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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KEUFeeLMYLOVE Jun 08. 2023

블랙핑크 로제와 허리인치가 같아졌다

필라테스 1년 효과

철옹성 같은 엄마를 움직였다. 필라테스를 시작하셨다. 주 2회, 레슨이 없는 날이면 집에서 혼자 보충수업으로 열을 올리신다. 조금이라도 연습하고 가서 본수업 때 더 잘하기 위해서.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니 조금 애잔하면서 크게 기뻤다. 태워쓰는 초처럼 자식을 비춰주는 삶을 사셨기 때문이다. 미룰 수 있을 만큼 미뤄뒀던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셨다. 딸이 필라테스 센터를 들락날락하는 걸 365일 넘는 기간 동안 옆에서 오롯이 지켜보셨다. 1년이 지나니 달라진 게 엄마의 눈에도 보이기 시작했고 용기를 얻어 행동으로 옮기셨던 것 같다.


엄마의 불타는 열정으로 수업 3회 차를 끝낸 날, 대뜸 줄자를 가져와 자신의 허리둘레를 재신다. 숫자를 되뇌고, 가만히 있던 내 허리둘레도 냉큼 잰다. 나는 그렇게 해서 내 허리인치를 정확히 알게 되었다. 물이 많은 밀가루 반죽처럼 마음이 뒤죽박죽해 필라테스를 시작했던 나였다. 그랬더니, 세상에! 로제와 허리 인치(만)가 같아지는 날도 온다. 필라테스 1년의 효과로 얇아진 허리둘레보다도 더 의미 있는 변화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까지도 움직이게 한 것이 아닐까? 말이 아닌 행동으로 말이다.


자동차 경주를 할 때도 잠시 멈춰 타이어를 갈아주고, 한 바퀴를 삥 둘러서 이상이 있는 곳은 없는지 체크를 해줘야 하는 법이다. 그렇지 않으면 온전히 트랙을 질주하지 못하고, 방향도 통제하지 못한 채 중심을 잃고 만다. 우리 몸과 마음처럼.


필라테스를 하면 내 몸 구석구석을 훑어서 원활히 소통이 잘 되고 있는지 더딘 곳은 없는지 단박에 알 수 있다. 위아래 검은색 운동복을 입고 열심히 땀을 흘렸던 첫 수업에서 나는 현타가 왔다. 마음도 뒤숭숭했지만 몸도 뒤숭숭했다. 더딘 곳이 많았다. 못하는 내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서 그만할까..?라는 생각도 스친 적이 있었지만, 그때 그만두지 않기를 잘했다.


온전한 트랙을 질주하는 데 힘을 보태고 싶어서 정말 소소한 변화들까지 긁어서 5가지로 가져와보았다.




필라테스 1년, 5가지 변화 및 효과



1. 바디쉐입의 변화: 가늘어진다.


내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필라테스는 단연코 몸이 조금씩 가늘어지고 조금씩 근력이 붙는다. 그렇기 때문에 1) 키가 작은 편이거나, 2) 운동을 하면 바로 올망졸망한 근육이 뙇 형성된다거나, 3) 타고 태어난 몸체가 호리호리하지 않은 경우라면 더욱 매력적인 운동이겠다.


필라테스의 6가지 원리는 집중, 조절, 중심화, 유동적 움직임, 정확성, 호흡이다. 여기서 1개를 더 추가하면 신연이다. 항상 센터에서 가장 멀리 '신연'을 말한다. 근육은 길고 가늘게 늘려 '최대의' 신연을 찾도록 강조한다. 즉, 항상 의식적으로 늘릴 수 있을 때까지 뽑아 늘린다. 내 몸속 구겨져 있던 곳을 찾아가 1mm라도 늘린다. 내 상상력을 총 동원해서.


· 팔이 더 길어진다 생각하고 앞으로 찌르세요!

· 다리가 거울 쪽을 향해 길게 뻗어주세요!

· 내 목과 어깨가 더 멀어진다~!


배꼽을 중심으로 허리 아래쪽에서부터 에너지를 뽑아내 팔다리를 뻗어내고, 척추의 움직임을 비롯한 모든 몸의 움직임을 길게- 길게-- 끌어낸다.

