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주방 위에 탐스러운 단호박이올라와있다. 어제 아내가 퇴근하면서사가지고 온것 같다. 우리 집에서단호박은 주로 강아지 간식으로 쓰인다. 이번에 사 온 단호박도 강아지간식으로 사용하기 위해 준비해 놓은 것은 아닐까 싶다.
호박은가을이 제철이다.방금 농장에서 가져온 것처럼단단하면서도색깔 곱고 싱싱해 보인다. 아내는 아침 식사를 준비하면서 단호박을 6 등분해서쪼개 달라고 요청을해왔다. 단호박을자르다 보면껍질부분이 단단하여잘못 실수라도 하면 상처를 입을 수 있는 위험성이 항상 노출되어 있다. 더구나 여자의손힘으로호박을 칼로 쪼갠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 상태라단호박을 쪼개는 일은 항상남편의 몫이 되었다.
강아지 간식인 단호박을 포장까지 끝내 놓았다
아내는 찜통에 단호박을 쪄서 비닐 포장까지끝내 놓았다.단호박의 맛은 거의 고구마 맛과 흡사하다. 먹다 보면 고구마와 또 다른 맛의 차이가 느껴진다. 어쩌면고구마 맛이 단호박 맛을닮아 있는지도 모른다.
올초작은 아들은 집에서 키우던 반려견 고기(Gogi)와 함께 독립을 했다. Gog는 오늘로 4번째 생일을맞이했다. 아들은겸사겸사자기집으로저녁 초대를 했다. Gogi는생후 2개월이 될 때아들과 함께 농원에 직접 찾아가 분양을해 왔다. 분양 초기부터키우던 강아지라 우리 부부에게는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다. 아내는 강아지에게 가져다 줄 간식으로단호박과 연어를준비했다. 독립하기 전에도매일같이 한 끼 정도는 단호박과연어(salmon)를병행해 가면서 강아지 사료에 섞어 먹었었다.
강아지 간식 (연어뱃살)
연어는 지인이 운영하는 일식당에서 연어뱃살(belly) 부위를가져와 냉동 보관했다가 강아지 간식으로 사용했었다. 연어는 크게 5 부위로나누어져있다. 그중 하나가뱃살( belly) 부위이다. 사람들이 못 먹어 버려지는부위는 결코 아니다. 뱃살은 기름기가 많아횟감으로 먹기보다는 구워서 먹어야 제대로 된 식감을 느낄 수 있는 부위 중 하나이다. 식당마다 뱃살 사용 용도가 다르다. 지인의 일식당은 뱃살을 메뉴에 포함하지않았다. 때문에,연어를손질하고 남은 뱃살 부위를 쉽게 얻어올 수가 있었다. 큰아들이 같이 살 때에는 뱃살 구이를 좋아해서 집에서가끔씩구워 먹기도 했다, 큰아들 출가 후 우리 부부에게연어 뱃살구이는 별다른 호응을 얻어가질못했다. 개인적으로는 뱃살 구이를 좋아하질않지만,
아내는만큼은 뱃살구이를좋아한다. 하지만, 아내 혼자 연어구이를 먹기에는 쉽게 손길이 가지 않았던모양이다.
오늘은 모처럼 강아지에게 가져다줄 단호박과 연어 뱃살을 챙겨 놓았다.
며칠 전 캐나다에 귀국던날아들은인사차 Gogi를 데리고 집으로 찾아왔다. 7개월 만에 처음 보는 상봉이라 강아지 반김에 잔뜩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현관문을 들어서는 순간 아내 있는 쪽으로 먼저 달려가 반겼다. 순간, 배신감 같은 실망이 밀려왔다.개중에 제일 영리하다고하는 보더콜리가 7개월의 공백이 길었던 것일까, 그동안 강아지를 보고 싶었던 감정은 서운함으로 바뀌어 갔다. 반려견도 식구 섬기는 순위가있다는 소리를어디선가들어 본 적이 있다.1순위는 아들인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고 아들이다른 가족보다강아지에 대한애정이 더 깊은 관계는 아니다. 때론강아지한테 엄격한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한 이유로 강아지는 아들을 1순위로 선택했는지도 모른다.2순위는이번 기회를 목격하면서아내가2순위라는 것이확실히증명이 된 셈이다.
사실 강아지를 처음 입양했을 때부터아침저녁으로 대변 활동을 시키는 일은대부분내 몫이었다. 아내의 몫은 별도의 간식거리를 챙겨주는 일이었다. 오랜 시간 떨어져 있다가 상봉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내에게 왜 먼저 달려갔을까, 간식을 챙겨주는 이유가 우선이 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아들집현관문을 여는 순간강아지는 아내와 남편둘 중 누구에게 먼저 달려 갈지가
은근히 궁금해졌다. 이번에도 아내에게 먼저 달려간다면 어떤 감정이 대립될지 예측 불허이다. 그렇다고 말 못 하는 동물에게 물어볼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강아지 행동에는 우리가 추측하고 있는 이유가 아닌 또 다른 이유가 분명있을 것 같다.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은강아지로 구분하기보다는가족이라고 생각을 하고함께 공간을 공유한다. 그렇다면가족이 먹는단호박과연어의 가치를 달리 다른 시선으로 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어느 가정이든 대부분 자식사랑은남편보다는아내 애정이 더 깊다. 아내는 강아지 간식 준비를 끝내놓고 아들에게 가져갈 김밥을 싸기 시작했다. 덕분에 집 김밥을 오랜만에먹어보았다.어렸을 때 어머니가 아침 일찍 일어나 싸주던 김밥이 순간 생각나는 시간이다. 요즘 김밥은 추억이 묻어 있는 옛날 김밥과는 성격이 전혀 달랐다. 그 시절 김밥은 소풍이나 가을 운동회 정도의 학교 큰 행사가 있을 때 김밥 도시락을 싸가지고 갔다. 지금 아내가 아들을 위해 정성스럽게 싸고 있는 김밥처럼, 우리어머니도 김밥을 싸면서 아들 사랑 하는 마음을 가득 담아갔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