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 투성인 나를 누가 위로할까?
친정 오빠 딸이 서울에서 결혼식을 한다. 제주에서 살고 우리 가족들은 친인척을 위해 제주에서도 하기로 했다. 우리 식구들은 서울로 가는 것도 큰 일이지만 캐나다에서 제주 집에 오는 큰 아들도 서울 결혼식에 참석하기로 했다. 하지만 날짜가 3일 정도 여유가 있어서 울 가족은 결혼식 전에 가기로 했다.
친정아버님이 살아 계실 때에는 비행기 시간 2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해야 하시는 성격이셨다. 항상 일을 미리미리 계획하고 준비하셔야 했다. 나도 아빠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미리미리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성격이다. 그래서 서울에 가는 비행기도 한 두 달 전부터 끊어 두었다.
조카 결혼식 날짜가 정해지면서 우리 가족은 그때부터 계획했다. 숙소를 시작해서 비행기표도 한두 달 전에 예매했다. 서울로 예식에 참석하지 않는 친척이나 지인들도 있으니 제주에서는 서울 결혼식 일주일 전 피로연이 있었다. 그런데 나는 결혼식 3일 전 주말에 서울에 가는 일로 온통 신경을 쓰다 보니 제주 피로연을 잊고 있었다.
그렇게 서울 결혼식 가기 전 3~4일 앞둔 주말에 평소처럼 시댁에 갔다 오고 집에서 쉬고 있는데 큰 언니가 왜 피로연에 오지 않냐는 전화를 받게 되었다. 나와 남편은 저녁에 다 되어서야 피로연에 부랴부랴 참석했다.
가족들과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다 여름휴가 철이라 한 두 달 전에 미리 예매한 비행기표보다 지금 예매한 표가 저렴하다는 얘기를 듣게 되었다. 검색을 해보고 집에 돌아오는 동안에 나와 남편은 예전 비행기 표를 찾고 취소하고 재 예매를 하느라 바빴다.
미리 예매한 표는 남편 핸드폰으로 해서 가격과 시간들을 보기가 불편했었다. 요즘 젊은 세대만큼 스마트하지 못한 남편을 탓하며 내 폰으로 비행기 표를 다시 예매하며 나 또한 스마트하지 않아 애를 먹었다. 이메일도 자동으로 생성되지 않아 틀리게 적기도 하고 써야 하는 카드로 바꾸면서 여러 시간 애를 먹었다. 몇 푼 아끼려고 애를 쓰는 나를 보며 7080 세대라 그런가 나를 위로했다.
70,80세대는 청춘기를 1970,80년대에 보냈다는 뜻으로 대략 1950,60년대를 보낸 사람이다. 이 사람들은 알뜰하게 돈을 아껴서 저축해서 삶을 일군 사람이다. 그래서 스마트하지 않아 시간을 써가며 몸빵 하는 나를 그저 위로를 해야 했다.
표를 어느 정도 바꾸고 나니 피로연에서 남은 음식을 정리를 하다 '친정 오빠와 올케가 우리 시댁 조카들 결혼식에 참석할 텐데'하는 생각을 하면서 시어머니에게 물었다. 시어머니에게 혼쭐은 났지만 시댁 식구들은 부조금을 보내는 걸로 해결하면서 마무리했다.
서울에서 큰 아들을 만나 결혼식에 참석하는 것만 생각하다 제주 피로연도 잊고, 스마트하지 않아 표 예매하며 애를 먹고, 왕복 취소 수수료도 10만 원이 넘는 나를 보며 '헛 똑똑해도 잘 살 수 있겠지!' 하며 나를 위로하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니 실수투성인 나지만 그래도 나는 내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