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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KEUFeeLMYLOVE Jun 14. 2023

필라테스할 때 머리 꼭 묶어야 하나요?

+ 발가락 양말은 정녕 신어야 하는 걸까요?

필라테스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장비빨이다.


오로지 내 경험에 의한 생각일 뿐임으로, 고수는 연장을 탓하지 않는 것처럼 그와 상관없이 잘하는 사람도 많다. 다만 나의 경우에는 자신과 때에 맞는 적절한 장비는 집중도를 높여 결과를 더욱 좋게 만들었다.



내가 가장 오래 다녔던 센터에서 항상 낯이 익은 한 회원이 있었다. 매시간마다 빼곡히 수업이 개설되어 있는 센터에서, 낯이 익는다는 말은 그만큼 '아주 자주' 나왔다는 뜻이다. 실제로 그녀는 하루에 필라테스를 2번도 한다. 어쩌다 하는 게 아니라 빈번히.


그녀가 필라테스를 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와.. 정말 무슨 일이든지 성공하겠다."라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백기를 든 모습을 본 적이 없다. 다른 사람들은 끝까지 견디지 못하고 하나둘 동작을 포기할 때일수록 자신에게 더욱 집중해서 끝까지 수행해 낸다. 그 공간에 자신밖에 없는 것처럼. 운 좋게도 흔들림 없이 편안한 그녀와 함께 수업을 들은 덕분에, 나도 견디는 힘을 더 배워나갔는지도 모르겠다. 엄살이 쏙 들어갈 수밖에 없다. 강사가 아닌지 심히 의심되는 그녀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한번 살펴보자.


항상 단단하고 큰 집게핀을 한다. 머리카락이 단 한 올도 삐져나오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듯이 짱짱하게 말아 올렸다. 그것도 아주 야무지게! 또, 문어발판과 같은 흡착력을 지닌 빈틈없이 짱짱한 논슬립 발가락 양말을 신고 있었다.


저건가?


"아 머리카락 때문에 집중이 안 돼서 동작을 제대로 못했어"
"나도 끝까지 할 수 있었는데~ 양말이 미끄러워서 그만한 거잖아"


와 같은 일말의 변명이 쏙- 들어가게 하기 위해서는 사소해 보이는 것의 선택도 나에게는 꽤 중요했다.



1. 머리부터

긴 머리라면 더욱이 머리카락을 잘 고정할 수 있는 장비가 중요하다. 혹여 긴 머리카락이 스프링에 끼일 수도 있고, 엎드려서 동작을 할 때 한쪽으로 내려오면 거슬리고 간질간질 간지러워 순간 집중력이 흐트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운동의 집중을 위해서 머리를 풀지 않고 묶는 것은 당연하고, 더해서 잘 말아 올려 내려오는 것을 최소화한다.


1) 집게핀

집게핀은 하늘을 바라보고 눕는 동작을 제외한 모든 동작에 아주 훌륭한 장비다. 내 시야를 거슬리게 하는 머리카락 없이 야무지게 틀어 올려서 묶을 수 있다. 그러나 눕는 동작을 하면 집게핀을 잠시 풀어줘야 한다. 그러므로, 검정 고무줄로 한가닥 묶기를 한 뒤 집게핀으로 고정시켜 준다. 눕는 동작이 있을지 없을지는 그날 수업을 들어봐야 알 수 있으므로, 눕는 동작이 있으면 재빨리 집게핀을 빼놓고 운동을 진행한다. 다시 일어서서 하는 동작을 할 때는 수업 진행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냉큼 집게핀을 가져와 틀어 올려 고정한다. 집게핀을 풀고 다시 하고 하는 일련의 과정이 약간 불편해서 지금은 아래로 정착했다.


