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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하 Aug 22. 2022

먼길






귓속을 들쑤시고

온몸을 죄 흔드는

바람이 불어와도

파도가 덮쳐와도

설령 내가 걷는

이 길이 흔들려도

나만은

결코 나만은

흔들리지 않으리라

꿋꿋이 걸어가리라


허나 가슴을 할퀴는

그 낯익은 냄새엔

울컥하고 마는 것을

지난 밤의 폭우 걷히고

포시랍게 식은 햇살

그 애틋한 낯 아래선

떠오르고 마는 것을


그럼에도 나만은

모조리 쓸려가고

낱알로 흩어지고

설움에 녹아내려

살갗이 부르터도

이 길을 걸어가리라

걸어가야만 하리라


길은 거닐지 않으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

그러니 나는

파도 치는 숲의 내음과

녹슬어버린 날개의 빛을

잊지 않으리라

잊지 않으리라

잊지 않기 위해

한없이 걸어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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