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드래곤의 넥타이를 제발 '잘' 골라줘!
내 취향만 담아 러프하게 기록하는 타사 블로그에 올린 한 게시물이 있다. 나의 다사다난했던 퍼스널 컬러 여정기다. 꼭 잊을만하면 댓글이 달리곤 해서 지금은 200개가 다 되어간다.
퍼스널 컬러에 이렇게나 많은 관심이 있다는 것은, 알기 전과 후가 극명하게 차이 나서 아닐까?
마치 이재용 회장처럼.
퍼스널컬러는 어느 성별이라도 유용하다 생각하지만, 남성이 자신의 퍼스널 컬러를 알고 스타일링을 한다면 독보적인 것 같다. 얼굴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분위기, 나아가 지위까지 달리 보인다. 차림새를 바꾸면 행동도 바뀐다. 나에게 조화로운 차림새는 기성복일지라도 맞춤복이 된다. 자연스럽게, 자신감 있고, 여유로운 분위기가 따라온다. 가장 나답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나의 퍼스널컬러를 정확히 알게 되었는데, 덕분에 공부할 기회를 제대로 누렸다.
나의 퍼스널 컬러는 여름뮤트다. 쿨톤이냐 웜톤이냐로 따지면 쿨톤, 쿨톤은 다시 2가지로 나뉘는데 여름, 겨울 중에서는 여름이다. 깨끗하고 청량한 하늘과 같은 시원한 색이 잘 어울리는 계절이고, 뮤트는 원색에 회색이 가미된 희끄무레한 색이 잘 어울리는 톤을 말한다. 색동저고리같이 쨍하거나 청명한 색이 아니라 '탁기'가 섞여있고 안개 낀 듯한 색이 분위기 있게 어울린다.
그에 따라 나는 열정을 상징하는 붉은색을 입으면 "너 혹시 지금 더워?"라는 질문을 쉽게 받을 수 있고, 개나리꽃의 노란색을 입으면 황달처럼 떠 보인다. 또 초록색 옷을 입으면 안색이 슈렉같이 칙칙해진다. 즉, 모든 따뜻한 원색을 얼굴에 그대로 다 뱉어낸다. 전혀 조화롭지 못한 것이다. 유난히 화장을 더 고치게 되고, 얼른 집에 가고 싶은 날이 간혹 있는데 이게 퍼스널 컬러와도 영향이 있겠다.
이렇게 자기주장이 강한 따뜻한 색이 얼굴 가까이로 오면 그야말로 워스트 오브 워스트가 되는, 이재용 회장의 퍼스널 컬러도 여름뮤트이지 않을까? 똑같이 강렬하고 화려한 빨간색 두건을 써도 충분히 조화로운 사람도 분명 있고, 오직 두건만 동동 떠 보이는 사람이 있다.
MZ세대와의 활발한 소통으로 재드래곤이라는 별명이 붙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가수 지드래곤처럼 입었다 하면 완판 된다고 해서 붙은 별명인 것도 같다.
재드래곤의 인기로 완판된 아래 두 패딩은 아이러니하게도 한 개는 베스트 컬러, 다른 하나는 워스트 컬러다. 어떤 컬러의 옷을 입었을 때 현재 자신의 위치인 '회장님'이라는 단어와 더 잘 어우러질까?
회색의 패딩조끼다. 빨간 패딩은 친근감 있게 보일 수 있지만 왠지 한사랑 산악회와 더 잘 어울리고, 회색조끼는 회장님의 겨울 공항 패션처럼 보인다. 칙칙해 보이는 게 아니라 시원하면서 고급스럽기까지 한데 얼굴톤도 밝아 보인다. 재드래곤은 따뜻한 색보다는 차가운 색을 활용했을 때 더욱 조화로운 '쿨톤'이다. 반대로 웜톤을 사용하면 얼굴이 노래보인 다거나 특유의 분위기가 다소 깨진다.
겨울 쿨톤의 대표적인 남자연예인이 차승원이다. 차가운 색 중에서도 좀 더 강렬하면서 무거운 색이 잘 어울린다. 자세히 들어가면 조금 복잡할 수 있으니, 간단하게는 상대적으로 여름은 쿨한 색 중에서도 가벼운 색이 더 잘 어울리는 톤이라고 생각해 보자. 이재용 회장의 강렬한 쿨색은 다소 경직돼 보인다.
