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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냄새

엄마의 소리

by 글지으니

아침에 일어나 부엌으로 가면 언제나 참기름 냄새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부지런한 엄마는 텃밭에서 부추나 나물을 따다 데치고 무치셨다. 철없는 딸은 아이들을 키우고 살기 바빠서 나물을 무치기보다 고기를 굽거나 김치로 나물을 대신했다. 야채를 씻고 데치고 무치는 과정이 나에게는 너무 힘들었다.


그러던 내가 50 중년이 되니 참기름 냄새가 나는 엄마의 냄새가 생각났다. 옛날로 돌아가자. 아이들이 어릴 때는 일도 하고 아이들을 돌보며 마음의 여유가 없었지만 지금은 엄마의 냄새를 기억하면서 밥상에 나물을 올리려고 한다.


이번 여름은 무척 더웠다. 더워서 에어컨이 있는 거실에서 아들들을 재웠다. 하지만 캐나다에서 일하다 장거리 비행기를 타고 오는 것이 쉽지 않다. 그것에 더 보태어 서울에서 결혼식에 참석 겸 서울 구경하느라 힘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제주 집에 돌아온 아들은 다음날 저녁부터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그래서 타이레놀 하고 비타민을 먹였다. 저녁에 퇴근한 남편은 열이 펄펄 난다며 비타민 주사라도 맞게 한다고 병원에 데려갔다. 병원에서는 열이 나니 코로나 검사를 했다. 양성으로 나왔다.


그렇게 제주 집에 있는 일주일 동안을 아들은 아팠다. 그래도 휴가를 그냥 보낼 수 없어서 푹 자고 저녁때나 점점 괜찮아지면서 점심부터도 같이 밥을 먹으러 다녔다. 다행히 가족들도 감염되지 않았고 아들은 돌아가서 코로나 테스트를 하니 음성으로 나왔다. 다행이었다.


아들과 나는 아침마다 카카오톡으로 통화하면서 요즘 날씨를 묻다가 아직도 낮에는 퇴약볕때문에 저녁에도 덥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러다가 아들은 여름에 거실 에어컨이 꺼져도 더운지 모르고 아파서 정신없이 잤다고 했다. 자다 보면 엄마가 내는 소리에 깼다고 했다. 부엌에서 나는 소리가 엄마의 소리처럼 정겨웠다고 했다. 그렇게 아들은 엄마의 소리를 기억했고 나는 엄마의 냄새를 이야기하게 되었다.


나는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나는 나물을 먹을 때마다 엄마를 기억하고, 아들은 부엌에서 나는 소리를 들을 때면 엄마를 기억할 것이다. 아들과 나누군가를 냄새와 소리로 기억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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