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을 느끼고 즐기자!
서울에 20년 살았어도 나는 제주 촌놈이었다. 제주에서 태어났지만 서울에서 초, 중, 고와 대학을 마치고 결혼하면서 제주 고향에 정착했다. 결혼하자마자 캐나다에서 지냈지만 어디보다 한국이 나는 좋았다.
제주에서 태어난 촌놈이라 제주 바다와 돌담이 늘 정겹고 좋았다. 외국에 살면 모두가 애국자가 되고 한국을 사랑하는 것처럼 나는 제주를 서울보다 사랑했다.
사람들은 말한다. 제주는 살기는 좋지만 문화환경이 받쳐주지 않아 아쉽다고 했다. 결혼하면서 나는 다시 태어난 고향에서 30년을 살고 있다. 제주에 살면서 나는 문화생활을 아쉬워하기보다 자연과 가까이하면서 지냈다. 하지만 더 나은 교육환경과 의료 혜택을 받기 위해 자주 비행기는 타고 있다.
남편 수술로 혜화동 서울대학병원에 일주일 동안 지내면서 시어머니는 분당 서울대학병원을 두 번 모셔다 드렸다. 그렇게 한 달 동안 시어머니는 제주에서 서울 분당 병원에 세 번이나 오셨다. 나는 시어머니를 모시고 분당으로 가는 공항버스와 전철을 타고 오가면서 서울을 새롭게 보게 되었다.
나는 병원 옥상 정원에서 창경궁을 내려다보다 산으로 둘러싸인 병원과 서울에 오래된 나무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옛말로 서울을 성안이라고 하고 병원은 성안 중에 성안처럼 보였다.
고향을 사랑하는 나는 서울에 살 때는 서울이 좋은 줄 몰랐다. 그래서 외국 사람들이 한국에 오면 "원더풀!" 하는 것을 이제야 이해가 된다. 나도 캐나다에 2년쯤 살았지만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한국이 어디보다 더 좋게 느껴진다.
제주를 떠나보니 제주가 무엇이 좋은 줄 알았고, 서울을 떠나보니 서울이 어떤 것이 좋은 줄 알았다. 가장 나다운 것과 가장 한국적인 고향의 멋들이 아름답다는 것을 새롭게 느끼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