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한 그릇의 사랑!
저녁을 먹고 책을 보다 보면 잠이 스르르 온다. 며칠 동안 제주에서 서울에서 남편과 어머니 병원일로 어깨가 뭉치고 피곤하기는 했다. 평소에도 일찍 잠을 자다가 전화를 받을 때면 좀 미안하다. 9시쯤 밖에 안되는데 능청스럽게 잠을 자니 전화 거는 사람이 미안할 것 같아서다. 멀리 있는 아들이 아침에 통화를 못 했다고 자는데 전화가 왔다. 전화를 끊고 조금 또 자려고 하니 이번에는 아가씨가 전화 왔다.
'언니 밑으로 내려와요." 그래서 부스스한 얼굴을 매 만지고 내려가 보았다. 내려갔더니 뜨끈뜨끈한 죽 한 그릇을 건네주었다.
"언니, 이거 남편이 삼양 바닷가에 가서 삿갓 조개를 따서 만들었어요."
"어떻게 이런 걸 다 만들었어요!" 고모부는 "제가 만들지는 않았습니다.' 하며 손사래를 쳤다. 아가씨는 "오빠는 이거 먹으면 안 된다고 그랬대. 그러니까 언니하고 아들과 먹어!
어쨌든 나는 그 따뜻한 죽 한 그릇을 갖고 올라왔다. 저녁을 가볍게 먹고 자면서 좀 출출하기도 하고 따뜻한 죽에서 참기름 냄새가 퍼지는 것이 맛을 봐야 될 것 같았다. 한 숟가락 또 한 숟가락을 먹으니 너무 맛있었다. '아니, 이런 맛이 어떻게 나올 수 있을까?' 삿갓 조개가 80% 그 안에 사이사이 탱글탱글하면서도 고소하게 끊어진 쌀이 죽 안에 퍼져 있었다.
죽을 몇 숟가락 뜨고 있으려니 남편이 전화를 건다.
"아니, 뭐 이런 거를 다 만들었어! 어쨌든 내가 못 먹지만 고마워!" 나는 남편에게 전화를 바꿔 달라고 하고 고모부에게 "어떻게 이렇게 맛있게 만들 수 있어요!"라고 했다. 그랬더니 "허허허! 그것이 전복죽보다 훨씬 나아요."라고 했다. 나도 전복죽을 먹을 때면 전복은 한두 개 있고 죽이 대부분인데!
"어떻게 삿갓조개를 이렇게 많이 잡을 수 있어요!" 그랬더니 고모부는 "허허, 나중에 또 잡아다 줄 테니 걱정 마세요!" 한다. 나는 "정말 잘 먹을게요!" 하면서 전화를 끊었다.
제주시에 살면서 출퇴근도 멀리 1시간 걸리는 직장을 다니면서 집에 돌아와서 또 1시간이 넘는 반대편에 있는 바닷가에 가서 이 조개를 따고 왔다. 아가씨는 또 이것을 끓여서 두 부부가 갖다 준 것을 생각하면서 나는 많은 생각을 했다.
퇴근하고 배드민턴 운동하러 가는 두 부부가 오늘은 수술한 오빠를 위해서 따뜻한 죽 한 그릇을 만들었던 것이다. 어디에서도 먹어 볼 수 없는 이 귀한 죽 한 그릇이 나는 너무 따뜻했다. 이것이 영혼을 위한 수프이고 따뜻한 사랑이라고 말해 주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