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은 요즘 제각기 3국에서 소통을 나누고 있다. 남편이자 아버지인 나는 한국, 아내는캐나다, 아들은 스페인에서 나라마다 특색 있고, 싸고 비싸고, 흥미로운 일에서불편한 것까지대화를 나눈다. 사람들은 편안한 것보다 불편한 것에 더 민감하다. 편안한 것은 돈으로 그 가치를 인정해 주고 여유 없는 사람은 새로운 세계에 동경마저 불편하게 생각한다.
아들은 스페인에 출장이다, 침대에 누워서 복숭아를 먹고 있는 모습을 인증사진으로 보내왔다. 서구 쪽의 복숭아는 우리나라의 둥그런 모양과는 달리 넓적한 찐빵을 찌그러트려 놓은 듯한생김새를 가지고 있다, 보기에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옛말이 있지만 이외로 모양에 비해 당도가높고맛이있다, 못생겨도 맛은 좋다는 우스개 소리가 통용되었다.
아들은 어제 먹은 복숭아가 맛이 좋았나 보다. 오늘도 6개가 포장된 복숭아 사진을 카톡에 전해온다. 한 봉지에 우리나라 돈으로 300원이라고 한다, 3.000원도 아닌 300원이면 한 개 가격으로도 싼 가격이다. 요즘한국 생활을 하면서 자주 마트에 찾게 된다. "손이 가요 손이 가요 새우깡에 손이 가요"라는 어느 회사의 CM송이 무색할 정도로 맛보다 가격 때문에 쉽사리 손이 가질 않는다. 사람들은 장마철이라 모든 과일채소가 비싸다고 말하지만, 장마 전에도 과일과 야채값은 여전히 비쌌던 것으로 기억한다. 모든 물건이 안 오른 것이 하나도 없다. 유통질서에 관계없이 상식선을 떠나버린 가격이 수두룩 하다. 모처럼 삼겹살을 구워 먹으려 했도 고기보다 야채값이 부담스러워 먹는 것을 포기해야 할 형편이다.
특히 여름철에는 수박. 참외. 복숭아의 경우 부담 없는 가격으로 먹을 수 있는 여름철 제철 과일 중 하나이다. 이마저도 손이 가는 것이망설여진다. 마트는 내가 살고 있는 경기도 지역뿐 아니라 다른지방도시도 마찬가지로 가격대는 거의 비슷할 것이다. 마트를 가면 야채 과일이 있는 곳부터 살피게 되다. 특별히 정해 놓은 규칙은 없다. 과일 코너에서 눈을 의심했다. 배 하나가 무려 14.800원이라는 가격표가 붙어있다, 설마 1.400원인 가격을 잘못 본 것이겠지 싶었다. 다가가서 자세히 다가가서 가격을 보았다. 잘못 본 것이 아니라 정확히 본 것이 맞았다. 사실, 배 하나의 가격이 1.400원이라고 해도 한참을 망설일 것 같다. 설마, 14.000원을 지불해 가면서도 굳이 비싼 배를 먹을 사람들이 있을까 싶다. 물가는 급상승에 월급은 대한 불만을 가지게 된다. 모든 것이 올라도 월급은 거의 제자리 걸음마 수준이다, 고용주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만 탄식의 한숨만 나온다.
우리 가족은 유난히도 과일을 좋아한다. 과일 중에서도 호불호가 갈리지만, 대부분 사람이 과일 종류를 가리지 않고 모든 과일을 좋아한다. 식사를 하고 나면 아내는 항상 디저트로 과일을 준비했다. 삼시 세끼 밥을 먹는 법칙처럼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과일은 최소한 하루에 한 번은 식사가 끝난 후에 후식으로 식탁에 자리하고 있었다. 특히 모든 가족이 저녁시간대에 함께 모여 식사를 하고 난 후 후식이 대부분 준비된다. 우리 가족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가정도 비슷한 후식문화를 가져갈 것이다. 식사 후후식으로 과일을 먹으면서 여유 있는 담소를 나누면서 끈끈한 가족애를 이어가기에 최상이다. 이러한 과일의 존재감 마저 비싼 가격으로 인해 가족의 자리까지 빼앗아 가고 있다.
매사에 관심이 없는 물건가격에 관심이 생겨났다. 마트에 10Kg 쌀이 진열되어 있다. 10kg에 32.00원에서 38.000원까지 가격도 다양하다. 캐나다에 있는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캐나다 현지 쌀가격에 대해 물어보았다 40파운드(약 18.144KG)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30,000원 정도로 지금 한국 마트에서 세일 중에 있다고 한다. 사실 매일 밥을 먹으면서도 그동안 쌀값에 대해 신경을 안 쓰고 살았다. 싼 것을 지혜롭게 구매하는 일은 고스란히 아내의 몫이었다. 캐나다에 비해 쌀가격이 거의 배가 차이가 나고 있었다.
임금에도 차이가 있다. 캐나다의최저임금은 17.30달러이다. 현재 달러 환율은 999.20 정도로 한화와 거의 1대 1 수준으로 17.280원이 되는 셈이다. 한 시간 임금으로 대중적인 음식 수준으로 충분히 먹을 수 있는 금액이다. 한국의 최저임금 9,860원으로 선택할 수 있는 음식의 종류는 극히 제한적이다. 물론 나름대로 값싼 공산품도 많이 있지만 1시간 노동으로 받는 최저임금으로 밥 한 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가치를 가지지 못한다.(2024년기준)
이제 장마와 휴가가 절정시기에 놓여 있다. 7월 한 달도 이제 며칠 남아있지 않았다. 값비싼 여름과일 맛을 올해에는 제대로 먹지 못하고 여름을 보낼 것 같다. 아내가 있는 캐나다나 아들이 출장 중인 스페인에서는 과일가격이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으로 여름과일을 맛을 즐긴다고 한다. 지금 한국에서 값비싼 과일로 둔갑한 과일을 가격에 관계없이 마음 놓고 먹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오늘은 큰맘 먹고 복숭아 한팩을 샀다. 큰 맘을 먹고 사서 먹을 정도로 부담감을 가지고 먹는 여름 과일도 내 생애 처음 겪어 보는 일은 아닌가 생각이 든다.
멀지 않아 다가올 가을을 기대해 보기로 했다. 지금 여름과일처럼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으로 햇과일 먹었으면 하는 기대감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