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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섭 Jul 08. 2024

장모님과 간장게장

간장게장에는 그리움이 있다

마트에 가면 조리직전 단계에서 판매되는 밀키트(Meal Kit) 있다. 종류도 다양하 보눈이 되어 맛을 보는 느낌을 가지게 한다. 어쩌면, 가끔은 가정에서 밀키트 하나면 주부의 수고스러움을 충분히 덜어줄 수 있을 것 같다.


과거에 먹었던 음식이 몇십 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이전의 맛에 대한 느낌을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세월이 흘러도 맛은 자연스럽게 추억을 쌓아갔다. 때로는 지인들과 과거에 먹었던 음식 이야기를 할 때면 맛보다는 추억을 소환할 때가 많았다. 맛에서 추억을 기억한다는 것은 좋은 사람과 함께 했던 음식이라는 시간 여행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기억하는 음식에는 맛과 추억이라는 아련함이 묻어있다.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 보다는 누구와 함께 먹었는지가 훨씬 더 오랜 머릿속에 남아져 갔다. 호감이 가는 사람을 만나면 "나중에 식사 한번 할까요" 만남의 만족도와도 같았다.


게걸스럽게 뭐든 정신없이 맛있게 먹는 사람들을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그들은 식탐이 강한 사람들이었다. 상당수 사람들 사이에 먹는 것만큼 행복감 넘치는 삶은 사실 없다.

"먹기 위해 사느냐, 살기 위해 먹느냐"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라는 논쟁처럼 답을 내는 게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달걀과는 달리 분명 안에는 명확할 수 있는 답이 존재하고 있다. "살기 위해 먹는다 보다는 먹기 위해 산다" 목적의 가치가 확연히 생각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이다.


좋은 사람과 함께 먹는 음식은 축복이다.

마트 진열냉장고에는 간장게장이 진열되어 손님을 기다리고 다. 이 또한 밀키트의 일종으로 단계를 거치지 않고 조리 없이 곧바로 먹을 수 있다. 간장게장을 보는 순간, 울컥하는 감정이 밀려온다. 간장게장의 맛과 가격도 아닌 그리운 사람 먼저 떠오른다. 그 안에는 아쉬움까지 묻혀있다.  모든 묶음의 현은 사무침이라는 그리움이 맞을 것이다.


장모님은 간장게장을 유난히도 좋아하셨다


장모님이 돌아가시기 한 달 전부터 식음을  전패하다시피 하셨다. 기력은 점점 쇄약 해져 가고  먹고 싶은 강한 의지는 남아 있지만, 체내에서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 와중에 장모님은 간장게장을 찾으셨다. 아내는 마트에 가서 냉동 꽃게를 사다가 간장게장을 만들어 장모님 식탁에 올려놓는 횟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입맛이 선택한 욕구도 결국은 오래가지 못했다. 어느 날부터인가 자연스럽게 간장게장은 식탁에서 더는 찾아볼 수 없는 음식이 되어 버렸다. 그 후, 며칠도 지나지 않아 장모님은 또다시 아내에게 간장게장이 먹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 아내는 개인적인 일정 때문에 타이밍을 놓쳐버리고 간장게장을 식탁 위에 올려 드리지 못했다.


장모님의 병세는 날로 악화되어 응급실로 실려가셨고 다시는 집으로 돌아오지 못할 길을 택하셨다. 무엇이 급하셨는지 그렇게 바삐 세상을 떠나셨다.


개인적으로 간장게장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특유의 비린내가 싫은 이유가 컸다. 장모님은 간장 게장뿐 아니라 비린내가 나는 생선종류는 뭐든 다 좋아하셨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선 비린내로 인해 호불호가 갈렸다.


장모님이 돌아가신 지도 벌써 일 년 하고도 반세월을 보내고 있다. 세월은 추억을 먹고 산다고 했다. 기억하는 자만이 추억을 가질 수 있고, 추억이 있는 자만이 기억할 수 있다. 우리 주변에  어떤 것 하나 우리에게 추억이 아닌 이야깃거리가  없다, 수많은 사람들과 음식을 나누면서 숱한 이야기를 나누었고 오늘도 주변에 알고 있는 이와 음식을 나누면서 인생을 이야기했다. 


"어머님은 자장면 하나에

너무나 행복했었어

하지만 어머님은

왠지 드시질 않았어
어머님은 자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어머님은 자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한 시대를 풍미했던 가수 지오디의 어머니 께라는 노래 가사 중 일부이다. 가사를 들여다보면 어머니의 속 마음에는 자장면을 싫어하셨다가 아니라 좋아하셨다가 맞다. 먹거리가 풍부하지 않았던 시절, 자장면 하나의 맛으로도 애틋한 부모님이 전하는 가사의 울림이 있다. 노래가사처럼 장모님 역시 좋아하는 간장게장을 아들딸에게 먹이려고 싫다고 하셨을 상황이 비슷한 어머니 께라는 노래가사를 곱씹어 본다.


나는 지금 한국에서 5개월째 시간을 보내고 있다. 동안 많은 사람들과 음식을 나눴다. 그때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식사를 하면서 애틋한 마음을 가슴 깊숙이 가득 채워갔다. 캐나다 가서도 음식을 먹을 때마다 한국에서 음식을 함께 나누었던 이들이 그리움이 될 것이다.


지금도 남아 있는 시간까지 내가 알고 있는 이들과 음식을 맛있게 나누려 한다. 한국을 떠나고 또 어느 정도시간이 지나고 나면 소중한 사람들과 이전의 시간을 그리워할 것이다. 간장게장에 얽힌 내 장모님의 사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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