2) 스크런치

딱딱한 스크런치 말고 어느 정도 포근한 스크런치가 좋다. 하늘을 보고 눕는 동작을 할 때 폭신폭신한 스크런치가 목에 부담이 덜하기 때문이다. 풀릴 수 있는 상황을 대비해서 검은 고무줄을 먼저 한 뒤에 스크런치를 두 번 짱짱하게 돌려 야무지게 똥머리 해준다.


철저히 말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그날 수업이 다이나믹했다면 저절로 아래와 같은 모습을 맞이할 수는 있다.



오- 잘했는걸?

거울로 한껏 흐트러진 나의 머리를 마주하면 아이쿠야 당혹스럽지만 은근 기분이 좋다. 그만큼 열심히 집중했다는 뜻이다.


집게핀, 스크런치 - 취향에 따라 적절한 것을 선택


2. 발끝까지

필라테스에서는 발의 중요성을 항상 강조한다. 발 근육은 우리 인체의 전신근육과 모두 연결되어 있다. 발이 제대로 잡혀 있다면 기본적으로 노화가 늦게 온다. 이와 관련해서는 다음에 또 자세히 풀어보도록 하겠다.


중요한 발을 감싸는 양말이다. 필라테스 장비 중 가장 많은 변화가 있었다. 처음 필라테스 센터를 가면 강사님과 오래 다녔던 회원들은 꼭 발가락 양말을 신고 있었다. 처음에는 상당히 의아했다. 왠지 발가락 하나하나를 감싸고 있는 양말이라고 하면, 우리네 아버지 옷서랍장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생소하다 보니 굳이 꼭 발가락 양말을 신지 않아도 필라테스하는 데는 뭐 큰 지장은 없겠지! 하고 수업을 임했지만, 처음부터 발가락 양말의 중요성을 알았더라면 더욱 빨리 실력이 늘고, 보다 효과적으로 안정화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살짝 있긴 하다.


아래 다양한 종류의 양말을 순서대로 정리했다.


1) 초반: 그냥 스포츠 양말

그래도 명색이 필라테스 첫 수업날, 내가 가지고 있는 양말 중에서 가장 두툼한 스포츠 양말을 신고 도전했다. 아쉼게도 스포츠 양말은 복숭아뼈 위까지 와서 발목은 잡아줄 수 있으나, 동작을 할 때 밀리기 시작해 양말 안에서 발가락이 따로 논다.

내 발가락이 계란이라 생각해 보면, 계란보관함에 하나하나 제자리를 찾아 정리돼 들어있는 것이 아니라, 한 바구니에 모조리 들어있는 것과 같다. 연쇄적으로 무너질 수 있다. 왼쪽으로 쏠리기 시작하면 다섯 발가락 모두 우르르르 한쪽으로 쏠리기 십상이었다. 초반에는 발에 힘이 없을 수 있기 때문에 더욱 발가락까지 잘 서포트해 줄 양말이 중요했던 것이다.


2) 중반: 논슬립 양말

그래서! 양말 바닥면에 논슬립 쿠션이 있는 걸로 바꿨다. 미끄러운 것은 스포츠 양말보다는 나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한 바구니에 계란을 다 담고 있어서 발가락 하나하나를 컨트롤하기가 어려웠다. 이 시기에는 센터를 나간 시간이 쌓인 만큼, 다른 회원들의 발가락양말을 계속 보다 보니 이제는 친근해진다. 점점 발가락 양말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이 차츰 벗겨지기 시작한다. 내가 동작을 더 잘 수행하기 위해서는 발가락 양말은 필수가 되어버린 시기다.


3) 현재: 논슬립 발가락 양말

논슬립 '발가락 양말'을 신기 시작했을 때부터 좀 본격적으로 필라테스를 하는 것 같았다. 고작 양말하나 바꿨다고 안정적인 자세와 정확한 동작의 수행으로 운동효과를 극대화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큰 요인으로 작용한다.

찾았다 내 자리!

