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진, 체력의 비밀
발을 딛고 있는 땅에서는 초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하며 동시에 하늘을 날아다니느라 바쁜 방탄소년단. 그들에게는 더욱, 체력도 실력일 것이다. 정말 별거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봉지 뜯기만 봐도 그 체력을 가늠할 수 있는데, 진처럼 발가락으로 봉지를 잘 뜯을수록 체력이 좋다고 볼 수 있다.
'아는 형님'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발가락으로 봉지 뜯기 대결 장면이 나온다. 저 정도의 발가락 힘이라면 상위 1%에 속하지 않을까?
진은 발을 '손처럼' 자유자재로 쓰는데, 개그맨 김영철과의 대결 장면을 비교해 보자.
진의 발은 딱 봐도 전체적으로 힘이 살아있다. 발가락 뼈 사이사이가 유착되지 않고 확실히 구분되어 잘 갈라져 있다. 심지어는 마디마디를 구부리거나 힘껏 잡는 등의 섬세한 컨트롤까지 가능하다.
게다가 천하장사 강호동과의 대결에서도 승리했다. 강호동은 간발의 차로 진에게 패했는데, 씨름선수출신답게 발이 다부진 것을 볼 수 있다. 아무래도 씨름은 두 발을 딛고 버티는 힘이 중요하기에 발의 힘도 그만큼 있겠다.
· 발의 힘이 좋다면 쉽게 지치지 않고,
· 발의 힘이 약하다면 쉬이 지친다.
· 딛는 족족 힘 있고 양질의 토양을 걷는 것과,
· 딛는 족족 푹푹 빠지는 갯벌을 걷는 것과 같다.
발의 힘이 있다는 것은 발의 삼각형 포인트가 힘이 있게 살아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발의 아치가 무너지지 않고 단단하다. 옆에서 봤을 때 발의 아치가 동그랗게 이쁜 반원을 그린다. 발이 단단한 '양질의 토양'과 같은 것이다. 고르고 좋은 땅을 걸으니 남들보다 오래 걷거나 활동을 해도 확실히 덜 피로하다.
반면 발에 힘이 약해 삼각형 포인트 중 안쪽이 무너져 내린 발은? 안쪽면이 유독 더 힘이 없이 자꾸 무너져 걷기 때문에 안짱걸음이 된다. 평평한 바닥을 걷는 게 아니라 약간 비스듬한 경사로를 계속 걷고 있는 것과 같다.
만약 3가지 포인트 모두 힘이 약해지면 바닥면이 들쑥날쑥 고르지 못한 갯벌을 걷는 것과 다름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남들과 똑같이 활동해도 가장 먼저 지친다. 같이 걸었지만 그 사람만은 계속 갯벌을 걸어왔기 때문이다.
하루 몇 분이 아니라 평생을 갯벌을 걷는 것과, 잘 다져진 토양을 디디는 것은 체력 소비가 천지차이일 것이다. 비단 체력만은 아니다. 체력이 모래처럼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듯한 기분이 든다면 '발'을 한번 살펴보자.
발은 우리 몸 가장 아래에서, 온몸을 지지하는 주춧돌 역할을 한다. 52개의 뼈, 60개의 관절, 214개의 인대, 38개의 근육과 더불어 수많은 혈관으로 복잡하게 이루어진 인체의 축소판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필라테스를 하기 전에는 내 발에 대해서 딱히 관심이 없었다. 오히려 복근, 상체, 하체 근육과 같이 큰 근육에 더 신경을 썼지. 고작 발까지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그런데 생애 처음으로 발에도 근육통이 온 적이 있었다.
필라테스 동작을 하면 앞선 세 가지 포인트를 생각하여, 발에 힘을 주고 운동하는 동작이 많다. 초반에는 발에 힘이 더더욱 없었다. 그래서 내 의지와는 다르게 발이 지면에 딱 붙어 있지 못하고 자꾸만 들썩들썩 공중부양하려 하고, 딱 버티고 있지 못해 조금씩 앞으로 질질 밀리곤 했다. 이때 '있는 힘, 없는 힘 + 초인적인 힘'을 동원하다 보니 다음날 무려 발에도 근육통이 생긴 것이다. 발의 정중앙 아치 부분에 근육통이 생겨 발을 딛는 족족 아팠다. 마치 뜨겁다 못해 펄펄 끓는 온돌방을 지나가는 것처럼 하루종일 호들갑을 떨고 다녔더랬다.
