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융이라고 불립니다 Dec 21. 2020

오븐으로 하는 밥 맛은?

비싼 값어치를 하는 오븐

처음 학교에 설치된 주방을 보고, 나름대로의 짬밥으로 대략의 가격을 계산해보던 날이었다. 시스템 식기세척기 가격도 만만찮을 거고, 독일 주방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후드는 당연히 비쌀 거고 하며 쭈욱 훑어보다가 그때 파견 나와있던 매니저에게

"이 주방, 한 3만 유로는 넘게 들었겠는데?" 하며 꽤 비싸게 들었겠다며 나름 계산한 티를 내며 말을 꺼내자, 매니저...

"3만 유로? 이 오븐만 만 유로 정도 하는데?" 하며 2대가 있는 오븐을 가리켰다.

콤비오븐... 사실 나는 처음 본 오븐이었다. 그래서 가격이 그렇게 비쌀지 생각도 못 했다. 그러니까, 한화로는 1300ㅡ1400만 원? 그 오븐이 2 대니... 오븐 값만 거의 3천만 원이다. 그래서 그런가, 오븐 회사에서 담당자가 나와서 교육까지 시켜주었다. 설명을 듣다 보니, 참 똑똑하고도 편한 놈이었다.

일단, 일반 오븐 기능에다가 그릴, 찜 기능이 있고, 찜과 그릴의 혼합이 가능하다. 온도조절에 따른 바람 조절이 가능하니 식품건조기능도 있는 듯하다. 요리 기능설명서가 너무 두꺼워서 읽어본 적은 없다. 그냥 우리가 하는 요리만 하는 정도^^ 자동청소 기능에다가 오븐에 온도 바늘(?)과 샤워기까지 부착이 된, 그야말로 기특한 녀석이다.

조금 더러울 땐, 이렇게 샤워기로 쓔욱~~~

(자동세척 기능이 있어서, 보통은 세제 알약 넣고 코스로 돌리면 되지만)


온도 재는 바늘이 안에 부착되어 있는.


밥도 얼마나 맛있게 되는지...

신기방기~~~

그렇게 쉽게 한 밥으로 오늘은 치즈 품은 밥강정~


밥 사이에 치즈를 넣고, 눌러주고 기름과 간장을 발라 노릇노릇 구웠다. 역시 오븐에서.

퓨전이라... 괜찮을까? 했는데 나름 나쁘지 않았나 보다.

너무 맛있다며 5개나 가져간 아이도 있었다.

그래도 김밥의 인기에 견줄 수는 없었지만은...


후식은 과일 샐러드.

아이들 대부분이 좋아한다.

여러 가지 싱싱한 과일이 들어가는 건강한 후식이라서  나는 자주 내놓고 싶어 하는 편이다.

퓨어 요구르트랑 같이 먹으면 더 맛있다.


오늘의 또 다른 후식은 Gießbrei

통밀이 주인 달콤한 죽(?) 같은 느낌의 후식이다.

아기들 이유식으로 먹기도 한다.

위에 계피 설탕을 뿌려 먹는다.


그리고 우리 학교에서 일주일에 한 번은 꼭 부식으로 나오는 피자.

한 오븐에 피자 14판이 들어간다.

굽는데 걸리는 시간은 5-7분.

기특한 우리 오븐^^

보통, 피자 먹었어! 하면 뭔가 건강하지 못 한 음식을 먹은 거처럼 생각하기 쉬운데, 독일의 피자는 그닥 기름지지 않은 편이다. 그리고 우리 학교 피자는 좀 더 건강한 피자다. 유기농이기도 하지만, 도우가 통곡물빵이다. 아주 가끔 햄을 넣을 때도 있지만, 보통은  토마토를 갈아 넣은 소스에 치즈만 얹은 마르게리타 피자다.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엄마가 "오늘 점심 뭐 먹었어" 하면 우리는 보통 메뉴가 4-6가지이지만, 아이들이 생각나는 거 하나, "피자 먹었어!" 하면 엄마는 "또 피자 먹었어?" 하며 걱정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하지만, 우리 학교 피자는 걱정 안 해도 되는 피자라고 말해주고 싶다. 통곡물 도우라고는 생각도 못 할 거 같다.

오늘도 이렇게 또 하루, 점심시간이 지나갔다.

맛있게 먹는 아이들을 보면 음식을 정성스럽게 준비한 보람이 있어서 즐거워진다.

정리를 하며, 어느 TV프로그램의 엔딩멘트처럼 나도 되뇌여본다.

"내일은 뭐 먹지?"

이전 05화 독일에서 호떡, 팔릴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