잡다한 짐은 탑승할 비행기 수화물을 이용하기로 했다.


짐을 정리하고 보니 문제가 하나 생겼다. 남아 있는 기타 처리 문제가 애매했다. 항공편을 이용해서 가져가기엔 이미 쌓아놓은 가방 중 하나를 포기해야 했다. 결국엔 기타를 내려놓고 필요하다는 지인에게 기타를 넘겨주는 것으로 이삿짐을 마무리했다. 


아들은 자신이 선물한 기타를 다른 사람에게 주고 왔다는 사실이 끝내 못 마땅하고 서운했던 것 같다. 며칠 전 가족끼리 저녁식사 자리에서 선물에 관한 이야기가 화두가 된 적이 있다. 아들은 선물 이야기 끝에 이제는 잊을법한 기타 이야기를 못 마땅한 어투로 다시 꺼냈다. 


"저 자식 정말 뒤끝 있네"

식사를 마치고 씁쓰름한 표정으로 방을 향해 가고 있는 아들의 뒷모습을 향해 한마디 던졌다. 아내가 옆에서 상황을 지켜보다힘겹게 입을 열어 아들의 역성을 들기 시작했다.

"현우는 어릴 때부터 다른 아이들과는 달리 유난히도 주고받는 선물의 의미를 매우 중요시했어요"

아내의 말을 듣고 있는 순간 무엇엔가 한대 얻어맞은 기분이 들다.


같은 시기 아들의 고등학교 졸업 선물로 무엇을 사줄까 고민하다가 받고 싶은 선물을 아들에게 직접 물어보았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십자가가 달린 금목걸이를 가지고 싶다고 한다. 아들은 어렸을 때부터 유난히도 목걸이를 좋아했다. 사준 목걸이를 한번 착용하면 단 한 번도 목에서 떠나는 일이 없을 정도로 강한 애착을 보였다. 아내의 말을 듣고 보니 선물이라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었던 것 같다. 아들과 함께 목걸이를 사기 위해 종로 3가에 밀집되어 있는 주얼리 매장을 찾았다. 목걸이의 디자인도 다양했지만 이미 정해 놓은 것이 있어 한치 망설임 없이 십자달려 있는 목걸이를 살 수가 있었다.


아내는 방 안에서 끊어진 목걸이를 들고 나왔다.

"이 목걸이는 뭐야"

"당신이 현우 고등학교 졸업 선물로 서울에서 사준 목걸이잖아요"

나는 아들과 함께 종로까지 나가 목걸이를 사주었다는 기억마저도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현우가 목걸이가 끊어져 며칠 안 하고 다니더니 왠지 불안하다고 하루라도 빨리 고쳐 달래요"

아내의 말을 듣는 순간 아빠가 선물한 목걸이를 아직도 소중하게 간직해 오고 있는다는 사실만으로도 아들의 뒤끝을 이해할 것 같았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아들의 뒤끝은 무제이다. 단순하게 아들의 오래된 감정을 들여다보면 누구라도 간혹 서운함을 표출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선물은 굳이 기념일이라는 연관성을 떠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행동을 가지고 어떠한 물건이라는 의미가치를 옮겨가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자신이 선물한 것을 상대가 고이 간직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분 좋은 일이다.


아들방 한쪽 부분에 아들의 기타가 놓여 있다.

"현우야! 아빠가 당분간 기타를 좀 빌려 쓰면 안 될까?"

"왜요 기타 배우시겠요"

"다시 기타를 배워보려고"

"그러세요. 가져다가 배우세요"

아들은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말 없이 흔쾌히 기타를 빌려준다고 다.

아들이 가끔 서운한 감정을 가지고 했던 말이 결국 뒤끝은 아니었다는 확실한 믿음을 가지고 기타를  방을 빠져나왔다.

이전 17화 아들이 독립을 통보해 왔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