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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융이라고 불립니다 Dec 24. 2020

독일의 크리스마스

독일의 크리스마스 빵과 쿠키

11월 중순 즈음부터, 독일은 크리스마스 준비에 분주해진다.

이번 크리스마스는 코로나로 인해 크리스마스 마켓도 안 열리고 시내도 조용하고, 급기야는 셧다운으로 백화점이고 상점이고 문을 닫았지만, 명절을 앞둔 가정마다 크리스마스 음식 준비로, 유일하게 문을 연 슈퍼는 계산대마다 늘어선 줄이 평소보다 시간이 한참 더 걸리게 느껴진다.

독일의 크리스마스는 가장 큰 명절이다. 우리가 설날과 추석을 앞두고 음식을 준비하는 것처럼,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독일 주부들은 쿠키를 굽는다. 11월 말부터 시작하는 사람들도 있고, 대부분 크리스마스 2주 전까지는 집집마다 쿠키가 완비(?)되어 있다.

우리도 집집마다 우리 집의 고유의 음식 하는 방법이 있듯이,

독일 집들도 고유의 쿠키 레시피가 있다. 할머니로부터 내려와 엄마, 아들딸에게 이르는 레시피들이, 들어가는 재료는 비슷한데 계량에 조금씩 차이를 두며 자기 집만의 솜씨를 뽐낸다. 쿠키 레시피는 그대로 따라만 하면 똑같은 맛이 난다. 우리나라 식의 손맛이 다른, 그런 경우는 없다. 레시피만 다를 뿐이다. 어떤 레시피를 가지고 있느냐... 그것이 다를 뿐이다.

그리고 웬만하면, 그 레시피를 안 가르쳐준다. 우리나라처럼 블로그에 유튜브에 자기의 황금 레시피를 공개하는 사람들을 아마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가 독일 사람들이 레시피를 비밀로 하는 걸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역시 한국 언니들은 레시피를 잘 가르쳐준다. 독일 시어머니를 둔 한국 며느리들^^ 그런 언니들을 주위에 둔 나는 그래서 꽁으로 빵과 쿠키의 황금 레시피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오늘은 하루 날을 잡아 크리스마스 빵과 쿠키를 만들었다. 이 빵과 쿠키는 방부제가 들어가지 않지만 한 달도 넘게 오랫동안 두고 먹을 수 있다.

일단 내가 좋아하는 크리스마스 빵을 소개해보자면,

먼저 이탈리아의  '판도로'(Pandoro)다. 베로나 지역이 원산지라고 한다. 밀라노가 원산지인 파네토네(Panettone)와 비슷하지만, 파네토네는 건포도, 절임 과일이 들어가고 판도로는 안 들어간단다.

판도로의 맛은, 촉촉하지 않은, 결이 고운 단 식빵? 같은 느낌? 개인적으로는 커피에 적셔 먹으면 맛있다.

수평으로 자르면 별 모양이 나온다는데, 난 왜 이렇게 잘랐을까...

처음에는 생긴 모양이 퍽 마음에 들었다. 이 빵을 처음 본 건 임신 9월 차, 만삭 때였다. 우리 집 앞의 이탈리아식 재료점 쇼윈도에 진열된 빵을 지나갈 때마다 신기하게 보는 걸 보고, 출산을 도와주러 온 엄마가 손을 잡고 끌고 들어가 사줬다.

사실 나는 모험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서 꼭 먹겠다는 건 아니었는데, 엄마가 보기에는 먹고 싶은데 못 사 먹는 거처럼

보였나 보다. 한화로 만원 남짓한 걸 보고는, 엄마가 "얼마 비싸지도 않네" 했던 기억이 난다. 딸이 눈길만 줘도 사주고 싶은 엄마 마음...


그리고 독일 크리스마스 빵인 슈톨렌(Stollen)

내가 만든 슈톨렌

원래 모양은 이렇게 생겼다.

건포도와 절임 과일이 들어가는데 나는 건포도를 싫어해서 안 넣고 만들었다. 슈톨렌을 처음 접했을 때는 향이 너무 진했던 기억이 있다.(절임 과일을 럼주에 담궈서 사용한다던데 아마도 그 향인 듯 싶다.) 절임 과일이 많이 씹히는, 퍽퍽한 파운드 케이크의 느낌? 난 그래도 촉촉한 느낌이 좋아서, 크박이라는, 독일 무지방 치즈를 넣는 레시피로 굽는다.

버터가 많이 들어가서, 칼로리가 많이 높다. 윗 사진의 한 조각이 350칼로리 정도. 보통 커피랑 먹으면 두 조각은 먹는데... 그럼 700칼로리다. 독일 원래 풍습은 크리스마스 한 달 전부터 주일마다 가족이 모두 한 조각씩 잘라먹는단다. 음.. 주변에서 그렇게 먹는 사람은 못 봤지만^^

그리고, 쿠키.

여러 가지 버터쿠키들.

나름 여러 가지 장식도 해보지만, 역시 아무것도 안 한 게 더 맛있다

바닐라 킵펠(Vanillekipferl)

버터쿠키에  겉에 바닐라설탕을 뿌린다. 무계란.

이건 올해 처음 구워봤는데, 풍미가 좋았다. 원래는 초승달 모양으로 만들어야는데, 나는 끝을 뭉툭하게 했다. 얇으면 그 부분이 잘 타서, 안 태우려고 의도적으로 이렇게 했는데 모양은 좀 안 예쁘다.

명절 전 전 부치듯이, 허리 아프도록 구웠다.

크리스마스 지나서까지 두고두고 먹기 위해, 어느 집이나 대량 생산하는 쿠키.

우리 집도 대량 생산을 했으나, 오래 두고두고 먹을 수 있으려나는 모르겠다.

게눈 감추듯 없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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