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살기 편해지고 있는 독일이랄까.
요즘 독감이 유행인 우리 동네.
신문에 날 정도로 독감환자들이 많다.
Grippe Welle-독감 파도(물결)라고 말하는데 독감이 유행한다는 뜻이다.
유행을 좋아하는 우리 남편(?)이 물결에 휩쓸렸다.
노래를 하는 직업이다 보니, 감기가 걸리면 출근하지 못한다. 목소리도 안 나오지만, 동료들에게 전염되어 병가 내는 사람들이 많아져 인원이 모자라면 공연이 취소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직장에서는 감기 걸린 동료가 출근하는 것을 싫어한다.
덕분에(?) 집에서 꼼짝 마. 중인데 집에서는 침실에 격리시켰다. 코로나시절부터 아프면 '격리'를 하니 가족들에게 전염이 되지 않던 경험 때문이다. 덕분에 장보기가 죄다 내 몫이 되었다. 그중에 제일 불편한 건 집에서 조금 먼 시내에 있는 아시아마트에 갈 일이 있을 때다. 걷기에는 좀 멀고 거기서 사는 물건들은 무게가 만만치 않아 주로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근처가 직장인 남편이 퇴근길에 들러서 사 왔더랬다. 그중 젤 무거운 간장 고추장... 하필 이런 때 딱 떨어진다.
토요일 뮌헨 한글학교 가는 길에 뮌헨의 한국마트에 들러서 사 오면 되긴 하지만. 한글학교는 수업자료들도 많고 거기서 배낭에 들고 오기에는 또 어깨가 너무 아프다. 아 어떡하지. 고민하는 찰나에, 혹시나...? 하면서 아마존에 들어가 봤다.
있다!!! 간장.
그리고 고추장도.
게다가 학생인 아들의 아마존 계정이 프라임이라 내일 무료배송!
이 정도면 쿠팡 아니야? 하면서 혼자서 신났다.
오오... 아마존 검색한 나, 셀프 칭찬!!!
독일살이 25년 만에 한국 식재료를 아마존에서 사게 되는 날이 오다니... 세상이 참 좋아졌네. 하며 할머니 같은 소리를 한다.
이 얘기를 우리 반 보조선생님에게 했더니, 요즘은 한국 화장품도 아마존에서 판단다. 오호~~~
미에 관심이 없는 나. 검색할 생각도 안 해본 품목이다. 여러모로 뭔가 편해진 것 같은.
좀 더 살만한 외국살이다.
며칠 전 Rewe에 장 보러 가서 주중 프로모션 자리에 배치된 불닭볶음면을 보고 반가웠는데(불닭을 좋아하지 않는 나는 한 번도 사본 적이 없지만 ㅎ 그래도 반가운 건 반가운)
까르보불닭이 젤 잘 나가는 걸 보여주는 사진
아시아마트도 아니고, 동네 슈퍼에서 다른 식재료들과 함께 진열된 한국 음식은 반갑기도 하고 흐뭇하기도 해서 장 볼 때 슬쩍 흘끗거리고 눈길이 간다. 괜스레 기분도 좋다.
직장생활을 하지 않는 요즘도 나는 주방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다. 가만히 앉아서 티브이를 보거나... 하는 시간을 못 견뎌한다. 차라리 음식을 한다.
아침에 일어날 때도 무슨 음식을 해야겠다! 생각이 들면 벌떡 일어나니 아무래도 나는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이 맞는 것 같다.
원래는 음식 만들기만 좋아하고 정리나 그런 거는 미뤄뒀는데, 이제는 나름 냉장고도 정리한다.
요리하는 자세가 더 되어가는 것 같다는 생각에 나름 뿌듯해 하며 유지해 가는 중.
네임택이 다소 부실하다.
반찬용기를 통일해서 사모은 건 참 잘한 거 같다.
뭔가 더 정리된 느낌이 난다.
참고로 유리용기는 이케아. 플라스틱은 고트만이다.
학교를 그만두고 나니, 재밌는 이야깃거리가 적어졌다. 예전에는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들로 이야깃거리가 넘쳐났는데, 지금은 쓸거리를 찾아내느라 궁리를 한다. 여행, 외국살이... 이런 것들로 시작해보려고 했으나 내가 정말 관심이 가는 게 아니면 글을 시작하기가 어려웠다.
생각해 보다가... 브런치에 연재하기가 생긴 걸 보고 맘 잡고 연재를 해보려고 한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내가 잘 아는 이야기들로... 생각하다 보니 아무래도 독일생활이겠다.
올해는 독일에서 산지 25년이 되는 해이다.
요즘 내가 모순적인 삶을 산다. 는 생각은 자주 하는데... 그중 하나가 외국어는 1도 관심이 없고 한국어를 심하게 좋아하던 내가 독일어를 일상생활에서 쓰는 독일 생활이 25년 차라는 것이다. 이 생각이 처음 든 날, 혼자 웃었던 기억이 있다.
비록 모순적인 삶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이야기들을 풀어보려 한다.
목요일 연재가 좋을 거 같다.
매주 글쓰기의 삶으로 들어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