발가락 양말을 한 번이라도 신어본 사람은 공감할 것이다. 발가락 양말은 일반 양말보다 발의 피로도를 훨씬 줄어준다. 손목을 감싸는 손목 보호대처럼 아무래도 발가락 하나하나를 감싸 씌워주니 안정적이다.


필라테스를 할 때는 발가락 하나하나를 떨어트려 개별 움직임에 더욱 집중시켜 준다. 노련한 지도자는 "이번 동작에서는 엄지발가락에 힘을 더 줘보세요." 또는 "새끼발가락에 더 힘을 주면 훨씬 자극이 잘 옵니다"라고 티칭 한다. 발가락 컨트롤을 잘하는 것만으로도 더욱 효과적으로 근육 개입을 도울 수 있다. 발가락양말을 신으면 다섯 발가락 중 어떤 발가락에 힘이 더 들어가는지, 유독 발가락만 구부러져 있지는 않은지, 제대로 펴서 힘을 주는지 등.. 디테일한 것이 확연히 잘 보여 집중도는 자동으로 올라간다.


다시 발가락 양말에는 2가지 종류가 있다. 발가락 전체를 다 감싸고 있는지, 아닌지에 따라서 다시 1) 풀토, 2)오픈토로 나뉜다. 선택은 개인 취향이며, 나는 주로 풀토만 신는다. 여름에 오픈토를 신고 수업을 들었다가 에어컨 때문에 발이 너무 시렸기 때문이다. 그 뒤로는 굳이 오픈토를 신지는 않는다.


필라테스 초반이라면 도톰한 재질에, 발목까지 오고, 발등도 착 감싸져 있는 논슬립 발가락 양말을 추천한다. 아무래도 양말의 탄성으로 나의 발목과 발등을 조금이라도 받쳐줘 안정적이다. 지금도 가장 많이 손이 가는 양말이고, 정신을 바짝 다잡고 임해야 하는 강사님의 수업을 들을 때는 아주 필수다.

베이직한 풀토 발가락 양말
디자인은 이쁘긴 하나 발목과 발등을 확실하게 잡아주는 힘은 다소 약함

양말의 사이즈도 S, M, L 이렇게 나뉜 곳에서 구입하는 것이 좋겠다. 나의 발사이즈와 양말이 맞지 않으면 발가락 사이사이가 정말 아프다. 이건 뭐 지금 운동 중인 엉덩이 근육이 아픈 것보다 발가락 사이가 찢길 듯한 통증을 견디는 게 더 힘들다. 양말이 너무 커서 자꾸 밀려 발가락 사이사이를 갈라놓을 요량으로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정말' 논슬립 양말인지도 체크해 봐야 한다. 시중에 다양한 필라테스 논슬립 양말이 있다. 색감도 이쁘고 디자인도 다채롭다. 하지만 무늬만 논슬립인 양말에 유의해야 한다. 간혹 색감에 혹해서 샀다가 논슬립의 기능을 전혀 하지 못하는 양말이 꽤 있었기 때문이다. 논슬립 쿠션의 두께가 정말 얇거나 잘 떨어진다.

있는 듯 없는 듯 시스루 논슬립 양말, 가운데 사진: 논슬립의 차이

+) 맨발

맨발로 수업을 듣는 회원들도 꽤 많은데, 되도록이면 자신에게 딱 맞는 발가락 양말을 신는 것이 가장 좋겠다. 기구들을 발로 잡고 걸치고 하는 동작이 많기 때문에 위생면에서도 그렇고, 굳은살이나 부상 방지용으로도 양말을 착용하는 것을 특히 추천한다.




어려운 문제에 주눅이 들어 머리가 돌아가지 않을 땐 쉬운 문제부터 해결하며 자신감을 찾는 게 좋다. 하지만 내가 생애 처음 접한 필라테스에서 쉬운 동작이란 없었다. 해결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했고 그것은 적절한 장비였다. 쉬운 동작을 해결할 수 있는 자신감을 북돋아 주는 역할을 했기 때문에 이렇게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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