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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 나는 사람

꽃 같은 사람

by 글지으니


개인 전시회 문을 여니 상큼한 냄새가 났다. 지인들이 축하해 준다고 하면서 사 갖고 온 꽃 바구니와 화분이 즐비했다. 전시회를 다녀오면서 꽃과 화분만 향기가 나는 것이 아니라 사람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 우리 부부는 사촌 아주버니 개인전을 축하하러 제주에서 서울 평창동까지 날아갔다. 사촌 아주버니는 제주에서 태어났지만 서울에서 지냈었다. 편찮으신 부모님을 모시려고 홀로 제주에 계신 지 15년이 넘는 동안 그림을 그렸던 것 같다. 아주버니는 올해 아버님까지 돌아가시고 지금은 고향 집을 물려받아 제주와 서울집을 오가며 지내고 있다.


고향집에서 부모님을 돌보고 그림을 그리는 남편을 내조한 사촌 올케는 서울서 일을 하며 살림을 꾸렸었다.

전시회 안이 상큼한 풀 냄새를 맡으면서 그림보다 사람들의 향기가 더 의미 있게 전시되어 있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 부부는 부모님을 모시며 외롭게 지내는 사촌 아주버니를 가끔 찾아가 말 벗을 해 드렸었다. 그렇게 사촌 아주버니는 그 긴 시간 동안 그림을 그렸고 인심이 후해서 우리에게 그림 선물을 여러 개 주었다. 그리고 나중에 서울에서 개인전을 할 생각이라는 말을 했었다. 그 개인전을 어제 다녀왔다.


사촌 아주버니 부부는 인심이 후해서 그런지 지인들이 많았다. 시댁 아가씨는 둘째 아버님댁이 직장 근처라 매일 집 앞에 주차하면서 안부 인사를 했었다. 살가운 아가씨라 둘째 아버님은 아주버니보다 아가씨를 더 찾았었다. 시댁 아가씨도 사촌 오빠의 개인전을 축하해 주러 왔다. 제주에서 함께 차를 타고 주차를 했던 지인들도 품앗이를 하러 한 걸음에 날아왔다.


그렇게 우리는 전시회에서 함께 케이크를 먹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아가씨팀이 돌아가면서 유독 한 아가씨 친구를 다시 제주에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꽃에만 행기가 남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사람에게도 향기가 남는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꽃이나 선물을 받으면 그 사람의 향기가 남는 것처럼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도 향기가 나는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집에 저녁 10시에 돼서야 집에 도착했다. 개인전을 가는 어제가 내 생일이어서 아침에 공항에서 미역국을 시켜 먹을 때 큰 아들이 전화했었다. 아침에 남편은 생일 축하한다는 말이 없어서 그새 까먹은 줄 알고 큰 아들에게 귀띔하며 하소연했다. 큰 아들은 외국에서 일하느라 바쁘고 음력을 잘 몰라 음력 생일을 모르는 것 같아 말해 줬다. 아들은 아빠와 통화하면서 엄마 생일이라고 아빠에게 전했다. 남편은 다 안다고 하면서 나에게 되려 핀잔을 주는 무뚝뚝한 사람이다.


멀리 있는 아들은 현금 선물을 보내고 둘째 아들은 우리를 기다리다 잠에서 깨어나 꽃다발을 주었다. 예술가 다운 둘째는 이제껏 내가 받아본 꽃 중에 제일 근사한 꽃을 주었다. 용돈도 없는 아이가 항상 통 크게 쓰니 나는 아들의 마음보다 꽃값이 더 궁금했다.


꽃을 좋아하는 엄마를 생각하면서 저 꽃을 샀을 아이의 마음이 보였다. 꽃을 보며 둘째 아이의 향기가 느껴졌다. 선물이라는 것이 이런 향기를 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꽃에게만 향기가 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대화를 나누다 다시 만나 찬 한잔을 하고 싶은 사람에게도 선물에게도 향기가 난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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