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걸어라.
겨울이 화창한 봄 같은 날,
남편과 나는 시내버스를 타고 올레 19코스로 가기 위해 일주도로로 가는 시외버스 터미널로 갔다. 우리는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습관처럼 어묵을 먹었다. 저번 일요일에는 문이 닫혀서 어묵을 먹지 못했다. 그래서 아줌마에게 어디 아프셨냐고 했더니 예전에도 일요일에는 쉬었다고 했다. 그런데 요즘 겨울에 다시 한시적으로 했다고 했다. 그런데 이제는 쉬면서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 다시 쉰다고 했다.
터미널 어묵을 먹다가 한 개는 700원이고 두 개는 1000원이라는 푯말을 보고 어떤 남자 여행객이 이상한 계산법이라고 했다. 제주 오일장에서도 1개에 1000 원하는 어묵을 4개를 먹어도 4000원인데 이곳만 반값이니 남편은 이곳 아줌마가 착한 상인이라고 했다. 그렇게 우리는 시외버스에 오면 반값 어묵을 먹었다. 그런데 저번 일요일에는 문이 닫혀 있어서 아쉬웠다. 하지만 우리가 반값 어묵을 못 먹어도 아줌마가 일요일 하루라도 편히 쉬는 날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만 가득했다.
남편은 올레 19코스는 만세동산에서 시작한다고 하면서 만세동산에서 내리자고 했다. 우리는 시외버스 201번을 타서 아저씨에게 "만세동산"에서 내리려면 어디에서 내려야 되느냐고 물었다. 기사아저씨는 친절하게도 "조천 체육관"에서 내리면 된다고 알려줬다. 네이버에서 올레 19코스를 찾으니 함덕 해수욕장에서 하차하라고 했지만 남편의 말대로 만세동산에서 19코스가 시작되었다.
예전에 나는 올레 페스포트를 잃어버려 사지 않고 겨울방학 동안 다니는 것을 보며 남편이 페스포트를 사자고 했다. 예전에 내 것만 샀지만 남편은 두 개를 사라고 했다. '이게 웬 떡이냐'라고 생각하면서 나는 두 개를 기분 좋게 샀다. 그 올레 안내소에는 젊은 청년들이 페스포트와 소품을 샀고 우리 다음에도 젊은 아가씨들도 페스포트를 사면서 스탬프 찍는 설명을 같이 들었다.
예전에는 어디에 스탬프를 찍어야 하는지도 잘 몰랐는데 그곳 올레 안내소 지킴미는 잘 알려줬다. 나는 "떡 본 김에 제사한다"라고 다른 소품도 눈팅을 하며 남편에게 설명하니 남편은 빨리 가자고 했다. 우리는 그렇게 올레 안내소를 나와 만세 동산으로 향했다.
제주는 삼면이 바다로 되어 있어 동네 어귀를 돌아 내려가다 보면 바다고, 바다에서 동네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농로를 걷기도 하고 곶자왈 같은 낮은 숲도 걷는다. 이번 올레 19코스도 그렇게 동네 어귀를 돌아 바다를 따라 걷다 함덕해수욕장을 거쳐 서우봉을 오르고 동네 올레길을 따라가다 보니 곶자왈 숲도 걷게 되었다.
201번 시외버스로 조천 체육관에서 내려 만세동산에서 시작한 올레 19코스는 20코스가 시작하는 곳에서 스탬프를 찍으며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한라산 방향으로 골목을 따라 올라오니 버스가 다니는 곳에서 버스 정류장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우리는 남흘동 버스정류장에서 다시 같은 번호 버스를 타고 터미널에서 내려 다시 시내 집으로 돌아왔다.
제주는 올레도 아기자기하고 에메랄드빛 바다도 좋았지만 나는 곶자왈 같은 숲 속에서 박노해의 <걷는 독서>의 시 구절이 절절하게 다가왔다. 너무 아름다운 시라서 아침에 글을 쓰기 전에 책을 살펴보고 주문했다. 나도 요즘에는 제주의 아름다움을 사진과 글로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이렇게 그렇게 나도 걷는 독서를 하고 싶어 올레길을 걷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