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하 Mar 13. 2023

 차창







네 어깨엔 하루의 시름과

풍요로운 고요가 매달려 있고

노을에 정수리가 빛나고

목덜민 바짝 선 솜털이 보여


감은 눈은 무얼 헤집고 있는지

문득 생생한 호기심이 들다가

지난 여름의 수풀을 떠올려

함께 걷던 천변의 벚나무길도


사람들은 작은 네모에 잡아먹혀

그건 꿈 속 괴물인지도 몰라

난 마음 속 세모에 언제나 찔려

어쩌면 카멜레온이 되고 싶었나봐


변한다고 해서 남달라지는 건 아냐

그렇지만 우린 늘 변하고 싶었지

다른 계절을 걷고 다른 말을 쓰려고

애썼지만 이제는 속은 채로 삶을 갚지


그 모든 게 이 커다란 네모칸 속에

잎처럼 주렁주렁 매달려 흔들리고

주위엔 모두 목소리 없는 괴물들뿐

근질거리는 손으로 눈가를 가렸어


설핏 기대어 본 네 둥근 어깨에

절벽에 매달린 듯한 기분은 하얘

넌 아틀라스처럼 힘겨운 낯을 짓고

도시는 우리를 통과해 멀어져가고






작가의 이전글 격자무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