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에 서울 친구 집에 가겠다는 아들이 이른 아침에 슬쩍 나가더니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걱정돼서 전화하니 "서프라이즈!" 하며 서울 친구 집에 가려고 하는데 버스를 잘못 탔으니까 빨리 끊으라고 했다. 나는 이런 엉뚱하고 생뚱맞은 아들이 걱정돼서 전화를 하면 이렇게 쿨하게 말한다.
"엄마, 집에서도 밥을 먹지 않으니, 그냥 밖에 나가 살게. 안 들어가면 그런 줄 알아!"
그렇게 말을 하더니 일주일쯤 로션이 떨어져서 들어왔다고 했다. 이렇게 나는 이런 터프가이 아들 때문에 "우프다"라는 말을 실감하고 있다.
둘째 아들과 나는 성향이 서로 비슷하면서도 다른 구석이 있다. 다른 면은 아들이 늘 엄마에게 쿨한 척, 멋진 척을 한다는 것이다. 아니 이제는 그냥 멋지다고 우쭈쭈 해주고 있다. 아이가 크니 집밥보다 밖에서 먹는 음식을 좋아했다. 그런데 요즘 운동도 하고 다이어트에 신경을 쓰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몸에 좋은 과일, 샐러드, 아이가 좋아하는 초밥 중 오메가가 풍부한 연어 초밥을 종종 사다 주었다. 아들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말이다. 그러면서 나는 남편에게 "내가 전생에 아들에게 빚을 많이 졌었나 봐!" 하면서 웃는다.
대학생이 된 아들은 과제를 한다고 하면서 밤을 새우고 낮에 자는 것을 보면서 늘 잔소리를 하게 된다. 엄마의 마음은 몰라주고 잔소리를 한다고 듣는 둥 마는 둥 하는 모습을 보면서 언제면 엄마 마음을 알까 한다. 이른 아침에 일어나면 자기 방에 불을 훤하게 키고 거실 소파에서 자는 것을 보면 또 잔소리한다. "잘 때는 좀 편안하게 자야지 공부할 때도 제대로 할 수 있지!" 하고 또 잔소리하게 된다. 이제는 더 이상 잔소리하는 엄마가 되고 싶지 않다. 아들이 변하기 힘들 것 같고 내가 변해야겠다. 다음에는 소파에서 잠든 모습이 보이면 조용히 "방에 들어가서 자"라고 해야겠다.
이른 아침에 일어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남편 출근 준비를 돕고 아들 "아점"을 만들었다. 늘 꾸준히 글을 쓰던 나는 오늘은 글 쓰는 것보다 사랑하는 가족에게 밥이 아니라 사랑을 만들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