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자정녹화라 늦은 출근이 허락된 날. 유독 일찍 일어났는데 뭘 할까.
옷장정리를 하다 보니 줄여야 할 옷이 생겨 수선집에 들러보니 허리 줄이는데 만 오천 원. 간 김에 겨울 코트도 드라이클리닝 고고. 롱코트 팔천 원, 하프코트 오천 원씩, 합이 만 팔천 원.
여름 샌들을 꺼내보니 굽이 다 부실하잖아. 세 켤레에 만 팔천 원.
앞머리를 다시 잘라볼까 하다가 미용실 언니의 강력반대에 부딪혀 결국 염색으로 돌리고 십이만 원.
음- 역시 앞머리 자르지 않길 다행이야, 기분 좋아져서 들른 꽃가게.
회사에 두면 상큼하겠지? 페퍼로니아 화분 두 개를 골라 들고 cafe 7gram으로.
내가 찾는 원두가 없어서 아쉬운 발걸음.
그치만 그때 걸려온 정말 반가웠던 전화 한통 때문에 다시 기분 업.
녹화 준비와 밤 녹화.
비교적 재밌었던 촬영, 그리고 그 후에 찾아간 심야식당.
웃고 떠들고 우리 목소리가 너무 커 민망했지만, 뭐 어때. 즐겁잖아 ! 시간가는 줄 모르는 대화.
오늘 하루 참 좋았어.
귀가하던 새벽택시 안에서 거는 내 전화를 네가 받아주었다면 난 정말 완벽히 행복했을 테지만,
그렇지 않았던 오늘도 난 좋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