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떡하지!

1년을 어떻게 하지!

by 글지으니



아, 1년을 어떻게 지내야 할까?

나는 1년마다 학교에 원서를 넣는 철새다. 아침에 특수 유급 자원봉사, 오후에는 방과 후 수업을 한다. 작년과 다르게 내가 기대했던 유치원 유급 자원봉사도 안되고 오후 방과 후 수업은 턱걸이로 작년보다 아주 적은 시수를 받았다.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나는 이런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그래서 며칠을 끙끙 거리는 시간이 나에게는 필요했다. 이런 시간을 받아들이고 다른 것을 찾아야 하는데 내가 원하는 일이 아니다 보니 다른 차선책을 받아들이기 위해 또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어제는 그 우울한 현실만 생각하기 싫어서 남편과 올레길을 걸었다. 올레길을 걷기 전엔 어떻게 해야 할지가 생각나지 않았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서 밥을 먹으면서 방과 후 일수도 적은데 내가 지원한 오전 유치원도 안되었다고 말하니 그때에야 나는 그 현실과 마주하며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해결해야 하는 현실을 어떻게든 해결하려고 여러 가지로 생각해야 했는데 올레길이 뭐라고 나는 현실과 마주하고 싶지 않아 도피한 사람 같았다. 올레길을 걷고 돌아와 남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잠을 자려고 하니 잠이 오지 않았다. 인터넷에서 교육청 홈페이지를 살피다 가까이 있는 학교를 검색하니 오전 자원봉사가 금요일 오늘 마감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더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내가 너무나 미웠다. 허당, 헛똑똑이 바로 내 앞에 떳하니 있었다. 나를 위로할 수 없었다. '괜찮아, 그럴 수 있어' 하면서 말이다. 매번 내가 잘 말하는 것이 "그럴 수 있다"인 것 같다. 밤새 잠을 자지 못하며 잠꼬대처럼 소리 내어 외치듯 말하는 것을 남편이 듣고 위로는커녕 미친년처럼 한다고 뭐라고 했다.


남편은 "무의식이 의식을 지배했다"라고 했다. 나의 무의식은 내가 원하는 곳에만 매몰되어 있다 보니 원하지 않는 다른 차선책을 생각하는 의식이 무의식을 이기지 못한 것 같다. 하지만 잘 될 거라는 긍정적인 무의식이 나의 의식을 이기기를 다시 한번 소망해 본다.


앞으론 어떤 일이 계획대로 안 될 때의 변수도 생각하며 차선책을 세우는 것을 게으르지 않아야겠다. 내가 원하는 것에만 올인하는 무의식에서 살아가기 위한 의식도 잘 챙겨야겠다.

'어떡하지! 1년을 어떻게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