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빨이 빠진 호랑이가 좋은 건가?
아이가 "엄마!, 엄마!"를 부르는 것처럼 남편과 나는 자주 "여보! 여보!" 하면서 자주 부른다. 오늘은 남편이 잠깐 시댁에 가면서
"여보! 나 어떤 옷을 입을까?" 하고 물어봤다.
"아니, 오늘은 주말인데 편하게 청바지에 티 입어요. 자꾸 물어보지 말고 알아서 좀 입으면 안 돼!"
부엌에서 서랍을 막 뒤지는 남편을 보면서
"아니, 옷걸이에 출근할 때 입는 거 말고 편한 카라 티 있잖아!" "어, 이거!" 하면서 입는다.
그러더니 목 스카프를 해 달라고 한다. 갑상선 수술로 목에 흉터를 감싸기 위해 산 머플러인데 오늘은 왠지 이 무늬보다 다른 무늬가 어울릴 것 같은데 남편은 어제 맨 머플러를 그냥 가져와서 매달라고 했다.
아, 나는 "이거보다는 다른 게 더 어울릴 거 같은데" 매 주면서 다음에는 옷 입고 머플러 둘 중에 어떤 게 더 좋은지 물어보라고 했다.
남편은 아까 옷 입을 때 알아서 입으라고 하면서 왜 딴소리냐고 했다. 나는 남편이 알아서 입고 마지막 점검을 하고 싶지만 늘 남편을 챙기게 된다. 집안에 이것저것을 하다 보면 내 시간이 적은데 남편 옷까지 신경 쓰다 보니 더 바쁘다.
이렇게 남편은 내가 뭐라고 하기 전에 하려고 하는 것이 꼭 내 눈치를 보는 것 같다. 눈 딱 감고 북을 치든 장구 치든 모르는 척해야 하는데 엄마와 아내는 어쩔 수 없나 보다.
산책을 할 때 60이 된 남편 뒤를 따라갈 때면 쑥 빠진 뒤통수를 볼 때는 안돼 보인다. 이번 갑상선으로 눈이 돌출이 되면서 얘기할 때 종종 눈이 커져서 무서우니까 웃으면서 눈 좀 크게 뜨지 말라고 부탁하기도 한다. 본인이 더 속상하겠지만 웃으면서 살 수밖에.
남편은 갈수록 그 강했던 어깨가 점점 좁아지고 으르렁거리던 호랑이가 이빨이 다 빠져 토끼에게 친구 하자고 얘기하는 것 같다. 토끼는 눈치 보는 호랑이가 짠해서 이빨 빠진 친구를 오늘도 또 챙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