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종섭 Feb 02. 2024

식당에 가서도 물을 사 먹는 나라

식당에 가면 물값, 자릿세를 별도로 지불해야 한데

식당에 가면 의례적으로 종업원이 물을 먼저 서비스로 제공한 후 메뉴판을 가져다주는 경우가 낯설지 않은 흔한 서비스 풍경이다. 식당마다 조건의 차이가 조금씩은 다르긴 하지만 맥락은 별 차이가 없다. 컵이 식탁에 비치되어 있는 식당의 경우 물 주전자만 따로  가지고 와서 손님 한 분 한분에게 직접 물을 따라주는 서비스를 해주는 식당도 제법 있다. 가끔 바쁘다는 핑계로 물도 안 갔다 주고 막바로 주문만을 요구하는 식당이 있을 때에는 매우 불친절하다는 느낌에 기분이 상하게 된다. 식당에서 물을 마시면서 천천히 먹을 음식을 생각해 내는 의미도 물에 역할 중 하나일 것이다. 물론, 물을 프로 전환한 식당도 있다. 셀프를 하는 식당은 여건상 이유가 있던가, 셀프가 익숙한 식당이 있다. 푸드코드 같은  곳에 가서 물과 음식을 셀프 하는 것은 당연한 과정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물값은 무료이다.


이탈리아를 여행하면서 상식선에서 상상해 보지도 못했던 식당 문화를 경험했다. 손님이 자리에 앉으면 제일 먼저 메뉴판을 가져다주고 제자리로 돌아갔다. 손님에게 주문할 시간을 주기 위함이다. 여기까지는 국적을 불문하고 어느 나라든 비슷하다. 종업원이 시간차를 두고 다시 손님 테이블로 와서 음식 주문을 받고 돌아간다. 혹시, 종업원이 손님에게 물을 가져다주는 것을 잊은 것일까, 주문까지 끝난 상태이고, 식탁 위에는 컵까지 비치가 되어 있는데 기다려도 좀처럼 물을 가져줄 생각을 하질 않았다, 잊은 듯하여 물을 가져  달라고 요청하였다. 종업원은  미안한 내색도 없이 당연하다는 식의 표정으로 시중에서 판매되는 플라스틱에 담긴 물달랑 가져다주고 돌아간다.


식사를 끝내고 지불할 내역서를 부탁했다. 간단해야 할 내역서에 여러 개의 품목이 나열되어 있다. 세금과 팁까지는 이해를 했는데 , 뜻하지 않은 생소한 부분이 내역서에 들어 있다. 자릿세와 물값이다. 이 부분은 잘 납득이 가질 않았다. 전체의 식당이 자릿세와 팁을 다 받는 것이 아니고 일부 식당이 재량에 맞게 별도로 청구를 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일반적인 식당에 비해 서비스나 식당 환경이 월등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전혀 그렇지도 않다. 일종의 주인 마음대로이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하는 상황이다. 우스개 소리로 이곳이 로마이더더구나 특별히 로마법을 따를 수 밖에는 없다.


각국의 음식이 공용화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나라마다 음식의 종류와 맛이 다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식당에서 제공되는 공통화된 것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에 대해 돈을 별도로 더 내야 한다는 것에 대해 처음에는 쉽게 납득이 되질 못했다. 쉽게 납득이 가지 못할 때 솔직한 표현 하나 가 있다.

"여기는 사람 살 가 못되네"


식당마다 일률적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식당을 들어갈 때마다 자릿세와 팁을 추가로 계산해야 하는지 물어보고 식당을 선택한다는 것도 할 짓이 못된다. 이탈리아인들에게는 오래된 관행이라 익숙할지는 모르지만, 여행객들에게는 불편한 것은 사실이다. 손님이 메뉴판에 있는 음식 가격대만 보고 음식을 주문할 경우 부담스럽지 않은 금액이지만, 전혀 체감해보지 못한 자릿세와, 물값을 음식값에 포함시켜 지불해야 한다는 것은 왠지 음식값을 비싸게 주고 먹었다는 느낌이 우선한다.


탈리아 식당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호텔 또한 예외 없이 물을 사서 먹어야 한다. 물론, 이탈리아에 국한된 이야기만은 아니다. 대부분의 유럽국가는 식당과 호텔에서 별도로 물값을 지불해야 하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여행을 떠나면 며칠도 지나지 않아 살던 곳과 집 생각이 나기 시작한다. 무엇인가 살던 곳과 연계가 안 되는 불편함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여행도 아닌 해외여행은 제일 먼저 먹는 것에 많은 불편을 느낀다. 며칠 동안은 그 나라의 전통 음식을 중점적으로 먹게 된다. 먼 길 비행기까지 타고 여기까지 왔는데 촌스럽게 매일 먹던 한식을 먹을 이유가 없다는 본전 생각 때문이다. 한식은 항상 먹어 왔고, 언제든지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 점에서 잠시 멈추어도 된다는 생각을 한다. 여행기간이 길어지면서 차츰 한식을 그리워한다. 사실, 외국음식보다는 한식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에 한식을 먹어야 좀 더 포만감이 있고 밥을 먹었다는 느낌을 가지게 된다. 누구나 예외 없이 오래된 식성 때문이다.


이탈리아에서 현지 음식 몇 끼를 해결하다 보니 식당에 따로 물을 주문해 먹어야 한다는 것을 자연히 인정하게 되었다. 그 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음식을 주문할 때 별도의 물을 주문하지 않았다. 일상에서도 물 없이도 식사를 했던 습관이 남아 있기 때문에 좀처럼 물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다. 식사가 끝나고 난 후 후식으로 커피나 음료를 주문해서 먹었다. 물값이나 비슷한 가격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캐나다에 처음 이민 와서 식당에 가면 한국과는 달리 음식 가격에 세금과 팁이 이중으로 추가가 되었다. 한동안 식당에서 식사를 할 때마다 공돈이 나가는 느낌 받았었다. 지금 캐나다에 살고는 있지만, 이탈리아 식당에서 식사를 한다는 것이 한층 더 부담스러움을 느끼게 된다. 캐나다에도 없는 물값과 자릿세를 추가적으로 더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캐나다에도 샤브샤브가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