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융이라고 불립니다 Dec 07. 2020

독일에서 호떡, 팔릴까?

알렉스...너 처음 보는 음식인데 먹었네?

개학을 하고 아이들이 Mensa(학생식당)에서 밥을 먹은 지가 3달이 되어 간다. 요구르트, 과일, 야채, 푸딩으로 후식을 내어놓다 보니, 몇 번씩 중복되어 지루해졌다.

애들은 매번 잘 먹지만, 내가 지루하다.

그래서 나는 자꾸 일을 만든다.

사실, 후식이라고 하면 케잌만 놓고 봐도 할 수 있는 종류가 정말 많다. 일주일에 한 번씩만 새로운 케이크를 한다고 치면

1년은 족히 매주 새로운 케이크를 먹을 수 있을 정도랄까?

후식이 내 담당이긴 하지만, 엘리가 케이크 전문점에서 일을 했기 때문에 케이크이라 하면 엘리는 당연히 자기가 해야 한다고 생각을 한다. 엘리는 일에 참 열정적이어서, 내가 한다고 월권(?)하기는...아직은 참 조심스럽다.

물론 나도 카페에서 5년을 일하는 동안, 사이드로 매일 케잌을 구워서 나름 자부심은 있지만, 그래도 전문가는 아니기에...열성만으로 나서는 건 오버인 그런 상황이다.

일이 많은 동료를 위해 도와준다고 하는 것이, 마냥 고마운 것만은 아닐 수도 있기에 말이다.

그래서 나름 열심히 내가 할 수 있는, 엘리가 일을 덜 수 있는 후식을 찾다가 생각난 호떡.

설탕과 계피는 외국인들에게 익숙한 조합이다.

올해 초 한국에 여행을 다녀온 지금은 졸업생인 산느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먹어본, 가장 좋았던 음식으로  호떡을 꼽았다. 비교적 호불호가 없는 간식일 거라고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 한국 티브이 프로그램에서 북유럽에서 유학을 하고 과정을 마친 학생이 그곳에 남아 씨앗호떡장사를 하는 이야기가 나온 걸 본 적이 있다. 계피와 설탕, 여기 사람들이 좋아하는 견과류...성공할만한 조합이라고 생각했다.

앞 글에서도 말했다시피 우리는 유기농만 쓰는지라,

찹쌀가루는 구하기도 어려운데 유기농은 당연히 없을 거고. 밀가루만 써서 해보기로 했다.

일단 집에서 연습, 성공.


애들 먹을 거니까 작게. 예쁘게 잘 만들어졌다.

해바라기씨와 깨, 계피, 황설탕.

엘리도 시식하고는 오케이!했던, 그 다음날 바로 하기로.

반죽을 밀가루 2.5킬로를 했는데 하고 나니 너무 많았다. 엘리가 많다고 걱정을 하길래, 냉동하면 된다고 다독거리고~~~

일단 다 만들어서 한 그룹별로 그때그때 오븐에 살짝 데우기로. 100개만 하면 되겠지 싶었다. 남을 수도 있겠다 했다. 단 후식을 안 먹는 아이들과 처음 보는 음식은 안 먹는 아이들이 많았기에.

그리고, 후식 메뉴판에 Hottog이라고 써뒀다.

신기하게도 아이들이 '호똑'이라고 썩 비슷하게 발음을 했다.

그리고, 시작한 호떡 판매(?)

내가 생각했던 비주얼이 아닌 이유...

너무너무너무 잘 팔려서다.

말 그대로, 호떡집에 불났다.

아...내가 생각했던 그림과는 너무 달랐던 상황.

두 그룹이 끝난 시간에, 겨우 4개 남은 호떡.

그나마도 다 먹고 치운 아이들 몇몇이 또 쪼르르 와서는, 반씩 나누어 다 가져가 버렸다.

랴부랴 다음 두 그룹 꺼를 굽느라 난리난리...

급기야는 엘리까지 호떡을 뒤집기 시작.

결국 2.5킬로 반죽이 다 나가고, 마지막 그룹은 2개까지는 못 먹은 아이들이 많았다.

아이들이 다 가고, 나는 거의 탈진상태...

그때서야 물을 그날 처음으로 마셨다.

정말 불티나게 팔린 호떡.

그러고 보니, 오늘 알렉스가 후식을 먹었네?

알렉스는 좀처럼 단 후식을 먹는 법이 없었다. 케잌이 나와도 안 먹는 아이다. 단 후식뿐 아니라, 모르는 음식은 시도해 보지도 않는다. 그런데 오늘 호떡을 달라고 했다. 신기하다.

아이들이 다 받아간 음식이라고 해도, 잔반통을 봐야 한다.

받아가도 입맛에 맞지 않으면 남겨서 버리는 일이 태반이다.

그런데, 잔반통에 남긴 호떡은 없었다.

이것이 진정한 솔드아웃인가?

그러고 보니, 오늘 아이들 점심 담당 선생님도 호떡을 먹었다.

이 선생님도 새로운 음식은 시도를 잘 안 하는 선생님이다.

호떡을 맛보고는 너무 맛있다며, 아이들이 급식을 받을 때, 호떡이 뭐냐고 묻는 아이들에게 자기가 먹은 맛을 설명해주며 맛있다고 먹어보라며 호객 활동(?)까지 해주었다. 그리고 두 그룹이 끝났을 때, 맨 끝에 남은 호떡을 하나 더 받아갔다.

심시간이 지난 후, 교장선생님이 찾아왔다. 오늘 도대체 무슨 음식이 나왔길래 애들이 내내 그 이야기를 하냐고.

엘리가 설명을 해주고, 안 남았다고까지 이야기를 하는데 또 다른 선생님이 와서 또 묻는다 .한국식 계피 설탕 빵이 뭐냐고. 자기도 하나 달라며...안 남았다는 데에 어찌나 아쉬워하는지. 다음엔 꼭 자기 꺼 한 개 남겨달라고 당부까지 하고 갔다.

호불호가 없을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까지 일 줄이야. 독일에서 호떡장사를 한다면, 대박일 거 같다는 생각이...

설탕이 많이 들어간다고 엘리가 걱정을 좀 했었는데, 요구르트를 하다가 양을 재보니, 어? 설탕이 호떡보다 많이 들어가는데?

엘리가 만들라고 재료를 준 다른 후식인 Götterspeise도 만들다 재보니, 호떡의 3배의 설탕이 들어갔다.

호떡이 설탕이 보여서 더 많은 것처럼 느껴지긴 하지만, 그래도 해바라기씨, 깨 등의 견과류라도 들어가니 더 나은 간식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네.

내일 엘리에게 설탕 양을 알려줘야겠다.

어쨌든 아이들이 잘 먹고 좋아해 줘서 마음이 좋았던 날.

그리고 '호떡' 이라는 한국 간식을 알리게 되어,

오늘도 참, 보람된 날. 





이전 04화 내게 김치를 주는 독일인 그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