더 세세하게 나뉠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너무 세분화하는 것은 범위가 심하게 좁아지는 것 같다. 내가 가장 만족해서 받았던 진단 업체에서는 여름타입을 단 2가지로 분류했는데, 라이트와 뮤트다. 여름 라이트는 쿨한 색상에 화이트가 몇 방울 섞인 색이 잘 어울리는 타입, 여름 뮤트는 쿨한 색상에 회색이 몇 방울 섞인 색이 잘 어울리는 타입이다. 몇 방울이냐는 개인에 따라 약간씩 다르다. 재드래곤은 너무 튀는 색보다는 탁기가 섞인 은은한 색이 더욱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낸다.
이재용 회장과 같은 여름뮤트타입은, 빨간색과 파란색의 옷이 있다면 파란색을, 파란 계통의 옷들 중에서도 선명한 파란색보다는 약간 톤이 다운된 파란색을 선택하면 가장 조화롭다.
MUTE라는 단어 그대로 스타일링에도 적용하면 된다. 음소거처럼 사운드가 튀지 않는 것이 어울린다. 안경테도 화려하거나 진하지 않는 것이 어울리고, 패턴도 너무 튀지 않는 그야말로 은은한 분위기를 끌고 가야 가장 '나다운' 타입이다.
남성의 경우 일반적으로 정장색은 검정, 네이비, 회색정도로 정해져 있으므로 선택의 폭이 그리 넓지 않다. 그런 와중에 남과는 다른 ‘나다움’을 드러낼 수 있는 것이 바로 넥타이다. 얼굴 가까이, 중앙에 있는 넥타이 하나로 전체적인 룩이 확 달라 보인다.
이제 드디어 재드래곤의 찰떡 넥타이를 찾아보자.
이럴 거면 아예 넥타이를 안 하는 게 차라리 낫다.
왼쪽의 탁한 녹색계통의 정장은 넥타이에 따라 베스트가 될 수도 워스트가 될 수도 있다. 넥타이 색을 잘 골라야 하는데 아쉽게도 너무 웜하고 강렬하다. 넥타이만 튀어나와 보인다. 정장색은 뮤트한데 넥타이색은 너무 딥하다. 대비되어 더 조화롭지 못하다.
아래 주황색 넥타이는 이재용 회장이라고 하면 떠올릴 수 있는 대표사진에 항상 나온다. 어디가 모르게 원래 나이보다 더 들어 보이는 것도 같고, 얼굴색이 어두워 보이고, 수염자국도 유독 돋보인다.
재드래곤은 회색 정장에 보라색 넥타이를 은근히 자주 코디하는 듯한데, 가장 조화로운 보라색 넥타이를 찾아보자.
먼저 왼쪽의 제주산 은갈치처럼 번쩍번쩍 광을 내며 튀는 보라색은 뮤트타입에게는 '버겁다.' 나와 맞지 않는 옷을 입으면 쭈뼛쭈뼛 거리는 것처럼. 얼굴을 살펴보면 면도를 안 한 것처럼 거뭇거뭇하다. 정돈되어 보이지 않는다. 얼굴색도 막 휴가를 마치고 온 사람처럼 태닝한 듯하다. 턱 밑의 붉은 자국도 더 튀어 보이고 원래라면 은은했을 윤광도 더 과하게 빛나 보인다. 너무 심한 광택감은 피해 주는 것이 좋다. 여성의 경우 글로시한 립이 안 어울린다면 뮤트타입을 의심해 보라. 나는 립이 조금이라도 윤기가 나면 누가 봐도 '튀김을 몰래 허겁지겁 먹고 나온 애'처럼 보인다. 안개 낀듯한 색이 잘 어울리는 뮤트타입이다. 안개는 반짝반짝 광이 나는 게 아니라 뿌옇다. 그것처럼 매트한 질감이 편안하게 잘 어울린다.