늑골(갈비뼈) 아래와 골반 라인 사이에 있는 요추(허리뼈)를 둘러싼 강한 근육들이 '파워하우스'에서부터 팔과 다리로 뻗어나가는 것이 필라테스의 동작이다. -조셉 필라테스

길게 뽑아낸 에너지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싹 훑어서 정돈을 시켜준다. 전체적인 몸체가 쏩- 하고 안쪽을 항해 탄탄히 모여지는 느낌이다. 또한 모든 정렬에 맞춰진 대로 운동을 하기 때문에 어느 쪽으로 틀어져 있든 그것들의 밸런스를 맞춰준다. 몸이 정돈되면서 자세 교정도 되고 체형도 발라진다. 제자리를 찾아가는데 동시에 위아래 세로로 길어진다.


마치 위의 가운데 사진에서 빨간색의 파워하우스가 얼기설기 구멍이 송송 뚫려있거나 퍼져있지 않고, 빈틈없이 탄탄해진다. 여기저기 멀리 흩어져 있던 것들이 중심으로 쫙 모이는 느낌이다. 그러므로, 필라테스 수업을 주 2회 이상, 제대로 된 곳에서, 그저 꾸준히 임하면, 자신도 알게 모르게 조금씩 몸선이 가늘어지기 마련이다.



2. 소화기능의 변화


라고 적었지만 더 직관적으로 말하면 밥맛이 좋아진다. 필라테스는 흉곽성 복부 호흡을 사용하면서 운동의 집중과 근육의 사용까지 다 연결한다. 속 안에서 장기를 마사지해주기도 한다. 실제로 소화 기능도 좋아지기도 하고, 간, 심장, 신장의 기능 향상까지 도움 된다.


50분의 수업시간 동안 노는 곳이 단 한 곳도 없고, 에너지대사가 빨라져 순환 속도가 높아진다. 활발한 순환으로 내 몸에 정체되는 구간을 해소시켜 준다. 특히 다이어트 정체 시 순환을 뚫어줌으로써 가속도를 붙여주기도 한다. 막히는 곳이 없으므로 소화가 잘 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3. 수업의 변화


1) 필라테스 횟수의 변화

· 초반: 일주일에 2번도 겨우.. 겨우

· 중반: 주 3번도 적당하다?

· 후반: 하루 쉬면 몸이 근질근질거린다.


첫 수업 후 나는 거의 앓아눕다시피 했다. 수업이 끝난 뒤 키보드를 두드린다는 것은 사치에 가까웠다. 책상에 팔을 올리고 있을 힘조차 없었다. 그래도 주에 2번만큼은 울며 겨자 먹기로 겨우 나갔는데, 지금은 역치가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센터를 방문하는 횟수가 늘어났다. 2년 차인 지금은 근육의 회복 속도도 훨씬 빨라져 주에 4-5번이 가장 적당해졌다. 내가 필라테스를 일주일에 2번을 간신히 할 때, 아침저녁으로 하루 2회 수업을 들었던 경력자분이 이제야 조금씩 이해 가기 시작한다.


2) 자극점의 변화

안쪽허벅지 내전근을 타겟한 운동을 하는데 희한하게 다음날 내전근에는 근육통이 전혀 없었다. 1년이 지나고 나니 드디어 정확히 안쪽 허벅지에도 근육통이 왔다. 초반에는 내전근 운동을 해도 내전근이 약해 바깥허벅지 근육의 개입이 더 컸던 것 같다. 이제는 정확한 타켓지점에 확실히 운동이 되기 시작했다. 근육의 활성도가 올라가면서 같은 필라테스 동작을 하더라도 점점 더 힘들어졌다. 힘들어지는 만큼 성취감도 올라간다.



4. 생활습관의 변화들


1) 불면증 사라짐

필라테스는 전신 운동으로 몸 구석구석, 손끝, 발끝까지 따뜻한 피가 가니 저절로 새근새근 잠을 잘 수 있다. 또한 다음날 필라테스 수업이 있다면 의식적으로 컨디션 조절을 하게 된다. 내일 수업을 제대로 듣기 위해서는 지금 눈을 붙인다.


(나의 경우 저녁시간대 필라테스는 오히려 잠에 잘 들지 않았다. 오전시간대를 선호하는데, 효과적인 시간대는 다음번에 또 자세히..!)


2) 행동이 빠릿빠릿해짐

나무늘보 같이 느~릿~했던 행동이 날다람쥐처럼 빨-라-졌다. 이를테면,

· 의자를 옮겨야 할 때 질질 드르르르 끌어서 옮겼다면, 이제는 딱 공중으로 들어서 날래게 옮기게 됐다.

