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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섭 Aug 13. 2023

산책의 선물

숲으로 가면 마음의 청량제가 있다.

여름날 작열하는 태양의 무게를 감당할 수가 없다. 울창한 숲을 품고 있는 산책 길로 가면 선물 같은 청량제가 기다리고 있다. 오늘도 어제와 같은 산책길을 반복해서 걸었다. 산책길 동행은 아내와 반려견이 항상 고정 멤버이다. 산책의 목적은 대부분 건강을 위해서 걷는다고 말을 한다. 산책 [散策]의 사전적인 의미를 찾아보면 실상 운동과는 거리감이 었다.  "느긋한 기분으로 한가로이 거닐음. 한가로이 가볍게 이리저리 거닐다"라는 말로 산책을 정의하고 있다. 산책은 걷는 것 이외에 나름 숨어 있는 매력이 있다. 숲길을 걸다 보면 살아있다는 생동감이 느껴져 진다. 산에서 기를 받아 힘을 주체할 수 없다 상상도 가져보게 된다. 산책길 대화 주제가 명확하지 않아도 쉽게 이해하고 쉽게 공감되어 간다. 때로는 산길을 걷는 동안만이라도 다급한 마음을 내려놓고 유유자적( 悠悠自適)한다.


산책을 하는 주된 목적 중 하나가 있다. 반려견 때문이다. 하루종일 집안에만 갇혀 지내고 있는 강아지에 대한 주인의 배려로 연결된다. 어쩌면 배려이기에 앞서 의리 같은 것일 수도 있다. 강아지를 볼 때마다 눈빛이 애처로워 보인다. 날마다 산책을 게을리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요즘 한국에서는 자신들이 사는 동네를 중심으로 소모임이 활성하고 되어 가고 있다는 말을 친구로부터 전해 들은 적이 있다. 걷기 운동이나 산책을 하고 난 후  자신이 속해 있는 소모임에 인증사진을 올린다고 한다. 결국 소모임에 인증 사진을 올려야 하는 의무감 때문에 운동을 게을리할 수 없다고 한다. 누군가에 위해 ~에 위해라는 어느 정도 조건이 붙은 제약도 때론 필요하다는 생각을 접하게 된다.

강아지 목줄을 풀어주었다.산책 규정에 위배되는 상황임을 알면서도 강아지에게 잠시나마 자유스로움을 주고 싶은 주인의 욕심이 담겨져 있다.

자연을 볼 때마다 항상 웅장하고도 위대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 울창한 숲과 나무에는 전설이 숨어 있을 법하다. 세월의 깊이가 묻어있기 때문에 느끼는 감정일지도 모른다. 숲길을 걷다 보면 불어오는 바람 한 줌에도 청량감이 맴돈다. 코끝을 스쳐가는 풀잎향 또한 향기롭고 신선하다. 숲은 자연이 내어준 그대로의 정직함으로 숲을 이루어갔다. 산책을 하다 보면 숲을 이루고 있는 이름 모를 꽃과 나무의 이름을 알아내지 못한 것에 미안함을 순간 가지게 된다. 자연의 존재 가치스스로 느껴갈 수 있도록 자연이 자유권을 인간에게 부여해 주었는지도 모른다.


산책길에는 다양한 인종과 표정을 안고 걷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다민족 국가의 형태를 갖춘 캐나다에서만 볼 수 있특색은 아닐까 싶다. 산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표정은 맑고 밝다. 산이라는 환경이 사람의 표정을 미소 짓게 체면을 걸어 놓았는지도 모른다. 

산책로에서 오랜 세월을 견디어 내고 고사한 나무의 흔적을 보게 된다. 고사한 나무 위에 둥지를 틀고 또 하나의 생명이 성장해 가고 있다. 험난한 벼랑 끝에서도 생명의 끈을 내려놓지 않고 성장하고 있 어느 생의 진념도 기억하고 있다. 참으로 강인하고 경이스럽다.


꽃이 피고, 새가 울고, 열매가 맺고, 낙엽이 떨어지는 사계의 단계지나다 보면 훈장처럼 나이테가 늘어나 살이라는 나이를  먹어간다. 자연이 나이를 먹는다는 표현보다는 세월을 보태어 간다는 표현이 어쩌면 맞을지도 모른다.

산책로에 블랙베리(blackberry)진통 끝에 성숙한 열매의 결실을 맺고 있었다. 산에서 내어준 모든 것들은 산에 사는 짐승의 일용한 양식과도 같은 것이다. 블랙베리에 손이 먼저 가기 전에 한 번쯤은 생각해 볼만하다.


숲길을 벗어나 도심으로 발길을 옮겨간다. 아스팔트에서 뿜어내는 열기가 오늘은 유난히도 뜨겁다. 순간, 다시 선물 같은 숲길로 돌아가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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