가운데 보라색 넥타이는 정장이 회색이라 그나마 선방했지만 여름뮤트 타입에게는 다소 강렬하다. 첫 모임에 이와 같은 타이를 하고 나갔다면, "아~ 그 보라색 넥타이한 사람 말이지!?"로 기억될 수 있다. 나쁘지는 않지만, 나의 전체적인 조화로운 모습보다는 넥타이 색깔로만 기억에 남을 수 있다. 오른쪽 보라색 넥타이가 가장 조화롭다. 그럼 이제 이것보다 눈이 더욱 편안한 베스트 넥타이를 보도록 하자.
심봉사라도 개-안. 스타일링이 나와 맞게 조화로우면 당사자도 편안하지만, 보는 사람의 눈도 편안하다. 수염자국 어디? 붉은 기는? 얼굴 광도 적절하고 톤업돼 화사하다. 모든 것이 조화롭기 때문이다. 가장 오른쪽 넥타이는 다소 어둡긴 하나 탁기가 들어가 격식 있는 자리에 어울릴 것 같다.
자신에게 맞는 퍼스널컬러는 모든 카드를 능가하는 조커카드처럼 쓸 수 있다. 나의 약점은 쥐똥만 하게 축소시켜 주고 강점은 코끼리만큼 확대시켜 주는 신통방통한 색이다. 전체적으로 정장도 회기가 살짝 들어가면 훨씬 편안하게 소화한다. 청회색이 가장 조화롭다.
재드래곤의 경우 넥타이에 패턴이 뚜렷하지 않은 것이 더욱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선명한 보라색과 마찬가지로 '패턴만' 먼저 크게 눈에 들어오기 때문에 전체적인 무드를 깨트린다.
왠지 나도 모르게 '회색 목도리'를 자주 사용했다면 탁기가 잘 받는 뮤트타입일 수 있다. 얼굴에서 가장 가까운 목도리를 자신의 퍼스널컬러로 사용해 주면 잠을 푹 자고 일어난 것처럼 얼굴이 확 살아난다.
남성 패션은 문외한이지만, 오로지 내가 느낀 기준으로 꼽아봤다.
만약 나의 아버지나 친오빠가 '여름뮤트 타입이라면' 절대 권하지 않을 법한 넥타이들이다. 아래 넥타이를 선물한다면 그건 분명 무슨 문제가 있거나 소심한 반항일 수도.
화려한 무늬와 강한 색상이 특징인 페라가모 브랜드는 고이 넣어두자. 좋은 원단과 품질로 유명한 이탈리아 브랜드 제냐지만 촤르르 실크 광택감이 심한 것도 지양하는 것이 좋겠다. 난색을 피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면 내가 애정하는 여름뮤트 아버지와 친오빠에게 추천해 줄 수 있는 넥타이는?
차가운 색으로 차분하면서 질감도 매트하다. 패턴은 거의 없는 게 가장 좋겠고, 있다고 해도 은은하게 튀지 않게 있는 스타일이 좋겠다.
가운데 에르메스 넥타이는 사진상으로는 살짝 광택감이 느껴져 아쉽지만 그래도 톤이 괜찮아서 가져와봤다.
세상에 절대적인 것은 없다. 무엇을 입을지와 같은 사소한 일에 에너지를 빼앗기는 듯하다면 단조로운 것도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이다.
근데 웬걸, 퍼스널 컬러로 단조로움'도' 얻을 수 있다. 자신에게 조화로움도 가져다주면서, 선택 에너지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 자신이 웜톤인지 쿨톤인지만 알아도 100가지의 선택지에서 50가지로 줄어들고,
· 여름인지 겨울인지 계절까지 알면 50가지의 선택지에서 25가지로,
· 마지막 세부톤까지 알면 나의 선택지는 100개 중에 5가지만 있다.
어느 그릇에 담느냐에 따라 모양이 달라지는 물처럼 어떤 스타일링을 하느냐에 따라 나 또한 조금의 영향을 받지 않을까? 퍼스널 컬러는 혈액형처럼 변하지 않는다. 평생 딱 1번만 나에게 조금 관심을 가져 대해보는 것도 좋은 기회인 것 같다. 선택지는 줄고 삶은 더욱 풍성해진다!
이상 넥타이 맬 줄은 모르는 여름뮤트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