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과 천국이 따로 없다.
일주일 동안 나는 감방생활을 하고 돌아온 것 같다. 지옥과 천국이 있다면 병원과 집이었다. 일주일 동안 나는 지옥에서 고된 형벌을 받고 천당 같은 집에 돌아왔다. 집에 돌아와 저녁을 간단히 먹고 그동안 누워 지내서 그런지 남편은 가스로 배가 빵빵하다며 가볍게 산책을 나갔다. 그렇게 산책을 갔다 와서 세수와 발만 씻고 소파에 누웠다. 소파에 누우니 구름 위에 있는 것 같았다.
갑상선 수술로 입원했던 남편은 "병원에 있을 때가 천국이었어. 병원에 있을 때는 마누라가 세상에 둘도 없는 현모양처이더니 밖에서는 숨겼던 발톱을 여지없이 들러낸다고 했다. 집에 돌아오니 아내의 잔소리하는 소리를 다시 들어야 하니 지옥이 따로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잔소리를 안 듣게 하면 되지!" 했다. 남편에게는 병원이 천국이었고 나에게는 지옥이었다. 집에서 간단히 저녁을 먹고 산책을 하면서 서로 다른 입장을 말하면서 서로 어처구니없이 웃었다.
운동 후 나는 남편에게 "나 발 씻었어!"하고 강조했다. 그랬더니 남편은 왜 나를 쳐다보는 거냐고 말했다. 알면서 모르는 척 능청을 떨었지만 남편은 소파에 누운 내 다리를 주물러 주었다. 소파에만 누웠는데 '소파가 이렇게 편안한데, 안방 침대는 얼마나 좋을까' 하며 천당과 지옥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건강을 잃어야 건강이 소중한 줄 알듯 집에 돌아오니 집이 얼마나 편안하고 안락했는지 알겠다. 병원 간이침대에서 자면서 왜 그렇게 허리가 아픈지 모르겠다고 앞 간병인 이모에게 물었었다. 그 이모는 편하게 허리를 펴지 못하고 쪽잠을 자서 그렇다고 말했다. 나는 자면서 허리를 피고 자도 쿠션이 없이 딱딱해서 그런 거 같았다. 허리가 좋지 않은 나 같은 사람도, 건강한 사람도 허리가 안 좋아질 것 같다.
병원에서도 기를 쓰고 여러 겹 푸신하게 요를 깔고 자다가 춥다고 생각되면 이불을 더 덮고 앞으로 옆으로 엎드리며 허리를 펴주려고 애를 썼다. 감방은 가보지 않았지만 병원 간의 침대만큼 하겠다 생각이 들었다. 잘못한 사람들이 바르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곳이 감방이라면 아픈 환자가 낳을 수 있게 도와주는 곳이 병동인 것 같다. 서로 다르지만 닮은 곳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아픈 사람들을 새 삶을 살게 하는 것과 자유롭지 못한 것이 같은 면인 것 같다. 감방과 병동이라는 이름을 다른 의미로는 지옥과 천당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 누가 아프고 싶어서 아프고, 죄를 짓고 싶어서 죄를 지을까? 하지만 우리가 하는 작은 습관이 사람들을 병들게 하기도 하고 죄를 짓기도 한다. 그래서 감방이나 병동이라는 힘든 곳이라는 현실에서도 우리는 최소한의 것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병원 간이침대에서 자면서 깨나면서 조금이라도 허리가 퍼지게 덜 아프게 스트레칭을 했다. 감방과 병동은 같으면서도 다르지만 그 힘든 곳에서도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 작은 것을 할 수 있다.
슬기로운 감방 생활도 있듯이 슬기로운 병동 생활을 하고 돌아온 일상은 다름 아닌 천국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지옥과 천국은 생각하기 나름이라고 했다. 나에게 지옥과 천국은 겪어보고 느끼는 곳에 존재한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작은 내 생각의 조각을 이렇게 남길 수 있는 글이 있어서 오늘도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