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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융이라고 불립니다 Jul 26. 2021

독일의 알레르기 이야기

친구랑 통화를 하다선물로 스콘을 샀다는 말을 듣고 갑자기 어, 스콘? 오랜만에 먹고 싶은데? 하며 주섬주섬 재료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밀가루, 버터, 우유, 베이킹파우더, 소금, 설탕, 계란.

스콘은 대부분 집에 있는 재료에다, 반죽기도 안 돌려도 되는 착한 과정이라 크게 마음먹을 일 없이, 반죽을 시작했다.

1시간 냉장고에서 휴지하는 시간을 빼면, 재료 넣어 반죽하기는 10분 정도 굽는 시간이 15ㅡ20분 정도로,

비교적 수월한 베이킹이다.

밀가루에 버터를 넣어 조물거리다, 우유에 계란을 풀어넣고 베이킹 파우더 소금 설탕을 넣고 반죽을 한다. 계란물은 조금 남겨, 나중에 윗면에 발라주면 색깔이 나서 예쁘다.


집에서 베이킹을 많이 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큰 아들의 계란 알레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빵에는 계란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보통 독일 빵집의 거친 독일빵이나 잡곡빵에는 계란이 들어가지 않는다.  주변 빵집 중 ebner라는 빵집만 모든 빵에 계란이 들어간다고 했다. 처음 아들의 알레르기를 알게 되었을 때, 주변 모든 빵집에 계란이 들었는지를 묻고 다녔다. 독일에는 심각한 알레르기 증상이 있는 사람들이 많은 편이라 대부분 정성스레 빵 첨가 매뉴얼을  꼼꼼히 읽어보고 찾아주며 대답해주었다.

집에서 빵을 만들 때, 계란이 꼭 들어가야 하는 빵이라면, 큰아들 빵에는 식물성 계란 대용 가루를 넣어준다.

주성분은, 옥수수 콩 해바라기씨 호박씨 등의 고운 가루이다.

학교에서도, 그날의 메뉴 아래에는 그 음식에 들어있는 알레르기 유발성분이 꼭 쓰여 있다.

슈퍼에서 파는 식품들 성분표기란에도 알레르기 표기가  세세하게 되어있다. 가끔 리콜이 공지가 뜨는 것들에는 알레르기 표기가 잘 못 되어 리콜이 될 때가 많다.  

우유(락토제), 글루텐, 콩, 계란, 참깨, 겨자, 땅콩 등 알레르기 유발성분은 진한 글씨로 표시가 된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들어있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것도 표기가 되어있다.

가장 심각한 건 땅콩 알레르기인데, 심한 사람은 호흡곤란이 오기 때문에 주사기를 들고 다니는 경우도 많다. 땅콩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아주 소량이라도 심각하게 반응이 일어나기도 하는데, 실제로 학교 음료자판기에서 딸기우유를  뽑아 마신 아들의 친구는  호흡곤란이 와서  앰뷸런스에 실려 갔다. 딸기우유에 땅콩이라니... 생각지도 못 한 첨가성분이다.

알레르기 테스트는 소아과, 내과, 피부과, 이비인후과 등에서  해준다. 양쪽 팔뚝에 각 12개 정도의 숫자를 쓰고 선을 그어놓고 주사침으로 피부를 살짝 찌른 후 약물을 떨어뜨린다. 알레르기가 반응하면 그 부분이 붉거나 붓고 간지럽다. 그 결과를 알레르기 패스에 기록해준다.

예전에 작은 아들은 알레르기 테스트 결과 집먼지와 진드기 알레르기가 었다. 소아과에서 알레르기 테스트 결과 후 의사 선생님의 처방은 항균 이불보였다. 이불보와 침대커버 베갯잇을 처방해주어 우편으로 무상으로 받았다. 그 당시 형제가 같은 방을 쓰고 있었는데, 의사 선생님이 같은 방을 쓰느냐고 물어서 그렇다고 했더니 형의 것까지 처방해주었다. 진드기는 다른 침대로 옮겨갈 수 있다고 하면서 말이다.

독일 병원은 웬만해선 약이나  주사, 처방 등을 잘해주지 않지만(특히 감기, 약을 안 준다 ㅜㅜ) 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이 된 것들은 이렇게 세심하게 처방해주기도 한다.

(항생제나 스테로이드제는 웬만해서는 처방받기가 힘들다.

내 경험으로는 편도선염으로 숨이 꼴딱 넘어갈 것 같았던 때, 누가 봐도 중환자 같은  때(?) 항생제를 처방받은 기억이 있다.)


가장 흔한 알레르기는 봄철 꽃가루 알레르기이지만

음식들로 보자면 글루텐, 락토제가 흔한 편이고 양파 알레르기, 파프리카 알레르기, 소고기 알레르기 등 이런 것도 알레르기가 있어? 생각이 드는 알레르기들이 많다.

리를 하는 나로서는, 음식에 알레르기가 있다는 건 좀 슬프다.


독일살이 3년이면 없던 알레르기도 생긴다는 말이 있다.

태어나서 알레르기라고는 경험해보지 못 한 나도 그 즈음에 봄철 꽃가루로 재채기를 하고 눈이 간지러운 경험이 있었다. 다행히도 그런대로 지나갔지만, 지금도 주변에는 알레르기로 불편한 사람들이 많다.

물론 가장 가까운 곳에 큰 아드님도 있긴 하나,

계란 알레르기로 케잌도 쿠키도 잘 먹지 못 하는 울 아들의 몸무게가 100킬로를 향해가는 것을 보면, 울 아들에게는 그닥 불편한건 않은 건가?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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