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볼까?
"요즘 뭐 하길래 그것도 챙기지 못해?"하고 남편이 말했다. 전화로 시어머니가 절인 배추가 언제 오냐는 말에 당황하면서 하나로마트에서 문자 온 것을 살펴보았다. 나는 매년마다 시어머니와 김장을 한다. 올해는 작년에 김장을 하고 남은 김치 양념과 냉동실에 있는 올케가 준 양념을 먼저 해결할 요양으로 절인 배추를 사서 김치를 했다. 시어머니와 아시는 동네 분도 절인 배추를 주문하고 싶다는 말에 내가 또 신청하기로 했는데 이일 저 일로 잊고 있었다.
정말 요즘 무슨 일로 바쁜 걸까 하고 생각했다. 아침이나 저녁에 계획을 짤만큼 바쁘기보다는 단순하게 살고 있는데 말이다. 아침에는 글을 쓰고 늦지 않게 유치원에 달려가고 점심에는 방과 후 시간에 늦지 않고 갔다 오면 쉬는 것뿐이다. 그런데 무슨 바쁜 일로 차일피일 미루는 일이 생기는 걸까?
요즘 글 쓴다고 정신이 쏙 그곳에 빠진 것 같다. 브런치 글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100일 동안 쓰기로 나와 약속을 한 것이 12월 23일까지이다. 남이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의 약속으로 쉽지 않은 일을 하고 있다. "혼자 하면 멀리 가지만 함께하면 오래간다"라는 말을 기억하며 혼자보다 함께 오래 할 친구들을 기다리고 기다렸다. 그렇게 우연찮게 브런치를 공모전을 계기로 브런치 작가님의 챌린지 100도 읽으면서 나는 챌린지 100을 혼자 시작했다. 하지만 브란치라는 공간에서 글을 쓰고 읽다 보니 혼자라기보다 함께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함께 글을 쓰고 싶을 때마다 같이 할 사람이 주변에 없어서 외로웠다. 그러나 이제는 브런치에서 함께 글을 쓰고 브런치 작가님들의 글을 읽다 보면 하루가 모자라다. 그리고 이제는 더 이상 외롭게 글을 쓰지 않고 함께한다는 생각에 즐겁다.
챌린지 100에서도 혼자보다 다른 사람과 약속하고 함께한다면 그래도 성취할 수 있는 확률이 높다고 했다. 하지만 무명작가라 혼자 하는 것보다 함께하는 것이 더 힘들었다. 가만히 생각하니 나는 책을 읽고 무모하게 책을 쓰는 작가라는 길에는 들어갔다. 이 도전은 결코 쉽지 않지만 나에게 도움도 되는 이 일은 해 볼만하다는 생각으로 나를 위로하며 하고 있다. 하지만 무명작가라도 작가라는 이 두 글자 때문에 계속 글을 쓰고 있는지 모른다.
작가로 남들과 다르지 않은 일상을 살면서 무명작가는 그저 작가라는 타이틀만 있다. 그래도 나는 작가라는 직업을 정말 하고 싶어서 그런지 모른다. 바쁜 일상에서도 빼놓지 않고 제일 먼저 해야 하는 일이 글을 쓰며 내가 좋아하는 일로 만들어 가고 있다. 이제는 혼자서 외롭게 글 쓰지 않고 함께 글 쓰는 든든한 브런치 친구까지 있으니 든든하다.
가족과 친구 생일도 기억해야 되고 생활도 해야 하고 가족들과도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나도 쉬어야 한다. 누구나 이렇게 바쁘게 생활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를 넘어서 자신만의 덕후를 만드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나는 늘 부러웠다. 그렇게 나는 50 중반에야 TV만 보며 덕후만 부러워하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일로 덕후가 무엇인지 생각했을지 모른다. 힘들어도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나를 위한 시간, 나를 사랑하는 시간으로 덕후를 만들고 있나?
사람마다 각자 좋아하는 일이 덕후를 만든다고 생각한다. '좋아서 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못 따라가고 즐기는 사람이 덕후가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이제는 나도 남들만 부러워하지 말고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덕후가 될 그날을 위해 지금 어깨가 뻐근해도 일어나 자판을 두드린다.
예전에 남편은 내가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었으면 하는 로망이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남편은 깔끔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컴퓨터 하나로 그림을 그리듯 글을 쓰는 내가 이제는 다행이라고 생각할 것 같다. 그러나 책이 거실에 쌓일 때마다 치워달라고 해도 내가 불편할 때에 치운다.
남편도 이제는 내가 아침에 그림을 그리기보다 글을 쓰는 것이 다행이다 싶을지 모른다. 그렇게 나는 남들은 모르는 무명작가지만 나는 내가 베스트 작가가 될 거라고 생각하며 나를 응원하며 글을 쓴다. 그래서 어디에 내 정신을 두고 사는지 모르다가도 오늘 또 나를 이해하고 위로하며 살고 있다.
아무도 시키지 않아도 잘하는 덕후처럼 나는 내 팔자를 만들고 있는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