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써니맑음 Jul 28. 2023

내게 유일한, 햇살 같은 새 엄마

엄마를 향한 시 한 편

엄마를 향한 시 한 편


너의 외로움

나에게 서운한 건 없다는 너의 말 뒤에
너도 모르게 흐르고 있는 네 눈물이 꼭,
너의 마음에 뭔가 있는 것 같아서

그 마음 다 알 수 없어도
네가 부리는 어린 투정쯤은 다 받아주리라.

그 마음 다 이해할 수 없어도
네가 느낀 감정들은 다 품어주리라.

내가 살아보지 못한 너의 삶이기에
내가 겪어보지 못한 너의 감정이기에
모든 것 다 헤아릴 수 없더라도

너라서,
유일한 너라서,
그냥 이해하리라.
그냥 감싸주리라.

그건 너도 모르게 찾아든
너의 외로움일 테니.

by. 써니 / 23.2.15 




나는 엄마와 자주 통화하는 친구 같은 딸이지만, 유독 올해 초엔 엄마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다. 엄마도 나에게 먼저 연락을 하지 않기에 나도 그냥 하지 않았다. 엄마 당신의 삶을 살아가는 것도 벅찰 텐데, 왜 요즘 나에게 관심을 주지 않느냐고 굳이 말하고 싶지 않았다.(근데 사실, 말하고 싶었나 보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설명절이 되어 오랜만에 친정에 갔다. 다 함께 점심을 먹은 후 엄마, 아빠가 우리 삼 남매의 어릴 적 이야기를 하며 동생들과 깔깔깔 웃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이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나에게서 큰 이질감이 느껴졌다. 가족의 모습이 전혀 이상할 게 없었는데도 왜 나 혼자 동떨어진 감정이 들었을까? 어쨌든, 아무렇지 않게 집에 돌아왔다.


그 이후에도 딸에게 연락이 오지 않자, 엄마는 어떠한 마음을 느꼈는지 나에게 얼굴 좀 보자고 했다. "너 엄마한테 서운한 거 있니?" 엄마의 물음에 나는 엄마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한 채, "아니, 없어"라고 말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진짜 서운한 거 없다고..!"라고 말을 하는데 그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왜 눈물이 났을까? 엄마를 향한 나의 마음이 갑자기 요동치기 시작했다.


엄마가 말했다.



그동안 네가 많이 외로웠구나...


남편이 있다고, 아이들이 있다고 해서 인생이 외롭지 않은 건 아니야. 나이가 들면 소중한 사람이 곁에 있어도 순간순간 외로울 때가 찾아와. 엄마가 보기에 네가 지금 그걸 겪고 있는 것 같네. 엄마가 그동안 신경 써주지 못해 미안해. 엄마도 요즘 사는 게 그냥 힘들더라, 그래서 너에게 연락할 여유가 없었어... 미안해, 딸


정말 그랬다. 그 당시에 나는 내적 공허함을 느끼고 있었다. 남편이 있고, 예쁜 아이들이 있어도 '나'라는 자아를 점점 잃어가고 있는 내 모습이, 인정받고 싶지만 아무도 '나'를 인정해주지 않는 내 삶이 너무나 외로웠다. 그것을 치유받으려 마음속에서는 엄마를 찾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엄마가 나를 바라봐 주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명절날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도 동생들만 바라본다고 생각했다. 아니, 엄마가 그렇게 한 것이 아니라 내가 동생들에 대한 자격지심으로 엄마를 그렇게 바라봤던 것이다. 내가 친딸이 아니었음에도 어릴 적부터 엄마는 동생들과 다름 없이 나에게 사랑을 듬뿍 줬다. 하지만 나 스스로 엄마와의 연결고리가 나의 출생부터 시작된 것이 아님을 종종 떠올릴 때면, 혹여 내가 사랑받지 못하고 있다는 불안감이 문득문득 찾아올 때면, 혼자 초조해하며 언제나 엄마에게 사랑을 요구했다.




엄마가 그동안
신경 써주지 못해 미안해



그 사소한 한마디에 모든 것이 녹아져 내렸다. 어쩌면 나는 엄마에게 이 말을 진정 듣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나 좀 바라봐 달라고, 세상이 나를 신경 쓰고 있는 것 같지 않으니, 나에게 유일한 세상의 빛이었던 엄마라도 나를 좀 신경 써 달라고 마음속 한구석에서 외치고 있었던 것이다. 또한 엄마로 인해서 내가 느낀 감정은 외로움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상하게도 서글프고 외로운 감정이 들 때면 나는 6살의 '나'로 돌아간다. 내가 기억하는 건 6살부터지만 그 이전부터 친엄마의 고향인 '파주'에 맡겨져 살았던 '나'. 그곳에서 지금의 엄마를 만났던 6살의 '나'. 어렴풋이 남아있는 그 기억 속, 한줄기 빛으로 나에게 다가온 엄마가 너무나도 특별했다. 내 삶에 빛으로 걸어 들어온 엄마가 나를 좀 유일하게 봐달라고, 떼를 쓰고 있는 6살 아이처럼 나는 마음속 깊이 투정 부리고 있었다.


'그동안 신경써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엄마의 말을 듣고 난 후 저절로 응어리가 풀어졌다. 그리고 엄마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으로 엄마의 입장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고, 시상이 떠올라 위의 시를 써놨다.

내가 엄마를 유일하게 생각하듯 엄마도 나를 유일하게 바라봐줬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어른이 되어서도 엄마가 나를 신경써주기를,

엄마에게 언제나 사랑받기를,

엄마에게 계속 치유받기를 원하는 나는,

감수성 많은 마음 여린 딸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주방 창문에서 슬픔 많은 새 엄마를 보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