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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섭 Dec 31. 2021

캐나다에도 샤브샤브가 있다

이른 아침 창밖으로 보이는 세상은 온통 눈으로 뒤덮인 고립된 도시같았다. 캐나다는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기점으로 연말연시 쉴 새 없이 눈과의 전쟁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오늘은 아내의 생일이다. 하루를 남겨놓고 한 살을 더 먹었으니 아쉽다는 표현보다는 억울하다는 표현이 맞을법한 생일을 맞이한 것이다. 오늘 아내의 생일을 맞이하여 모처럼 밴쿠버 다운타운가에서 가족 점심식사를 계획하고 있었다. 아침에 내린 눈으로 찻길이 부담되어 가까운 메트로타운 식당가로 행선지를 변경했다.


점심 메뉴와 식당 예약은 작은 아들이 진행했다. 아들은  핫팟(hot pot)으로 유명하다는 메트로타운가 중심에 위치하고 있는 중국식당을 예약했다. 일종에 맛집이라고 한다. 사실 나에게는 핫팟(hot pot)이라는 말뜻 자체부터가 생소했다. 아내는 이전에 먹어본 경험있었던 것 같아 매우 만족한 표정이다. 오늘은 선택과 관련해 어떤 선택이든 아내가 원하는 것을 가족 모두는 이유를 달지 않고 무조건 들어주기로 했다.

훠궈이라는 (hot pot) 맵고 담백한 두 가지 국물 맛을 담은  냄비를 식탁위에 올려 놓았다.

핫팟(hot pot)이란 샤브샤브의 원형이 되는 중국 요리로 중국말로는 '훠궈'라는 이름으로 끓이는 그릇을 뜻한다고 한다. 캐나다를 비롯한 여러 서양 국가에서는 핫팟(hot pot)이라고 부르지만 한국에서는 샤브샤브 정도로 봐주면 될 듯하다.


맵고 담백한 두 가지 국물로 맛을 즐길 수 있도록 나누어진 냄비가 식탁 인덕션 위에 올려졌다. 한쪽엔 매콤한 홍탕, 다른 한쪽엔 담백한 백 탕을 끓고 있었다.

종업원은 주문할 메뉴 목록이 담긴 주문지를 가져다주었다. 메뉴에는 양고기, 쇠고기 등의 육류, 민물고기, 해삼, 오징어 등 해물, 무, 배추, 청경채 등의 채소와 버섯, 두부, 유부, 만두, 오리 , 돼지피, 면류 등 차고 넘칠 정도로 다양한 음식이 기다리고 있었다. 어떤 음식이든 먹고 싶은 음식이 있으면 메뉴 목록에 체크하여 종업원에게 주문하 종류와 횟수에 관계없이 마음껏 먹을  있도록 식탁에 가져다주었다. 일종의 뷔페 (all you can eat) 식당이다.


소스는 취향대로 먹을 수 있도록 셀프이다. 깨를 갈아 만든 지마장, 각종 해산물을 우려낸 간장, 땅콩을 갈아 만들어낸 소스가 특별히 담백했다. 그 외에도 참기름, 고추기름, 간장, 식초, 다진 마늘. 파. 등등 취향대로 골고루 섞어서 먹을 있는 소스를 식당 한쪽 편에 준비해 놓았다.


음식을 남기면 벌금이 부가된다고 한다. 작은 아들은 식사가 끝나기 전 미리 계산을 하면 남은 음식이 혹시 있더라도 부가되는 벌금을 피해 갈 수 있는 꼼수의 방법을 제시했다. 다행히 우려와는 달리 남은 음식은 없었다. 점심식사는 큰아들이 계산을 하였다.

저녁에 가볍게 와인을 먹기로 했다. 큰아들은 와인 두병을 준비하고 작은 아들의 여자 친구는 꽃과 함께 다과상을 정성스럽게 준비해 왔다.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웠다.

올해 아내의 생일은 성대했다. 항상 연말 분위기에 맞물려 생일보다는 한 해를 마무리하는 가족행사로 늘 의미를 부여했었기 때문에 진정한 생일을 기억 속에 담아주지 못했었다. 오늘 아내의 생일두 아들이 야심 차게 준비를 해주었다. 물론 케이크는 남편인 내가 준비했지만 특별히 생일 선물을 준비하지 못한 오류를 범했다.


한국은 지금 이 시각 한해의 마지막 날을 남겨 놓고 있지만, 캐나다는 덤으로 하루를 더 가지고 갈 수 있는 하루를 얻어낸 30일이다.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보낼 때마다 항상 느끼는 공통적인 감정들이 있다. 시원 섭섭하다는 감정이 그것이다. 하지만 올해는 작년과 별반 차이 없는 팬더믹으로 새로운 한 해를 담아내지 못한 아쉬움들이 많았던 것 같다. 하지만 누구나 한 해를 보낼 때의 마음은 항상 아쉬움이 남아있다.


밝아오는 새해에는 모두가  일상에 평범했던 이전의 자유를 얻어갔으면 좋겠다.

굿바이 202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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