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AKEUFeeLMYLOVE Jun 20. 2023

가라앉는 시기가 온다면, 필라테스를

오히려 좋아

수영을 배울 때는 물에 동동 뜨는 방법부터 배운다. 수면 밑으로 가라앉을까 봐 지레 불안해하고 두려워하면 가라앉는다. 차분하고 평화로운 마음으로 온몸을 이완시켜야 물에 떠 있을 수 있다.


뭐가 나를 무겁게 짓눌렀는지 모르겠지만 아뿔싸 가라앉기도 한다. 뭐 가라앉아 가끔은 물도 한 바가지씩 꿀컥 삼키긴 해도 나중에 더 잘 떠있을 수도!



나는 회복탄력성이 좋다고 자부했다. 나 정도면 긍정적인 편이라 금방 잊고 다시 잘 일어선다고. 그런 내가 참 오랫동안 꼬 ̄르—륵_ 가라앉아있었던 시기가 있었다. 바위도 물에 가라앉고 모래알도 물에 가라앉기는 마찬가지다라는 글귀가 그나마 나를 달래주던 때.


한쪽 발로 모자라 양쪽 발로 힘껏 막아둔 호스가 더 이상 압력을 못 견뎌 대폭발 했었다. 폭발한 호스는 마치 자아가 있는 양 이리 뛰고 저리 날뛰었다. 나를 힘들게 하는 것들을 그저 부정하거나 꾸역꾸역 삼키면서 살아왔던 것은 아니었을까.


역설적으로 나의 회복탄력성은 온데간데 찾아볼 수도 없을 때, 필라테스를 만나 다시 되찾았다. 역풍을 이겨낸 배처럼 크고 작은 어려움을 발판으로 오히려 짜릿한 역전승을 거둘 수도 있는 것이다.


삶 한가운데 혹여 가라앉는 시기가 온다면, 필라테스처럼 자신에게 맞는 운동으로 다시 올라올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필라테스 센터 문을 열면 동시에 편안해진다. 마음이 좀 가라앉거나 스트레스가 쌓일 때도 있긴 하다. 그러면 수업시간 동안 깔끔하게 리셋하고 온다. 그릇된 믿음이나 감정을 내 안에 쌓아두지 않는다. 행여 속상한 일로 인해 풀이 죽거나 초조해진 마음이 오래가지 않는다.


필라테스를 하는 50분 동안은 모든 일을 내려놓을 수 있다. 비빌언덕이 또 하나 생긴 것이다. '언제든 가면 내 몸과 마음이 더 발전하겠지.' 하는 안전지대다. 안전지대가 있다는 말을 생물학적으로 해석하면 세로토닌이라는 신경 전달 물질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세로토닌은 감정 기복, 현실을 왜곡하는 생각, 걱정 등에 완충 역할을 한다. 더 빨리 털고 일어날 수 있다.


필라테스는 어느 때든, 누구에게나! 좋은 운동이라 생각하지만, 그중에서도 인생의 권태기에 있는 '무기력한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 이럴까 저럴까 하는 생각은 잠시 멈추고 그냥 해본다. 하다 보면 활력이 생기는 시기가 반드시 온다. 센터를 다니는 동안 나를 비롯해 무기력했던 사람이 '활기차게' 변하는 모습을 참 많이 봤기 때문이다.


이제는 필라테스를 하지 않으면 몸이 알아서 반응한다. 몸에 밴 관성이 정신을 움직인다. 꾸준히 한 운동이라곤 없었던 나에게도 운동습관이 생길 줄이야. 기적이다. 아침에 일어나 아무 생각 없이 양치를 하는 것처럼 습관적인 움직임이 되었다. 변함없이 반복하는 운동으로 몸과 마음이 변하는 과정을 느끼니 매일매일이 다른 날이다. 운동으로 얻은 성찰이 삶에 연쇄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일상 속의 꾸준한 루틴은 더욱 창의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되어준다.


사람마다 여무는 시기는 다를 수 있어도 확실한 것은 분명 만족스러운 마음과 몸까지 가질 수 있다. 그저 50분 동안 충실히 '하기'만 하면 어떻게 해서든 알아서 몸과 마음이 저절로 깨어나기 때문이다. 하루 한 발짝씩 미세하게 라도 앞으로 움직이면 된다. 날이 저물고 그림자가 사라질 때까지 움직인다. 마음속 빗장을 거두자. 거둔 곳으로 햇살과 같은 활력이 찾아온다.


몸과 마음이 불타 버리는 시기라도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잊지 않으시길 바란다. 내가 약할 때 오히려 내가 강하다.


느리지만 올라가는 중_— ̄












+ 필라테스로 아름다운 삶의 무늬를 '또' 만드시길.


저는 꽤 가라앉아 있었던 터라, 이렇게 필라테스든, 브런치든, 다시 무언가에 열정을 가지리라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필라테스에 관한 글을 쓰고 싶은 마음만큼은 항상 동동 떠올라있었는데요. 그 동력은 어딘가에 조금 가라앉아있는 분들이 있다면?이었습니다. 다 써놓고 보니 과거의 저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이렇게 근사한 곳에 기록해두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키보드가 아닌 직접 손으로 글을 썼다면 굳은살은 개의치 않고 한자씩 꾹꾹 눌러쓰지 않았을까 합니다. 말은 찰나에 흩어질 수 있어도 글은 써놓으면 언제든 꺼내 볼 수 있는 장점이 있잖아요. 과거와 현재의 저를 비롯해, 알맞은 타이밍에 꼭 맞는 분께 가서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차고 넘칠 정도로 좋은 인생 운동이 되길 바랍니다.



현재 저는 필라테스 센터 3곳을 들락날락하며 이제는 더 이상 휴식이 아닌 진짜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더해서 지도자 과정도 함께 밟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필라테스의 매력에 폭 빠져 '평생' '스스로' 하고 싶어서입니다. 단지 좋다는 이유로 지도자 과정까지 할 일인가?라는 생각을 1초 정도 했습니다만, 첫날 수업이 끝나자마자 "와.. 하루라도 빨리할걸" 하고 일말의 주저함을 완전히 거두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필라테스에 관련한 소소한 이야기들을 꾸준히 올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항상 공감해 읽어주시는 여러분께 깊이 감사합니다.




오늘도 기쁨과 열정이 가득한 하루가 되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_♡


이전 10화 필라테스할 때 머리 꼭 묶어야 하나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