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꾸미가 제철일 때 주꾸미 맛 사냥을 위해 거리를 마다하고서해인 바닷가로 달려 나갔던 날이 있었다. 봄에는 주꾸미, 가을에는 낚지라고들 흔히들말을 한다. 모양도 씹는 맛까지도 거의 흡사하다. 요즘은춘하추동제철 구분 없이도따로 계절을챙기지 않아도 가능하게 먹을 수 있는 것들이널려 있다, 예전에는 바다에서갓 건져온 싱싱한 해물의 맛을 보기 위해서 현지를 직접 찾아 제철의 맛을 느껴갔지만, 이제는 산 넘고 물 건너야하는이곳 해외에서도 무리 없이제철이 지난 바다 생선이나 조개류 맛을 느낄 수가 있다.
봄과 가을은 어종까지 풍요롭다. 또한, 바닷속은각기 다른 계절을 가지고 새로운 변신의 꿈을 꾸어냈다. 특히 봄에는 산야뿐 아니라 바닷가까지합세하여무수한자연이태동하는 신비스러움을매번 경험해 왔다.
밴쿠버에는 며칠 전폭설이 내렸다. 그리고 다시 비가 내렸다. 그 후, 주간 일기예보는 계속 비 소식이다. 이런날에는 비 때문이라는 이유로 구실을 잡고 열거할 수 없으리만큼 그리운 음식들이 차고 넘친다. 구수한 된장찌개 내지는 김치찌개는반찬임에도 불구하고 일상의 밥과도 같은 존재감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평상시 먹던 음식보다오늘은 좀 더 색다른 음식의맛을 찾아본다.
때론 육지 음식보다는 바다 음식을 생각해 내기도 한다. 사실 비 오는 날에는 바다음식을 선호하지는 않았다. 날씨 탓에 더 비릿한 냄새가 난다는 느낌 때문이다. 특히캐나다에서는 어종이 풍부하지 않은 이유로 찬밥 더운밥을 가릴 만큼 먹을 음식 선택에 관대하지는 못하다.
캐나다에는 한국처럼 어종이 풍부하지 못한이유가 또한 있었다. 한국에 비해 바다 염도가 비교적 낮아 우리가 생각하는 다양한 어종을 쉽게 만날 수가 없다. 물론 같거나 비슷한 어종이 잡힌다고 해도 염도차이로 인해 식용으로서 적합한지에 대한 판단 기준도 우선 고려해 보아야 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어종의선택과 포획마저 어려운 이곳, 그래서 가끔 한국 서해안이 마냥 그리울 때가 많았다.
아내가 며칠 전 한국마트에서 진공팩에 포장된주꾸미 냉동식품을사가지고 왔다. 당장 먹을 것이 아니기에적절한 시기에 먹기로 하고 다시 냉동고로 직행했다. 주꾸미 자체를 보아도 예전에는 캐나다 내에서 생각조차도 못했던어종중 하나이기도 하다.
오늘은 이른 새벽부터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일기예보상 일주일 내내 비와의 전쟁이다.
전형적인 밴쿠버 겨울 날씨이기는 하지만 온통 세상이 비로 인해 마비된 듯한 날씨이다. 특히, 비가 내리는 일요일에는 특별히 할 일이 없다. 늦은 아침을 해결한 탓에 오후 시간이 접어들었는데도 별 다른 배고픔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세시쯤,갑자기 시장기가 돌기 시작했다.
아내가 며칠 전 사가지고 온 냉동고속 주꾸미를 생각해 냈다, 그것도 돌솥밥에 주꾸미면 덧 없이 맛은 완벽 수준이 될 듯하다. 때 마침 , 아내가 주꾸미 돌솥밥을 만들어 먹자고 한다. 부부 일심동체라는 말이 지금 이런 상황을 두고 한 말이 아닌가 싶다, 똑같은 시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던 것이었다.
요리치고는 그리 많은 시간을 요구하지 않는 음식이다. 시작이 반, 준비 속도는 빨랐다. 시작과 동시에 주꾸미 돌솥밥이 완성되었다. 해외에서도돌솥이 갖추어진 주꾸미 비빔밥, 캐나다에서 먹는 주꾸미 음식치고는 더더구나 식당이 아닌 가정 내에서 만들어 먹는 맛은 완벽 그 수준이었다. 돌솥에서 내뿜어대는 열기는 입김의 힘을 빌어야 했다. 살짝 입김으로 식혀가면서 먹는 맛, 어쩌면 한국음식에서나 느낄 수 있는 짜릿한 맛일 수도 있다. 돌솥의 밥을 다 먹고 물을 붓는 순간 뻘뻘 끓는 돌솥, 숟가락으로떠먹어가는특유의 누룽지 맛, 또한 잊을 수 없는 맛 중 하나이다. 별도의 차나 음료가필요하지 않았다.
과거 이민사회생활은 한국 맛에 대한 그리움이 제일 컸었다고 한다. 공구라 하여, 요즘은 싱싱한 횟감을 비행기 편으로 공수하여 즐겨 먹는 모습도 주위에서 가끔 목격을 하게 된다. 하지만, 오늘은 소박한 그리움의 음식을가정 내에서 만들어 먹었다."주꾸미돌솥밥"이다. 입 맛이 가기 전에 생각만으로 가슴 두근거리는 설렘이 주어진 진정한 맛을 만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