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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신은 당신답게 살고 있나요?

새로운 규칙, 다른 서울 #07_작은따옴표 장서영 

“당신은 당신다운 삶을 살고 있느냐”는 질문을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들까요? 보통 당황하겠죠. 너무 어렵고 쓸데없이 철학적인 질문이라고 치부하거나, 어쩌면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겠죠. ‘이런 질문을 왜 해? 왜 이리 유별나게 굴지?’ 하면서, 소위 ‘진지충’ 아니냐고 말이에요.


왜 그럴까요? 이유는 간단해요. 평소에 그런 생각을 하지 않으니까요. 적어도 지금까지는, 우리사회에서 ‘나다운 삶’ 혹은 ‘나답게 사는 삶’ 등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게 익숙한 일은 아니었어요. 다시 말해 우리가 우리의 삶, 혹은 우리 자신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많이 갖고 있지 못하다는 말이기도 해요.

‘나’답게, ‘우리’답게 살기 위한 문화를 만드는 일


저희가 2014년에 ‘           ’(작은따옴표)라는 단체를 만들고, 동명의 문화 공간을 운영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어요. 누군가는 계속해서 그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지금 우리가 나다운 삶, 그리고 우리다운 삶을 살고 있는지, 우리다운 삶을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요.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차 한 잔, 술 한 잔 기울이면서 자신의 삶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고 싶었어요.


저희 공간에 오시면 목적에 따라 음료를 마시거나, 회의를 하거나, 공연을 즐기실 수도 있지만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게 또 있어요. 바로 공간 곳곳에 붙은 질문들이죠. 화장실이나 계단실 벽면 같은 곳들에 삶에 대한 질문들을 붙여놨거든요. 예를 들면, '지금 당신은 당신답게 살고 있나요?'와 같이 너무나 필요한 질문이지만, 평소에 잘 하지 못했던 그런 질문들이요.


‘           ’의 구성원들은 컬쳐 디자이너(Culture designer)로서 역할을 하고 있어요. 말 그대로 문화를 디자인하고 만드는 사람이에요. 저희가 만들고자 하는 문화란, 내가 온전한 '나'로서 우리가 온전한 '우리'로서 살아갈 수 있는 문화이자 세계예요. 예술가 집단인만큼, 문화와 예술이라는 도구를 사용하고요. 저희는 개개인이 각각 뮤지션이고, 사진작가고, 디자이너기도 하지만 공통적으로 하나의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거죠.


대표적으로 '조각' 이라는 공연을 해요.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자신의 삶에 있어 가장 소중한 삶의 조각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관객들에게 이야기하고 관객들의 조각을 서로 듣기도 하는 공연이에요. 사람들에게 ‘내 삶의 조각’에 대해 생각하게 하자는 취지죠.

지금 당신은 당신답게 살고 있나요?
이 질문이 ‘왜’ 필요하냐고 물으신다면


누군가에겐 너무 뜬구름 같은 질문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저는 이게 우리 삶의 가장 근본적이고, 필요한 질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개인적으로 다양한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직접 참여했었어요. 세월호 유가족, 위안부 할머니, 혹은 성소수자, 아니면 다양한 인권운동들... 그 가슴 아픈 경험들을 함께 하면서 이 질문이 정말 필요하다고 느꼈죠. 저에게는 이 현장의 여러분들이 이렇게 얘기하는 것 같았거든요. “저는 저로 살고 싶습니다, 저를 저로 살아갈 수 있게 만들어주세요, 부탁입니다.” 내 가족이, 내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들이 그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이 되는 것이요.


최근엔 TED 같은 강연에도 집중하고 있어요. 조금 더 넓은 무대에서 삶에 대한 이야기와 질문을 전하고 싶었거든요. 존경 받고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삶에 대한 질문을 받아들이고, 고민하고, 대답하는 것, 그리고 그 사람이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지게 하는 것, 그런 일들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럼 이 질문이 더 따뜻하게, 더 많은 이들에게 다가갈 수 있고, 일상과 삶으로도 스며들 수 있겠죠. 예를 들어 문재인 대통령님이나 방탄소년단 같은 분들이 '나다운 삶'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질문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겠어요.

