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
"왜, 나를 사랑하는 것이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는 거지?"
라고 생각할 것이다. 사랑을 주는 부모님께 감사하던 나는 결혼하면서 나를 사랑하는 것이 바로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을 이해하기까지 3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나보다 남편을, 우리 부모님보다 남편을 키우신 부모님을 더 챙기고 살아가느라고 많이 힘들었다.
결혼하면서 내 순위는 1위 며느리, 2위 아내, 3위 엄마, 4위 나인 것 같았다. 그중에서 엄마로 사는 것이 가장 행복했다. 엄마인 나는 아이를 사랑할 때가 가장 행복한 나인 것 같다. 결혼하고 30년이 지내서야 '나를 사랑하는 것이 나와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했다.
부모는 본능적으로 자신의 분신인 아이를 사랑한다. 나도 엄마가 되니 아이가 이 세상에서 가장 귀한 존재가 되었다. 어느 누구도 나보다 귀한 존재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지만 아직도 나는 나보다 아이를 더 사랑하는 것 같다.
80이 넘은 울 시어머니는 60이 넘은 아들을 자신보다 더 생각하는 걸 보니 남편이 80 되어도 걱정할 것 같다. 여자는 결혼해서는 남편을, 남편과 사별하고서는 아들을 의지하고 산다는 옛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는 것 같다. 나도 그럴 것 같다.
왜, 여자는 주체적으로 살지 않는 걸까? 살 수 있다. 살 수 있지만 인간이란 본능이 함께 살아가는 것이 더 유리한 것처럼 여자도 현명한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닐까? 아직도 한국이란 현실은 가부장적인 사고가 남아 있기에 우리 부모들은 아직도 아들을 의지하고 사는 것 같다.
나는 결혼하면서 남편을 선택하면서 남편이 사랑하는 부모와도 함께 결혼하지 않았나 생각했다. 결혼해서 나와 다른 남편을 이해하고 나와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것이 녹녹지 않았다.
이제 아들은 커서 멀리 캐나다에서 지내면서 1년에 한 번 한국에 온다. 서울에서 고향으로 1년에 한 번 다니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결혼을 생각하는 여자친구는 휴가 때 1년에 한 번씩 한국에 다니지는 못하겠다고 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머리가 멍해지면서 '나도 이런 입장이었겠지! 나와 같은 한 여자가 또 시집을 오는구나!'하고 생각되었다. 이렇게 내가 며느리에서 시어머니가 되는 입장이 되어 보니 내 삶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래서 아들에게 "결혼했으니 서로 함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거 같아. 그래서 결혼한다면 자주 못 오더라도 서로 같이 휴가를 보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해! 결혼하면 우리가 시간이 많을 테니 우리가 너희에게 가면 되지 않을까! 하며 아들을 위로했다.
그러던 아들이 여자 친구가 아직 직장을 다니지 않아 휴가가 3주가 된다는 이야기를 몰랐다고 했다. 이제는 여자 친구도 한국 부모님께 가는 것이 덜 부담된다고 이야기했다. 여자 친구는 엄마가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다며 아들에게 전해달라고 했다.
나는 "다행이다. 사랑하는 사람은 서로 사랑하는 것을 공감해 주고 함께 하는 것이 역시 중요하니까!"라고 말해주었다. 그래서 나도 남편이 자주 사랑하는 부모님과 함께 하려고 해서 힘들었나 보다.
아들이 결혼할 때 되어서야 나도 남편의 입장에서 나를 바라보게 되었다. 그동안 나는 며느리, 아내, 엄마로 살면서 나를 어떻게 사랑해야 할까 많이 생각했었다. 이제는 며느리, 아내, 엄마, 시어머니로 한 단계 진급을 앞에 두고 있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니 '나를 사랑한다는 것이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라는 것을 이제야 조금씩 이해되고 있다. 사랑을 받은 사람은 자기가 받은 것보다 더 줄려고 한다. 힘든 만큼 더 갑진 사랑으로 돌아온다. 이렇게 사랑은 돌고 돌아 갑절의 삶을 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