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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섭 Oct 08. 2024

아내의 단호박과 연어사랑

강아지에게 단호박과 연어 간식은 아내사랑이었다

단호박도 가을을 품고 내 입에서 단맛을 낸다


아침 주방 위에 스러운 단호박이 올라와 다. 어제 아내가 퇴근하면서 사가지고 온 것 같다. 우리 집에서 단호박은 주로 강아지 간식으로 쓰인다. 이번에 사 온 단호박도 강아지 간식으로 사용하기 위해 준비해 놓은 것은 아닐까 싶다.

호박은 가을이 제철이다. 방금 농장에서 가져온 것처럼 단단하면서도 색깔 곱고 싱싱해 보인다. 아내는 아침 식사를 준비하면서 단호박을 6 등분해서 쪼개 달라고 요청을 왔다. 호박을 자르다 보면 껍질부분단단하여 잘못 실수라도 하면 상처를 입을 수 있는 위험성이 항상 노출되어 있다. 더구나 여자의 손힘으로 호박을 칼로 쪼갠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 상태라 단호박을 개는 일은 항상 남편의 몫이 되었다. 

강아지 간식인 단호박을 포장까지 끝내 놓았다

아내는 찜통에 단호박을 쪄서 비닐 포장까지 끝내 놓았다. 단호박의 맛거의 고구마 맛과 흡사하다. 먹다 보면 고구마와 또 다른 맛의 차이가 느껴진다. 어쩌면 고구마 맛이 단호박 맛을 닮아 있지도 모른다.


올초 작은 아들은 집에서 키우던 반려견 고기 (Gogi) 함께 독립을 했다.  Gog는 오늘로 4번째 생일을 맞이했다. 아들은 사겸사 자기 집으로 저녁 초대를 다. Gogi는 생후 2개월이 될 때 아들과 함께 농원에 직접 찾아가 분양을 해 왔다. 분양 초기부터 키우던 강아지라 우리 부부에게는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다. 아내는 강아지에게 가져다 줄 간식으로 단호박과 연어를  준비했다. 독립하기 전에도 매일같이 한 끼 정도는 단호박과 연어(salmon) 병행해 가면서 강아지 사료에 섞어 먹었었다. 

강아지 간식 (연어뱃살)

연어는 지인이 운영하는 일식당에서 연어 뱃살(belly) 부위를 가져와 냉동 보관했다가 강아지 간식으로 사용했었다. 연어 크게 5 부위로 나누어져 다. 그중 하나가 뱃살( belly) 부위이다. 사람들이 못 먹어 버려지는 부위는 결코 아니다. 뱃살은 기름기가 많아 횟감으로 먹기보다는 구워서 먹어야 제대로 된 식감을 느낄 수 있는 부위 중 하나이다. 식당마다 뱃살 사용 용도가 다르다. 지인의 일식당은 뱃살을 메뉴에 포함하지 않았다. 때문에, 연어를 손질하고 남은 뱃살 부위를 쉽게 얻어올 수가 있었. 큰아들이 같이 살 때에는 뱃살 구이를 좋아해서 집에서 가끔씩 구워 먹기도 했다, 큰아들 출가 후 우리 부부에게 연어 뱃살구이는 별다른 호응을 얻어가질 못했다. 개인적으로는 뱃살 구이를 좋아하질 않지만,

아내는 만큼은 뱃살구이를 좋아한다. 하지만, 아내 혼자 연어구이를 먹기에는 쉽게 손길이 가지 않았던 모양이다. 


오늘은 모처럼 강아지에게 가져다줄 단호박과 연어 뱃살을 챙겨 놓았다.


며칠 전 캐나다에 귀국던날 아들은 인사차 Gogi를 데리고 집으로 찾아왔다. 7개월 만에 처음 보는 상봉이라 강아지 반김에 잔뜩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현관문을 들어서는 순간 아내 있는 쪽으로 먼저 달려가 반겼다. 순간, 배신감 같은 실망이 밀려왔다. 개중 제일 영리하다고 하는 보더콜리가 7개월의 공백이 길었던 것일까, 그동안 강아지를 보고 싶었던 감정은 서운함으로 바뀌어 갔다. 반려견도 식구 섬기는 순위가 있다는 소리를 어디선가 들어 본 적이 있다. 1순위는 아들인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고 아들이 다른 가족보다 강아지에 대한 애정이 더 깊은 관계는 아니다. 때론 강아지한테 엄격한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한 이유로 강아지는 아들을 1순위로 선택했는지도 모른다. 2순위는 이번 기회를 목격하면서 아내가 2순위라는 것이 확실히 증명이  셈이다.


사실 강아지를 처음 입양했을 때부터  아침저녁으로 대변 활동을 시키는 일은 대부분 내 몫이었다. 아내의 몫은 별도의 간식거리를 챙겨주는 일이었다. 오랜 시간 떨어져 있다가 상봉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내에게 왜 먼저 달려갔을까, 간식을 챙겨주는 이유가 우선이 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아들집 현관문을 여는 순간 강아지는 아내와 남편 둘 중 누구에게 먼저 달려 갈지가

은근히 궁금해졌다. 이번에도 아내에게 먼저 달려간다면 어떤 감정이 대립될지 예측 불허이다. 그렇다고 말 못 하는 동물에게 물어볼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강아지 행동에는 우리가 추측하고 있는 이유가 아닌 또 다른 이유가 분명 있을 것 같다.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은 강아지로 구분하기보다는 가족이라고 생각을 하고 함께 공간을 공유한다. 그렇다면 가족이 먹는 단호박과 연어가치를 달리 다른 시선으로 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어느 가정이든 대부분 자식사랑은 남편보다는 아내 애정이 다. 아내는 강아지 간식 준비를 끝내 아들에게 가져갈 김밥을 싸기 시작했다. 덕분에  김밥을 오랜만에 먹어보았다. 어렸을 때 어머니가 아침 일찍 일어나 싸주던 김밥이 순간 생각나는 시간이다. 요즘 김밥은 추억이 묻어 있는 옛날 김밥과는 성격이 전혀 달랐다. 그 시절 김밥은 소풍이나 가을 운동회 정도의 학교 큰 행사가 있을 때 김밥 도시락을 싸가지고 갔다. 지금 아내가 아들을 위해 정성스럽게 싸고 있는 김밥처럼, 우리 어머니도 김밥을 싸면서 아들 사랑 하는 마음 가득 담아 갔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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