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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섭 Sep 05. 2024

굴비 몸값이 장난이 아니다

굴비 한 마리에 십만 원, 음식이기보다는 장수 건강 보양 식품은 아닐까

백화점에 가면 추석이 얼마 멀지 않았음을 느끼게 한다. 온갖 상품들이 색동옷을 입혀 놓은 것처럼 화려한 색채감을 품고 진열대에서 손님을 유혹한다.

백화점 식품코너를 지나가다가 눈을 의심한다. 조기 한 세트에 백만 원이라는 가격표가 붙어 있다. 그 이외의 조기 선물 세트 가격대도 다양했다. 잠시 멍하니 서서 가격에 실신한 느낌 정도로 충격에 쌓여 있을 때,

"손님 싸게 드릴게 굴비 사가세요"

백 원짜리 굴비를 살 정도의 행색은 아니었다. 주거지가 백화점까지 채 오분 거리 남짓되어 가볍게 슬리퍼에 반바지에 차림으로 백화점을 찾았다. 그래도 백화점 직원이 사람을 볼 줄 아는 것일까, 순간 어깨가 으쓱해진다.

"저기요~이 옆에 굴비랑 별차이 없는 것 같은데 뭐가 린 것이지요"

옆에 진열된 굴비와 보기에는 별반 달라 보이질 않았다. 옆에 상품세트는 오십만 원 그 위쪽으로는 70만 원 가격표가 붙어있다. 아무리 살펴보아도 가격대의 기준이 무엇인지 육안으로는 도저히 선별할 수 없었다, 이런 고가의 가격대 상품이라맛을 선별할 줄 아는 전문가가 있어야 할 듯하다. 진품명품에 나와 감정평가하는 전문가처럼 말이다.

"맛이 확실히 차이가 있습니다"

직원은 자신감 있게 맛의 차이를 어필했다. 혹시 먹어는 보셨나요 하고 물어보려다가 괜한 질문에 민망스러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입을 봉했다.

"궁금한 것이 하나 있는데요"

"저 비싼 것을 선물하면 물을 받는 분이 백만 원 정도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할까요"

"물론이지요. 가격을 금방 일아보시지요"

받아볼 손님이 어찌 안다는 것인지 의아스럽다. 가격대를 알고 있다면 굴비에 마니아가 이니고 알 수 있을까, 아니면 때마다 굴비를 선물 받는 사람일 수도 있지 않을까. 서민으로서 극히 정상적인 가격이 아니라는 생각에 선물을 주고받는 사람의 정체까지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손님  이것을 구매하신다면 좀 더 싸게 할인해 드릴게요"

얼마나 싸게 주시려 하는 걸까, 백만 원의 굴비가 결국은 백만 원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순간, 싸게 준다는 말에 가격에 믿음이 생겨나질 않았다. 얼마나 싸게 할인해 줄지 물어보고 오지 못한 것이 글을 쓰면서 급 궁금해온다. 내일이라도 지나가는 길이 있으면 물어보고 와야겠다.


굴비가 진열된 냉장 진열코너를 빠져나와 또 다른 식품코너로 갔다. 식용유. 비누세트. 등등의 선물세트가 진열장 가득 진열되어 있다. 가격대도 매우 저렴한 수준이다. 굴비 한 마리 가격으로도 몇 세트를 살 수 있는 가격이다 생각하니 왠지 우울해진다. 아무리 자본국가라 할지라도 선물의 가격차이가 터무니없다. 잘 사는 자는 역시 먹는 것부터가 이렇게 차이가 날까,


건너편 진열장에는 구운 조기가 랩에 쌓여 있다. 한 마리에 이만 원이라는 가격표가 붙어있다. 평소 같으면 이만 원도 비싸다고 생각했을 텐데 무척이나 저렴한 가격대라는 생각이 든다. 크기도 방금 전 보았던 백만 원의 굴비와 비슷하다. 이 또한 맛이 하늘과 땅차이가 날까, 기회가 된다면 맛을 개인적으로 평가해보고 싶지만, 그럴 날이 내 평생에 오지 못할 것 같다.


명절이 참 부담스럽다. 선물할 때에 가격대도 살펴가야 하고 괜스레 저렴한 가격대를 선물했다가 안 하니만 못한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


전반적인 경기가 어렵다고 하는데 길거리에는 외제승용차가 넘쳐나고 백화점에는 비싼 선물세트로 장식이 되어 있다. 풍성한 가을, 우리 마음에서 먼저 여유를 찾는 추석 명절을 맞이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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