· 알게 모르게 미뤄뒀던 청소가 이제는 재미있어졌다. 청소도 체력이 있어야 더 자주 잘한다.

· 걸음걸이도 빨라졌다.


3) 자세의 변화

50분의 수업시간 동안 항상 나의 몸 정렬 상태를 체크한다. 그게 점점 습관이 되다 보니, 의식적으로 정렬을 맞추려 한다. 다리를 꼬는 습관이 거의 사라져 간다. 골반의 높이와 경사도가 달려져 양쪽 균형을 맞추려면 운동할 때 더 힘들어진다. 필라테스를 더 잘하기 위해서라도 평소에 자세를 똑바로 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50분 동안 불타는 열정으로 만들어둔 정렬 상태를 평소 무의식적 습관으로 다시 되돌리기엔 너무 아깝다.


4) 어깨 소리·통증 개선

어깨에 항상 긴장감이 있어 잘 뭉치는 사람은 자신의 평소에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지도 모른다. 긴장한 상태가 '기본'이기 때문이다. 딱 나였다. 많은 사람들의 어깨가 뭉쳐있는 건지 필라테스를 할 때도 강사님들이 가장 자주 하는 말은 "어깨 긴장 푸시고~ "이다. 긴장감뿐만 아니라 상체의 다른 근육에 힘이 없는 초반에는 어깨로 힘이 많이 들어간다. 수업을 하면서 어깨에 긴장을 내려놓는 습관을 들이다 보니 신기하게도 어깨 통증이 점점 사라졌다. 어깨관절은 우리 몸에서 가장 운동 범위가 넓고, 유일하게 360도 회전이 가능하다. 폼롤러 위에 누워서 어깨관절을 부드럽게 크게 돌려주면 타이트해져 있었던 앞쪽 어깨, 가슴근육이 풀리며 시원해진다. 100%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고 있었던 어깨관절을 필라테스로 더 부드럽게 되돌릴 수 있었다. 가끔 어깨에 소리도 종종 났었는데 이제는 사라졌다.


5) 운전이 수월해짐

묵직했던 핸들 무게가 가벼워졌다. 대개 절대적인 몸무게가 작게 나가는 경우 운전대를 잡으면 버겁게 느껴질 때가 있다. 녹슨 자전거를 끌고 오르막길을 오르는 느낌이다. 영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멋있게 한 손으로 핸들을 휘리릭 돌리고 싶어도 현실에서는 끼익- 끼익- 거리며 한 바퀴 돌리게 된다. 운전도 어느 정도 근력이 있어야 안정감 있게 하겠다. 복부를 딱 잡고, 허벅지 근육도 잘 받쳐주고, 등후면 근육으로 안정적으로 잡아주고, 팔근육도 탄탄하면 운전의 질이 올라간다. 또 체력이 있을 때 양보심도 올라가는 것 같다. 자신의 육체가 힘드니 1초라도 빨리 집에 가서 쉬고 싶은 게 아닐까?



5. 다정함과 용기도 한 스푼씩 추가


대부분 필라테스의 효과는 보이는 것에 강조점이 찍히는 것 같지만, 실제로 가장 좋았던 효과를 꼽으라면 보이지 않는 다정함과 용기다.


다정함은 체력에서 나온다. 내 체력이 되어야 남을 기분 좋게 대할 수 있는 힘, 양보하는 힘, 배려하는 힘이 더 나오는 것 같다. 작은 근육이 키워지기 시작한 6개월 차에는 다른 이들을 충분히 기다려 줄 나름의 여유가 생겼고, 내 체력이 되어야 남을 둘러볼 힘도 생긴다.


나의 경우 용기도 결국 체력에서 나왔다. 예전에는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것들을 조금씩 도전하게 된다. 가령 침대 프레임 수동 드라이버로 분해하기와 같은 아주 사소한 것까지도. 필라테스를 하면서 나는 안 될 거야라고 생각했던 동작을 '얼떨결'에 성공하면서 점점 오- 못하는 게 없겠네? 하는 자신감이 근육 붙듯이 붙게 됐다. 지레 안될 거야 생각하고 행동하지 않았던 모든 것들을 도전하게 하는 용기가 생겼다.




딱 1년만, 제대로 된 곳에서 필라테스를 하면, 여기 나와있는 효과보다도 훨씬 더 많은 효과가 당신을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다.


절대로 단 1년만 할 수 없을 것이다. 태양처럼 더욱 빛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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