거참 발에도 근육통이 생길 수 있다니! 희한한 경험이었다. 더 신기한 점은 그 뒤로 발에 힘이 생긴 게 확실히 느껴졌다. 발에 있는 미세한 근육을 찢어 상처를 내어 회복하니 근육이 한 겹 붙은 것이다. 토양이 조금 다져지면서 매트에 발을 붙이고 있는 힘이 달라졌다. 훨씬 잘 버티고 있을 수 있었고 밀리는 게 덜 했다. 운동할 때뿐만 아니라 일상 걷기에서도 달랐다. 분명히 만보 정도 걸으면 이제 발의 피로가 조금씩 몰려오기 시작하는데 어라, 만보가 거뜬하다!
마치 수면 아래 분주히 움직이는 백조의 다리처럼, 가장 아래에서 나의 모든 무게를 지탱하고 있는 소중한 발이다. 발이 불안정하다면 그 위에 구조물들이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바로 위에 있는 발목, 무릎, 골반, 척추까지.
그러므로 필라테스에서는 항상 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는 꼭 발바닥을 적절하게 자극해 발에 대한 '인지'를 향상한다. 내가 지금 어떠한 상황에 있는지를 '아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되듯이 내 발도 마찬가지다. 내 발바닥의 근육과 힘줄이 지금 여기에 있구나 하고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훨씬 더 효과적으로 운동을 진행하고, 생활할 수 있다. 아래 인지력 향상에 도움 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 있다. (처음에는 앉아서 하는 것보다 서서하는 게 더 쉽다.)
발의 삼각형 포인트를 생각하면서 아치에 딱 힘을 준다. 이어서 엄지를 제외한 네 발가락은 지면을 절대 놓치지 않을 꼬예요. 하는 심정으로 힘주며 이때, 엄지발가락만 힘껏 치켜올려 따봉 해본다. 딱 엄지발가락만 들어야 한다. 정말 보기에는 세상 쉬워 보이는데, 막상 해보면 발가락이 내 의지와는 따로 논다. 괜한 손이 움찔움찔 거리기도 한다.
이번에는 반대로 엄지발가락을 바닥에 빈틈없이 붙여두고, 나머지 네 발가락을 있는 힘껏 올려본다. 오직 네 발가락만이 천장에 닿는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들어본다.
발바닥은 지면에 모두 붙인 상태에서 발가락만 쫙 공중부양시켜 준비한다.
새끼발가락부터 하나씩 차근차근 순서대로 내려와 엄지발가락까지 내려준다. 다 내려왔다면 이번에는 다시 반대로 엄지발가락부터 하나씩 들어준다. 빨리하면 피아노 치는 것처럼 된다.
처음에는 피아노 치듯이 발가락을 하나하나 내려놓으라는 말이 당최 이해가 가질 않았다. 나는 도저히 안 돼서. 이게 되는 사람이 있긴 해? 하고 고개를 휙 돌려 강사님 발을 봤는데, 암요, 되고 말고요. 되는 것을 머쓱하고 빠르게 내 눈으로 똑똑히 확인한 뒤, 다시 초집중을 해서 두 번째, 세 번째 발가락에 말을 걸었다. 이제 네가 칠 차례야. 초반에는 분명 두 번째 발가락에 말을 걸었는데, 느닷없이 엄지발가락이 저요!? 저 불렀어요? 하고 올라오기도 했고 그야말로 중구난방이었다. 그렇게 수개월째 발가락에도 더 관심을 가져주고 나니 점점 내 말을 듣기 시작했다. 내 생각대로 내 몸이 컨트롤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일설에 따르면 발에는 감정이 쌓이기 쉬워서 발 마사지와 더불어 발바닥에 소금을 문질러주면 감정 정화에 좋다고 한다. 소금에는 정화 능력이 있어서 파도 소리를 들으며 모래사장을 맨발로 걸으면 좋다고. 아 그래서, 본능적으로 바닷가를 보면 냅다 맨발로 뛰어놀고 싶은 데는 다 이유가 있었구나! 움직이는 것이라면 뭔들 감정 정화에 좋지 않을까? 오늘 하루도 야무지게 나의 토양을 토닥토닥 힘 있게 다져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