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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섭 Mar 22. 2022

당신의 약봉지는 몇 개나 되십니까

오십 대에 복용하는 약의 종류도 다양하다

50대에 접어들면서 혈압이 높다는 의사의 처방을 받고 혈압약을 먹기 시작했다. 이전에 혈압약은 연세가 높으신 어르신들이나 먹는 전유물인 약쯤으로 생각해 왔었다. 지금은 혈압약이라는 강한 의식을 버리고 건강보조식품 먹는다는 생각으로 꾸준히 복용을 하고는 있지만 몇 년 사이에 또 다른 용도의 약이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했다.


오십 중반이 되면서 정수리 부분에 탈모가 진행되기 시작했다. 아내는 한동안 모발샴푸를 사다 주었지만 별다른 효과를 얻어 내지 못하자 모근과 함께 손발톱 강화좋다는 Biotin라는 보조제와 함께 오십 대가 먹으면 좋다고 하는 Centrum이라는 종합 영양제까지 사 가지고 들어왔다. 그뿐만이 아니다. 탈모라는 것에 집착 때문일까, 탈모 예방할 수 있다는 의사 처방전이 있는 약과 미리 전립성 예방 차원에서의 전립선약까지 합세했다.


며칠 전에는 아내와 함께 정기검진의 일환으로 피검사를 진행했다. 검사 결과는 혈액 중에 중성지방과 콜레스테롤의 양의 수치기 정상 범위를 벗어났다 하여 고지혈증이라는 새로운 병명이 보태어졌다. 자연적으로 약도 하나가 더 추가되었다. 아침마다 복용할 약이 무려 6 종류로 늘어나게 된 것이다.

요일별로 아침마다 복용할 약을 담아 놓은 약통을 열면서 잠시 할머니 생각을 하게 된다. 할머니가 주무시는 아랫목 한쪽 편에 항상 약봉지가 수복이 쌓여 있었던 기억이 있다. 약의 용도는 알 수는 없었지만 그때는 할머니가 되면 의례히 그 정도의 많은 약을 먹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중년에 찾아오는 몸의 변화는 하나둘이 아니었다. 오십 대에 접어들면서 말로만 듣던 오십견을 경험한 이후 몸은 머리에서 발끝까지 보살핌을 요구하고 나서기 시작했다.


우리는 코로나 시대를 경험했다. 물론 지금도 여전히 코로나 시대에서 완전하게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지만 우리는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고귀한 것인가를 경험했다. 건강 역시 아파보지 않고서는 절대적으로 건강의 존귀함을 알 수가 없다.


사람들에게 제일 우선시될 수 있는 소망 하나쯤을 말하라고 하면 어떤 대답이 나올지에 대해 문득 궁금증이 생겨났다. 주저 없이 많은 사람들이 돈이라고 대답할지도 모른다. 젊음이라는 시간을 돈으로 되돌려 놓을 수만 있다면 돈이 우선이라는 것이 정답으로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어버린다는 절실함을 느껴가지 못하고 있어 건강이라는 정답의 범위를 벗어나고 있다.


이제부터 약을 줄여간다는 생각 이전에 더 이상 늘려가지 않는 건강한 노후를 준비해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잠시 기억 안에 담아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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