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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보다 더 필요한 것

사랑이었다.

by 글지으니

"아, 이 집안일들을 언제까지 해야 할까?"

"죽을 때까지!"

"그러면 당신은 뭘 할 건데!"

"난, 주물러 줄게!"


남편의 대답에 어이없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두 번째 푸념할 때는 남편에게

"나는 당신이 돈을 많이 갖다 주면 좋겠다."

"그럴 줄 알았다. 속물같이!"


나는 인생 말년이라도 돈 걱정하지 않고 여행을 하면서 사는 게 내 꿈이다. 그래서 사모님처럼 살고 싶어 남편을 "회장님!"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남편은 옛날에 양반이었는지 늘 경제하고는 담쌓고 산다.


서울에 있는 병원에 일주일 동안 입원하고 제주 집에 돌아와서 수건과 옷가지며 목욕용품과 화장품, 서류등 갈 때보다 커진 가방 두 개를 빠르게 제자리에 정리했다. 그리고 시어머니가 해 놓은 밥과 시장본 야채로 저녁을 준비했다. 아가씨는 아가씨 시댁 제사를 준비하면서 저녁 반찬으로 갈비를 준비하고 오빠에게도 갈비를 보냈다. 그렇게 나는 바쁘게 짐정리와 저녁을 준비하고 설거지하면서 하는 소리였다.


다음날 저녁을 먹고 이사 왔던 동네 서점에 희망도서를 반납하러 가야 해서 옆 동네를 거쳐 살고 있는 동네 한 바퀴를 산책하기로 했다. 30~40분 걷고 나니 다리가 아펐다. 산책하면서 빵가게 근처를 지날 때마다 유혹이 있었지만 집에 달콤한 키위가 있다며 유혹을 뿌리쳤다. 하지만 나는 살이 찔까 봐 남편에게만 두 개 깎아주고 침대에서 책을 읽었다. 거실에서는 남편이 TV를 보니 나는 침대에서 책을 보게 된다. 하루동안 한 것도 별로 없는데 침대에 있어서 잠이 오는 건지 책이 수면제라 그런지 일찍 자게 된다. 저녁보다 아침에 내 시간을 갖기 위해 잠이 오면 그냥 잔다.


남편은 샤워하러 왔다가 내가 쿠팡 와우회원이니까 향수를 주문해 달라고 했다. 향수를 빠르게 주문하는 동안 나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평생, 다리 주물러 준다며!" 하며 무릎에 다리를 올려놨다. 천천히 주문할걸! 귀찮으니 빠르게 주문했지만 남편은 그래도 좀 더 주물러 주었다. "평생 다리를 주물러 주겠다"는 남편의 말이 내 귓가에 맴돈다.


돈이 있어도 사랑은 돈으로 살 수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돈으로 해외여행은 못 가더라도 사랑이 있어서 행복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내가 필요한 돈은 충분했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어서 더 먼 미래를 위해 걱정하는 나를 바라보면서 돈이 부족해도 사랑 부자가 더 행복하다는 사실을 느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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