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종섭 Nov 10. 2021

캐나다의 현충일과 한국의 '빼빼로데이'

캐나다 Remembrance day

11월 11일은 캐나다의 현충일이다. 'Remembrance day'라 한다. 11일은 법정 공휴일로 지정되어 있다. 사람마다 왼쪽 가슴에 'poppy'라는 꽃을 달고 한 달간 참전 용사들의 넋을 위로하고 기억한다. 캐나다 참전 용사들은 한국처럼 외부 침략에 맞서 자국의 영토를 수호하다 순국한 분들이 아니다. 세계 1·2차대전을 비롯, 우방을 위해 참전했다가 전사한 분들이다. 문헌을 찾아보니 우리 6·25전쟁 때 16국 중 셋째로 많은 2만6791명을 한국에 파병했고, 571명이 전사했다고 한다.


우리는 자국 이익을 방어하기 위해 순국하신 분들을 6월 6일 현충일에 추모하고 기억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조기를 내걸고, 정치인들은 얼굴 살리기 일환으로 현충원에 헌화하고, 사이렌 울리며 묵념하는 것이 전부이다. 추모, 기억보다는 공휴일 휴무라는 데 무게를 두고 하루를 보내는 이가 대다수이다. 그마저도 단 하루 지나면 그 숭고하게 전사하신 분들을 기억에서 또 내려놓는다.

'Remembrance day'를 앞두고 느끼는 것이 많다. 내가 비단 캐나다에 살기에 이 나라의 장점을 부각하려는 의도는 결코 아니다. 우리는 11월 11일 하면 빼빼로데이가 먼저 떠오르고 화이트데이, 밸런타인데이, 로즈데이 등 많은 외국 풍속 문화에 더 익숙해지고 기억하려 한다. 요즘은 또 다른 신종 풍속도인 핼러윈 문화까지 가세해서 혼란을 가중시킨다고 한다. 남북한이 대치한 상황에서 안전 불감증도 커지고, 진정 자국을 위해 전사하신 분들에 대한 추모의 마음이, 제3국을 위해 전사한 이들의 영혼 가치에도 못 미치는 것은 아닌가? 캐나다 사람들은 한 달 내내 가슴에 꽃을 달고 그들을 기억하는 시간으로 보내고 있는데 우리는 일회 행사성 기념일로 지나쳐 버리고 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된다.


문명의 변화는 고도화된 사회를 표방한다. 또 옛 역사를 지우기보단 잃어간다. 하지만 우리에겐 변화가 주어져도 잊어서는 안 될 것들이 있다. 우리 아이들이 영어 하나에만 익숙해져가는 와중에, 기성세대마저 잊어가고 있는 역사의 숨결, 숭고한 그것, 선대의 희생은 그래도 담아 가야 하지 않나 싶다. 물론 역사 속 고난의 흔적은 지우고 싶은 것도 있겠지만, 먼저 희생한 분들은 기억해야 함이 옳은 듯하다.


《2014년도 조선일보에 실렸던 내용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