신림의 예술가도 '예술가'답게, '나'답게 살기 위해서


문화예술과 관련한 일을 하겠다고 마음 먹었을 때, 그 일이 꼭 필요한 곳에 자리잡자고 생각했어요. 홍대나 마포는 이미 충분하고, 우리를 필요로 하는 곳이 아니라고 느꼈어요. 반면에 신림은 마포에서 밀려난 예술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동네거든요. 서울에 있는 25개 자치구 중에 마포, 성북 다음으로 예술가들이 많이 살고 있어요. 


참고: 2017년 예술활동증명 예술인 수, 「2017 서울문화지표 조사연구」, 서울문화재단 사이버오피스


그런데 여기 예술인들은 신림에 그리 오래 살 생각이 없는 분들이 많아요. 말 그대로 집이나 작업실 임대료 때문에 ‘밀려난 거’라 성공하면 신림을 뜨고자 하거든요. 관악구도 예술가들에게 관심이 없었어요. 어차피 나갈 사람들이니까. 그런데 저희가 여기 정착하고 ‘ARTRASH’, ‘고시촌 빌라 축제’, ‘다리밑축제’, ‘1인 가구 네크워킹 파티’ 등 여러 가지 캠페인과 공연,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운영하면서 신림 지역의 예술가들이 모이고, 그들도 조금씩 자리를 잡기 시작했어요. 올해는 관악문화재단도 생기고, 구청에 생활문화예술과도 만들어졌어요. 예술가들이 집값 걱정 없이 ‘예술가’ 답게 살기 위해서 나름대로 애쓴 결과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왜 우리답게 살지 못할까?


우리가 우리답게 산다는 건 너무나 중요한 일일텐데, 왜 우리는 그 질문을 섣불리 꺼내지 못하는 걸까요? 사실 당연한 일이라고 봐요. 그런 질문을 던질 여유도 없고,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질문들이니까요. 대부분은 본질적인 가치보다 부수적인 가치가 지배하는 삶을 살고 있죠. 가장 큰 건 물론 돈이겠고요. 사람보다 돈이 더 중요한 것 같은 사회죠.


그런데 우린 이미 알고 있잖아요. 사람이 없으면 돈도 없고, 결국은 돈보다 사람이 중요하다는 사실을요. 누구나 알고 있지만 실천에 옮기기가 어려울 뿐이죠. 그래서 계속 묻고 있는 거예요. 우리, 사람에 대해 생각해보자고. 내 돈 말고 ‘나’에 대해서, 나의 삶에 대해서. 언젠가는 우리의 질문이 더 이상 철학적이지도 특별하지도 않은 질문이 되길 바라요. 시청 전광판에 '지금 당신은 당신답게 살고 있나요?' 와 같은 질문이 걸리고, 그만큼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나 다운 삶'에 대해 고민하고 질문하며 우리가 온전한 '나'로서, 온전한 '우리'로서 살아갈 수 있는 사회. 그 사회가, 세계가 언제 올지는 모르겠지만, 그때까지 누군가는 계속해서 질문해야죠. “당신은 당신다운 삶을 살고 있나요?”



‘           ’(작은따옴표) 페이스북 http://www.facebook.com/singlemarks 

‘           ’작은따옴표 홈페이지 http://www.singlemarks.com



기획·편집_고정은 (청년자치정부준비단 파트너)

인터뷰·글_한예섭

사진_김재기


세상은 이해하기 어려운 규칙들로 가득하다. 1980·90년대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들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기준, 과정, 결과들이 일상을 지배하고 있다. 여기 관성을 넘어 다른 시각으로, 기성세대가 이끄는 룰에서 벗어나 보다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 나가는 ‘빌더’들이 있다. 우리의 삶과 세상에 크고 작은 균열을 가져올 이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서핑과 위스키만으론 바뀌지 않는 당신의 삶에, 어딘가 색다른 균열이 생기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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