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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융이라고 불립니다 Nov 17. 2020

너는 한국에서 살아도 되겠다

한국 음식 마니아 막스

"Wann gibt's Sushi?"- 스시는 언제 나와?

오늘도 마주치는 순간, 어김없이 이렇게 물을 줄 알았다.

학교 복도에서, 막스와 단 둘이 딱 마주쳤다. 막스가 나에게 가장 자주 묻는 말이다.

"Nächste Woche!" - 다음 주에

" Yes!"

두 손을 불끈 쥐며, 예스! 를 외친 막스는 흡족한 미소를 띠고,

"안녕!" 하고 종종거리며  걸어간다.

휴우... 다행이다. 마침 다음 주에 김밥이 나올 예정이어서.

(나는 늘 'Kimbab'이라고 써놓지만  다들 'Sushi'라고 읽는다. 신기하다.

여기서는 초밥도 스시, 캘리포니아롤도 스시, 김밥도 스시다.

언젠가 '김밥'이 'Kimbab'으로 불릴 날을 희망하며, 스시라고 불릴지라도 꾸준하게 'Kimbab'을 써놓으련다.)

내가 한식조리사라는 걸 알고 난 후, 회사에서는 한국음식을 메뉴에 넣어보라고 권해주었다.

너무나도 바라던 바여서, 나는 당장 김밥을 메뉴에 넣었다. 우리 학교는 유기농만 취급하기에,

'김'은 바다 채취라 유기농이 아니어도 되었지만, 단무지는 안 된다.

그래서 오이 초절임으로 대체해서 김밥을 싼다.

그 외에는 아직 소고기 볶음밥, 참치 볶음밥, 카레볶음밥 밖에 해보지 못했다. '잡채'는 당면이 유기농이 아니어서 못 하고, 불고기는 유기농 고기가 너무 비싸서 못 한다.

여러 제약이 있는 속에 그래도 김밥은 가능해서 한 달에 한 번씩 김밥을 하기로 했다.


우리 학교급식 메뉴는 하루 5,6가지가 나온다.

이 중 한자리를 김밥이 차지하게 된다.

한 50줄을 싸는데, 꼬댕이 하나 남지 않고 다 나간다. 터져서 밀쳐 놓았던 것까지도 달라고 할 정도로 인기가 좋다.

아, 막스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

막스, 김밥이 나오는 날이면 막스는 다른 음식은 차치하고 김밥만 달라고 한다.

첫날에는 처음에 거의 한 줄을 준 것 같다. 다 먹고 받아 간 것까지 치면, 두 줄은 먹은 셈이다.

그다음은 엘리가 나눠 줬는데 엘리는 모든 음식을 골고루 남기지 않고 먹어야 한다는 주의여서,

일단 주는 만큼 가져가서 먹고 더 먹고 싶으면 다시 오라고 한다.

그럼, 다른 아이들은 "아, 나, 더 먹고 싶은데... 하면서"투덜 거리고 가곤 하는데,

막스는 연신 웃음 띈 얼굴로 오케이! 하고 주는 대로 두 개를 받고 뒤돌아 가는 척하며 두 개를 먹어버리고 다시 줄을 선다. 그리고 두 개를 받아서 뒤돌아 먹고 또 줄은 선다. 

머리가 좋은 건지 성격이 좋은 건지...

그 모습에 엘리는 어이가 없어하며 웃어버렸다.

볶음밥이 나오는 날도 마찬가지다. 볶음밥만 달라고 한다. 이날도 어김없이 주는 대로 받아가서 먹고 또 온다.

볶음밥이 바닥이 날 때까지 받아간다.

이 정도면 한국 사람보다 더한 한식 먹성이 아닌가... 싶다.

학교의 한국 학생들보다 더 한식을 찾는다.

막스에게 한 번은 그랬다. "넌 한국에서 살아도 되겠다"

그러자 막스는, "나도 그렇게 생각해, 한국에는 맛있는 게 더 많겠지?" 한다.

음, 사실이다. 맛있는 게 많긴 하지.

한국 음식을 좋아하고 한국에 애정을 가진 아이들이 더 이뻐 보이는 건, 나도  어쩔 수 없나 보다. 막스는 꽤 장난스러운 아이지만, 밥먹는 시간에는 늘 이뻐보이니 말이다.

어제는 씨앗호떡을 만들어 엘리에게 시식을 해보게 했다.

찹쌀가루가 없어서 밀가루만 써서 좀 아쉬웠지만, 엘리는

맛있다며 후식으로 넣자고 했다. 엘리는 내가 권해준 것을 다 먹고, 퇴근 전에 커피 한잔과 함께 하나 더 집어먹었다.

(진짜 맛있는지 예의상 맛있다고 하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대부분 독일 사람들은 예의가 바르기에 딱 잘라 싫다고는 안 해서 말이다.)

사실, 한국 음식은 오롯이 내가 다 해야 하는 지라 메뉴에 넣으면 내 일이 많아지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일 만들기를 서슴지 않는다. 한국 음식을 알아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질 테니... 맥도널드의 키즈세트(메뉴와 장난감이 포함된  어린이 세트. 적자를 무릅쓰고 내놓는 건, 일찍부터 아이들의 입맛을 잡기 위해서라고 한다)를 내놓는 것 같은 마음으로다가, 굳이 일을 만든다. 학교에 있는 재료로 할 수 있는 한식이 또 뭐가 있을까...하고, 아무도 시키지 않는 고민을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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