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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길들이기

침묵이 금

by 글지으니


"오늘 저녁은 뭐야!" 나는 "당신은 뭐 먹고 싶어!" 남편이 말이 없었다. "그러니까 내가 주는 대로 먹어!"라고 했다. 남편은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먹으면서 냉장고에 우유가 많으니 크림 파스타를 먹고 싶다고 했다. 나는 "안돼! 난 밥도 하고 있고, 고등어도 해동시켜서 스파게티는 안돼!"하고 말했다.


어제 만든 배추 된장국도 데우고 고등어를 굽고 곱창 김도 더 꺼내 놓았다. 남편은 고등어 구이가 냄새가 난다고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시어머니가 시장에서 실해서 사 왔다며 먹을 거냐고 묻길래 "네, 주세요!"하고 가져와서 구워 먹고 있다. 고등어를 구울 때마다 남편 눈치를 보며 굽는데 오늘은 모른척하고 구웠다.


남편은 된장국에 밥을 말아 곱창 김에만 먹었다. 그러다가 내가 고등어 안 먹는다고 화낼까 봐 가시가 없는 꼬리 쪽만 4/1만 먹었다. 나도 가시 없는 위쪽을 먹고 큰 가시를 발라 먹으려고 했지만 나도 먹기 싫었다. 남편은 내가 고등어 큰 가시를 거더내면 잘 먹곤 했는데 나도 고등어 큰 가시를 바르기가 싫었다. 고등어를 먹기 싫어서 김만 먹더니 남편은 "김이 없는데!" 했다. 예전 같으면 내가 일어나 냉장고에서 김을 덜어 담을 거다. 그런데 고등어가 먹기 싫어서 김만 먹는 남편이 미워서 모르새 했다.


나는 김을 가져오지 않고 아무 말도 하지 않으니 남편은 아무 말없이 김이 없어도 국에 김치에 나머지 밥을 다 먹었다. 나도 아무 말 없이 식사를 끝냈다. 내가 밥을 다 먹자 남편은 "고등어를 다 먹지 그러냐!"라고 했다. 나는 속으로 '내가 청소 고기냐!' 하는 욕이 나왔지만 참았다. 남편은 내 눈치를 살짝 보더니 설거지를 시작했다.


침묵이 금이라는 말이 맞았다. 나는 아무 말하지 않으며 '당신이 필요한 것은 당신이 가져오세요.' 하는 말을 한 것이고, 자기도 가시 바르기 싫은 것은 다른 사람도 귀찮을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그래도 말을 아낀 침묵으로 한방 메겨서 통쾌했다.



남편은 저녁을 준비할 때마다 오늘 메뉴는 뭐냐고 물어보는 것이 옛날 아이들이 클 때 나에게 자주 하는 말이었다. 아이도 아닌 어른이 밥투정을 하는 남편이 이해되지 않는다. 내가 결혼하기 전에 큰 언니, 둘째 언니 집에 가면 밥을 잘 안 먹는 조카들이 밥시간이 되면 숟가락을 들고 다니며 먹이기 바뻤었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을 키울 때 밥을 다 먹기 전에는 절대 일어나지 않는 것을 규칙으로 했었다.


아이도 아닌 남편이 밥투정이라니... 지금까지 내가 남편을 이렇게 만들었나 싶었다.


나는 남편과 밥을 먹으면서 이렇게 말했었다. 당신이 크림 스파게티가 먹고 싶다고 하니 "내일 저녁은 당신이 스파게티 하세요. 내가 설거지할게! 그리고 내가 스파게티를 먹어줄게!"라고 말했다. 내일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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